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집단의 삶에 관심 갖고 공공선을 향해 연대·협력해야

사회서비스 방향과 지역사회 역할 논의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지역사회 복지시설은 주민의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신속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왔다. 그러나 초기 재난 대응 지침의 부재,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보다 근본적인 사회서비스 개선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는 11월 13일 한국사회복지회관 화상회의실에서 ‘코로나 언택트 시대, 복지 거버넌스의 위기와 해법을 조망한다’를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홍선미 한신대학교 교수는 ‘언택트 시대, 사회서비스 방향과 지역사회의 역할’이라는 발제를 통해 사회복지현장이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홍 교수는 “코로나19는 감염병으로 시작됐지만 많은 사회적 갈등과 정치·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다각적으로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다”며 “오래전부터 해결하지 못한 사회구조적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 과정에서 많은 주체들의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결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복지 분야에서 사회적 전환기의 과제는 환경·불평등·고령화·사회갈등·경제 등 문제의 영역이 복잡·다양해짐에 따라 복지분야의 좁은 시각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이제는 거대 사회 담론 차원에서 사회 전환기 과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학문적으로 사회복지 실천의 관점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실천 학문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행동과 삶을 환경적 이슈와 연결 지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학문적 지향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실천의 노력 차원에서는 그연결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주변적 집단의 삶에 관심을 갖고 공공선을 향해 어떻게 연대하고 협력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시민성과 공동체 의식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월 13일 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가 개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언택트 시대, 사회서비스 방향과 지역사회의역할’이 논의됐다.
11월 13일 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가 개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언택트 시대, 사회서비스 방향과 지역사회의역할’이 논의됐다.

업무 전환으로 디지털 복지생태계 구축

홍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양방향 맞춤식 원격교육 등 교육 방식의 변화 △재택근무·화상회의·웹 세미나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 △디지털 진단 및 원격의료 활성화 △전자상거래·비대면 비접촉 물류와 배송 활성화 △홈엔터테인먼트, 랜선 공연 등 집콕 문화활동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이어 “이 같은 변화로 인해 사회복지현장도 적극적으로 서비스 제공 방식 등을 바꿔나가고 있고, 언택트 사회에서의 역할 및 서비스 제공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뉴노멀 시대, 사회복지 현장의 대응 전략’으로 △온·오프 하이브리드서비스 제공방식 적극 도입 △시설 이용 방식의 집단 프로그램으로부터 다양한 개별 맞춤형 사회서비스 확충 △지역사회 전달체계 내 민간기관의 책임성과 공공성 확대 △지역중심 민관 거버넌스에 기반한 지역복지공동체 활성화를 제시했다.

그는 “ICT를 활용한 스마트복지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현장의 사회복지종사자들이 스마트복지에 익숙해지도록 많은 교육과 함께 새로운 방식에 대한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초연결 사회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사례관리 및 서비스 제공 업무 전환으로 디지털 복지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용자 욕구에 따른 맞춤형 스트레스 해소 및 건강 관리, 치료·교육 프로그램 등 개발 △온라인이나 드라이브스루 방식 여가·문화·체육 콘텐츠 활용으로 다양한 욕구 충족 △원격회의, 온라인 교육 등으로 의사소통 및 정보교류를 활성화하는 스마트 워크 방식 운영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각 기관별 온라인서비스 개발도 중요하지만, 장비나 인력 등 인프라가 부족한 곳도 많으므로 지역단위에서 공공부문과 함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 복지 거버넌스 강화 및 민간기관 역할 확대

홍 교수는 또한 “시설 생활인 및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일상적 안전 및 지원을 유지하면서 돌봄·재활·요양·의료·주거·고용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보편적 사회서비스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택트 시대에는 행사나 교육은 소규모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 비정형화된 찾아가는 서비스를 확대하며 사례관리 등 개별 맞춤형 개입이 필요하다. 또 감염병 재난 피해자와 가족의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개인 및 집단 상담 등을 지원하고 개인과 사회의 회복탄력성과 긍정성 증진을 위한 지역사회 심리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홍 교수는 심리정서·신체·사회적 피로도가 증가하는 종사자들에 대한 지지 및 소진 완화, 슈퍼비전 제공, 민원 및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홍 교수는 지역의 복지 거버넌스 강화 및 민간기관의 역할 확대도 강조했다.

그는 “민간 사회복지 주체들은 지역사회의 핵심적인 주민복지지원 인프라로써 공공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제는 민간기관이 지자체와 상시적이고 동등한 파트너십을 맺고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강화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끝으로 “지역복지에 대한 주민 인식과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며 “당사자 및 가족의 참여와 이웃의 협력을 통한 지역사회 공유형 돌봄체계를 구축하고 주민들의 풀뿌리 자치활동과 시민이 참여하는 마을계획 수립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주체 설정

장영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긴급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는 사회서비스체계에 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용시설은 시설 봉쇄 조치로 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으며, 생활시설은 ‘필수 서비스 제공 유지’와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두 가지 상충된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복지시설과 지역사회와 같은 사회서비스 공급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로 △기존 사회서비스의 제공 구조가 ‘시설 내 서비스’ 중심으로 기능해 왔고 △사회복지시설은 정부가 제시한 ‘사업 안내’에 따라 운영되면서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상대적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위기상황을 타개해 나갈 지역사회내 대응 주도 세력이 부재하고 △지역사회 내 사회복지네트워크가 공공부문 중심으로 구축돼 있어 민관협력 기반의 통합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꼽았다.

장 실장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개편은 불가피해 보이며, 개편의 방향은 지역복지공동체 구축과 체계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은 사회서비스 생산·소비·분배, 사회서비스 관련 고용 창출, 복지자원 동원 및 배분 등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특히, 지역사회 중심 사회서비스 체계의 이점인 즉응성, 효과성, 공동체성 회복 및 함양, 건전한 시민사회 육성, 사회적 가치 있는 노동의 개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지역복지공동체 구축 방향으로 “공공부문은 대상자 선정, 지원제도 및 재원 마련 등과 같은 기능을 강화해야 하며, 민간부문은 자원 동원 및 서비스 제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민간부문은 기존 자원봉사조직의 재구조화를 통해 긴급 상황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결집하고 시민사회의 자발성에 기반한 복지기금 조성 등으로 자원확보체계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축 방안으로 △‘시설 내’ 찾아오는 서비스로부터 ‘시설 외’ 찾아가는 서비스의 개발과 확대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주체 설정과 지역사회 내 가치 있는 사회적 노동 개발 및 조직화 △클라이언트의 개별화와 맞춤형 서비스 제공, ICT에 기반한 복지 테크놀로지 개발 △한국형 사회서비스 모델 개발 등을 제시했다.

언택트 시대 적합한 실천 매뉴얼 개발

남진열 제주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사회적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특히 대면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는 사회복지 실천 현장은 많은 혼란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뉴노멀 시대 거버넌스 및 복지공동체 구축을 위한 많은 과제가 제시되고 있는데, 추진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사회복지실천 현장이 휴관, 휴강 등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뉴노멀 시대에 적합한 지역사회 내 거버넌스 구축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거버넌스 및 복지공동체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법, 공공과 민간의 역할 정립, 언택트 시대 적합한 실천 매뉴얼 개발, 사회적 거리두리 단계별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의 대처 방법 등도 안내됐으면 좋겠다”며 “무엇보다 지역사회 차원의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개별사회복지사들이 향후 사회복지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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