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장

지난 11월 8일 국제사회복지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Social Welfare) 21대 회장으로 취임한 서상목 회장. 한국인 최초로 국제사회복지협의회장에 당선된 서상목 회장을 만나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이 지난 11월 8일 한국인 최초로 국제사회복지협의회장에 선출됐다.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이 지난 11월 8일 한국인 최초로 국제사회복지협의회장에 선출됐다.

한국인 최초 국제사회복지협의회장에 선출됐다. 소감이 어떠한가?

“어깨가 무겁다. 11월 8일 총회에서 취임 후 산적한 현안들을 처리하느라 어느덧 한 달이 훌쩍 지났다. 70개국의 회원국과 110여 개의 회원으로 구성된 국제사회복지협의회가 역사와 회원 규모는 작지 않지만 본부를 따로 두고 있지는 않다. 회장이 있는 곳이 본부며 사무총장과 수시로 소통하고 발로 뛰며 함께 업무를 처리해나가야 하는 구조다. 지난 한 달 운영위원회와 이사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해 지역별·전체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해나가고 있으며, 4년의 임기 동안 운영할 사무국을 새롭게 정비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진 유럽에서 다수 선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ICSW 9개 지역 중 유럽이 활동과 결속력이 강하고 지금까지 역대 회장도 유럽에서 가장 많이 배출됐다. 올해 2월 초 뉴욕의 UN 본부에서 개최한 사회개발위원회의에서 ICSW 유럽지역 회장을 만나 먼저 국제사회복지협의회장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후 한국에서 화상통화와 전자메일 등으로 지역대표 및 회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했는데, 유럽지역은 물론 북미, 아프리카 지역 등 여러 지역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 회원 단체들은 세계은행에서의 저개발국 경제개발 지원과 복지부 장관 등 50여 년간 경제·복지 전문가로서의 개인적인 경험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 또한, 그동안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추진한 ICSW동북아시아 지역 국제콘퍼런스 개최, 몽골사회복지협의회 지원 및 아시아태평양 푸드뱅크 콘퍼런스 개최 등 활발한 네트워크 활동으로 사회복지 발전을 위한 노력과 국제적 기여를 함께 인정받은 것 같다.”

국제사회복지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Social Welfare)에 대해 소개해 달라.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는 1928년 파리에서 국제적십자연맹 사무총장 레인 샌드(Rane Sand) 박사의 제안으로 44개국 대표로 설립된 비영리 민간 국제단체다. 92년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사회복지와 사회개발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권위가 있다. 전 세계의 사회복지, 사회정의, 사회개발에 기여하기 위해 관련 이슈를 국제적으로 논의하고 액션플랜을 제안하고 있다. 국제사회복지사연맹(IFSW), 국제사회복지대학교육협의회(IASSW)와 함께 ‘사회복지와 사회개발을 위한 글로벌 어젠다’를 수립해 지역, 국가, 국제 차원에서 사회정책의 변화와 실천에 기여하고 있으며 UN과도 밀접하게 네트워킹하고 있다.”

UN과의 협력은 어떻게 하고 있나.

“ICSW는 UN에서 인증한 자문 지위(Consultative status)를 획득한 기구로서 사회 발전, 사회복지 및 사회정의 이슈와 관련된 글로벌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UN의 식량농업기구(FAO),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인증받아 이들 기관의 자문 역할로 협력하고 있다. 또한, 매년 UN 사회개발위원회의에서 세미나 개최 등으로 적극 참여한다. 현재 뉴욕 UN 본부에 ICSW 대표를 파견해 활발한 교류 협력에 힘쓰고 있다.”

ICSW와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세계 178개국 대표단과 국제기구 대표 등 8000여 명이 참석한 국제회의에서 처음 인연이 닿았다. 이후 1995년 3월 UN환경개발회의에 대한민국 초대 복지부 장관으로서 김영삼 대통령을 수행하게 돼 코펜하겐 세계사회개발정상회의(World Summit on Social Development)에 참석했다. 당시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는 UN사회개발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등 국제사회개발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는데 그때 인연으로 현재의 ICSW 회장까지 하게 된 것 같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회의는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됐는데 이점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까.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국제행사가 취소되며 동북아시아 지역의 국제회의와 ICSW 총회, 이사회 등을 온라인으로 개최하게 됐다. 기존 대면회의의 장점도 물론 있으나 비대면 화상회의는 오프라인 회의와 비교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 주는 큰 장점이 있다. 국제행사 개최 시 연사 초청에 드는 숙박비와 항공료로 세계 석학들을 온라인으로 초청해 행사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 인원 제한이 없는 온라인의 특성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참여의 기회가 주어지기에 회원들의 참여와 논의도 활발해지고 네트워킹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안전망과 경제 기반의 부재를 가져왔다. 이런 점에 대해서도 전세계 대표들과 논의 중인가.

“코로나19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으로 소득불안정에 의한 빈부격차 확대와 양극화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안전망 구축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개편 △양극화 심화에 따른 빈곤문제 개선 등 사회개발과 관련한 전 세계적인 이슈를 다루기 위해 국제사회복지협의회 운영진들과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경제는 위축되고 사회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인데 이전보다 더 불평등한 사회와 세계에 직면한 상태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이슈 메이킹이 ICSW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세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대규모 온·오프라인 콘퍼런스를 개최해 글로벌 어젠다를 세팅하고 새로운 해결방안을 제시하려 준비하고 있다.”

유럽의 복지국가들과 비교할 때 한국의 복지수준은 어떠한가.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과거 국제사회로부터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해주는 나라로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이 성장의 중심은 경제개발 주도였지 사회개발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인 복지선진국에 비해 복지국가로서 아직은 수준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70년대 후반부터 사회개발에 관심을 보인 이래로 1978년 건강보험제도 마련을 비롯해 국민연금, 고용보험 및 장기요양보험까지 도입하면서 복지선진국의 골격을 갖추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은 유럽 복지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그 문턱에 와 있다고 생각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안전망 및 전달체계의 개편과 정비 등을 통해 이를 넘어설 수 있으리라 본다.”

개발도상국 역량 강화, ICSW 어젠다 확장, 회원제도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4년의 임기 동안 활동 계획은.

“크게 세 가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첫째, 아프리카 지역 등 개발도상국 역량 강화 사업이다. 국제사회복지협의회가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위해 한국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이끌어낸다면, 이는 미래사회의 복지 발전을 위한 시드머니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나라는 적은 비용으로 개발도상국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며, 한편으로는 한국의 사회서비스 모델이 국제사회에서 우수성을 인정받는데 일조하리라 생각한다. 둘째, 국제사회복지계에서의 어젠다 확장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야기되는 불평등 심화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혁신이 필요하다. 개인의 한계를 넘어 모든 회원들의 조언과 참여를 바탕으로 새로운 해결방안을 제시해 국제사회복지계의 사회개발 분야를 선도해나가겠다. 마지막으로 ICSW 멤버십을 안정화하고 활성화하겠다. 이를 위해 기존 회원들 간 화합을 강화함은 물론 여러 주요국제 단체를 신규 회원으로 가입시켜 92년 역사를 가진 ICSW의 옛 명성을 회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달라.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나라는 1950년대 당시만 하더라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 그런 우리나라가 국가적으로 경제개발을 먼저 하고, 그 바탕 위에서 사회개발을 하면서 성장했다. 반세기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이것이 성공했기에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는 상당한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제사회복지협의회장으로 당선될 수 있던 것도 단순히 개인적인 영광으로 국한해서 평가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료보험, 복지관 등 한국의 우수한 사회개발 경험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당선은 국내 사회복지를 오랫동안 지켜보던 나에게 남다른 감회를 안겨준다. 이제 우리나라는 소득 불균형, 빈곤 등 전 세계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국제사회복지계에서 전 세계적인 연대와 지원을 이끌어 내 사회개발 분야를 선도해나감으로써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복지국가로서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발판이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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