지역사회통합돌봄법 제정 통해 정책방안 수립 기반 마련해야

# 2006년 지붕에서 낙상, 하반신이 마비된 후 요양시설에서 13년간 머물렀던 김성주(가명・69세)어르신. 이혼으로 자녀 등 가족관계도 모두 단절된 터라 다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 그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현재 시설에서 완전히 독립, 영구임대주택에서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지역사회 통합돌봄’서비스 덕분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으로 안전장치가 설치된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었고, 그 곳에서 가정간호사와 물리치료사의 방문 관리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지금은 종종 장애인 체육관을 찾을 정도로 상태가 많이 회복됐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운영성과 공유 심포지엄’이 11월 9일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렸다.22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운영성과 공유 심포지엄’이 11월 9일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렸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이 순항중이다. 가족과 시설에 의존적이던 ‘돌봄’이 지역과 사회로 옮겨가며 ‘돌봄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노인진료비가 급증하고, 가족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등 돌봄 부담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인구 사회적 변화에 맞춰 돌봄의 패러다임 또한 탈가족화, 탈시설화로 전환돼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됨에 따라 2018년 11월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이 수립 발표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 보장을 위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도입’이 국정과제로 반영,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이 16개 지자체에서 실시되고 있다.

“선도사업, 노인 만족도 가장 높아”

선도사업 시행 1년을 넘어선, 지난 11월 9일 통합 돌봄의 비전 확산을 위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운영성과 공유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16개 선도사업 지자체 공무원, 관련 전문가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정현진 건강보험연구원 보험급여연구실장이 선도사업 운영 현황과 이용 경험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선도사업 관계자들의 설문조사 및 집단초점 면접조사를 행복e음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와 연계해 대상자의 변화를 분석하며 그 결과를 제시해 더욱 주목받았다.

정현진 실장은 선도사업 운영 결과, 전반적인 만족도 점수는 노인 86점, 정신질환자 83점, 장애인 80점으로,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일상생활 지원 및 주거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며, 통합돌봄 이후 보호자가 체감하는 부양부담감도 감소하는 등 대상자와 보호자 모두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장애인 정신질환자의 보호자 부양부담감이 노인보호자보다 높으며, 선도사업 이후 신체적 돌봄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이용에 대한 변화도 감지됐다. 대조군 대비 선도사업 참여자의 의료이용도는 감소하거나 증가율이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

만성질환자 1인당 누적입원일수의 경우, 대조군이 사업 전 37.5일에서 실험 후 54.9일로 크게 증가한 반면, 실험군은 사업 전 31.7일에서 실험 후 32.3일로 증가율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상자, 삶의 질도 향상 된 것으로 나타나”

대상자가 인식하는 삶의 질 또한 향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노인 대상자가 인지하는 사업참여 전후 삶의 질 변화를 측정한 결과, 건강관련 삶의 질이 평균 0.03점 향상됐고, 주관적인 삶의 질은 평균 0.5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애인 대상자의 사업참여 전후 주관적 건강수준도 평균 0.2점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다.

정현진 실장은 “일부 선도사업지역에서는 2019년에 비해 안내창구의 인력이 보강되어 보건직-복지직 협업이 가능했다”면서도 “하지만 통합돌봄안내창구의 기존의 복지사업과 중복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선도사업 대상자의 변화면에서는 “선도사업에 참여한 노인, 장애인의 경우 건강상태, 삶의 질 관련 지표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고, 노인의 경우 사회관계 지표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도출됐다”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선도사업 시행 초기에 비해 돌봄욕구에 초점을 맞춘 대상자 선정에 대한 인식 전환에 긍정적 변화는 있었지만, 한정된 자원 범위 안에서 우선 대상자 기준 설정에 대한 요구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관련 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선도사업 계속 수행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보건의료서비스 연계 확대, 대상자별 서비스 이력 등에 대해 시군구 추진단-통합돌봄안내창구-서비스제공기관 간 정보 공유가 가능한 긴밀한 소통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용갑 건강보험연구원장이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1년의 성과와 향후 사회적 논의 과제’를 주제로 두 번째 발제에 나섰다.

이용갑 원장은 “선도사업 운영을 위한 조직 기구 신설 및 조례 제정, 선도사업 시행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선도사업 시행을 위한 조직과 서비스 인프라는 구축됐다”면서도 “하지만 보건의료와 복지간 협력은 아직 초기 단계며, 지역단위 요양 복지서비스 제공에 비해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선도사업 추진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기반 구축으로 맞춤형 서비스 제공 가능 △이용자 선정 기준과 선정 방식의 변화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대한 이용자의 접근성 향상 등을 통해 대상자 중심의 사업 수행을 해왔지만, △기존 통합사례관리와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례관리와의 혼란 △서비스 내용의 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없는 체계 미흡 △대상자의 포괄적 요구 충족을 위한 보건의료서비스 연계 부족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그는 “통합돌봄 실현을 위한 서비스 충분성 및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상자의 포괄적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연계를 강화하고 △선도사업을 통해 발굴된 서비스 사각지대 분석을 통한 제도적 포괄성을 확대하며 △공공성에 기반한 서비스 제공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역단위의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공-민간협력 거버넌스도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민간협력 거버넌스 검토 필요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 이사는 “현재 이루어지는 절차를 보면 서비스대상자 발굴과 욕구평가, 서비스 결정이 케어통합창구 등 복지분야 공무원에 의해 결정되는 매우 한정적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근본적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안착을 위한 필수 요소로 △지역사회의 지역케어회의, 민관협의체 구성과 원활한 운영 △서비스 대상자를 발굴할 수 있는 통로 개척 △적절한 내용의 서비스 발굴과 적절한 보상을 통한 지속적 서비스 제공 등을 손꼽았다.

김정애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은 “사업시행 1년 동안 제도 중심이 아닌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기반 구축 및 접근성 향상을 이루었고, 공공-민간, 간호직-사회복지직 시너지 효과, 이용자에 대한 포괄적 평가 및 서비스 연계 체계 구축 등 다양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상자의 포괄적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연계, 특히 방문형 보건의료서비스와 주거서비스는 획기적인 제도적 기반 개선을 통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현재 방문형 간호서비스는 각기 다른 근거 법령과 재원에 의해 분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방문형 간호서비스가 각기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방문간호 및 방문진료 활성화는 지역사회의 보건의료자원 네트워크를 촉진해 지역의 헬스케어 클러스터 형성을 촉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1년은 참여조직 및 인력사이에 새로운 접근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일하는 방식을 달리하는 연습을 하는데도 부족한 시간”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성과가 있었다면, 이 사업은 지자체장이 책임을 지고 나섰다는 자체가 기존 사업보다는 참여조직 및 인력의 몰입도가 남달랐기 때문이라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을 임시적 사업이 아니라 영구적 사업으로서 가져갈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 중앙정부-지자체 장이 메시지를 분명히 줄 수 있어야 한다”며 “또한 지역사회통합돌봄법 제정을 통해 전체 사회발전 방향에서 최선의 정책방안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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