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 년간 지역복지의 제도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법률(2011년), 협동조합기본법(2012년), 지역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14년), 사회보장 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2015) 등이 새로 제정됐다. 지역 환경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지역사회를 기본 단위로 공공과 민간, 그리고 시장이 어우러져 하나의 복지구조를 이루는 지역 중심의 복지체계가 부각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탈 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 조성’이 포함됐고, 2018년 3월에 보건복지부는 취약계층 돌봄체계를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사회적 가치, 사회혁신, 사회복지실천의 주체로서 지역사회가 부각되고 있다.

지역복지공동체 구축 왜 필요한가?

한국은 OECD 평균보다 불평등과 단절이 심한 국가이다. 계층별, 남녀 간, 세대 간, 교육수준별 불평등이 OECD 평균에 비해 심해 소득 상위 20%가 하위 20%에 비해 7배의 소득을 보여, OECD 평균(5.4배)을 훨씬 웃돌고 있다. 사회적 관계 단절과 신뢰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필요할 때 의지할 가족이나 친구가 없다고 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19%로 OECD 평균(9%)의 두 배가 넘었다.

이러한 심화되는 ‘불평등과 단절’을 해결하기 위해 그간 정부는 공공복지정책과 복지 재정을 확대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하고 국민들의 복지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지역사회만이 우리 삶의 터전이면서 제도와 친근함을 균형 있게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장이다.

지역복지공동체 구축 기제로서의 사회적경제

최근 우리 사회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불평등이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무관심, 소외 등의 문제를 과거 공동체 조직이 지향했던 상호 호혜, 협동, 나눔, 배려 등의 가치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시민권과 공동체의 연결 기제로서 ‘사회적 경제’의 확대가 증대되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1970년대 이후 유럽에서 신자유주의의 팽창과 복지국가체제의 붕괴를 경험하면서 고용과 복지부분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그 대처 방안으로 등장했다. 한국은 1990년대 저성장·저고용·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빠른 진행과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적 취약계층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즉,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경제’가 부상했는데, 양극화 심화와 실업률, 자살률, 우울증 등 각종 불행 지표가 악화되는 과정 중 복지수요는 급증하였으나 재정 부족으로 정부 역할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사회적 경제 기업은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과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의 시행을 계기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주요 사회적 경제 기업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이며, 사회적 경제 기업은 2018년 말 기준 총 1만9295개이며, 고용 규모는 11만829명이다.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성과로 주요 4대 사회적 경제 기업은 2017년 대비 15.7% 증가했으며, 최근 5년간 중소기업 수 연평균 증가율 2.6% 대비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회적기업은 인증제가 시작된 2007년 55개에서 2020년 현재 2435개, 협동조합은 2012년부터 인가를 시작해 2020년 현재 1만7000여 개가 설립되어 있다. 대표 4대 사회적 경제 기업 현황과 수의 추이는 <그림1>과 <그림2>에 잘 나타나 있다.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을 위한 커뮤니티케어와 사회적 경제의 역할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복지국가의 한계에 부딪힌 사회적 가치 시대에 공동체의 중요성은 증대되고 있다. 복지국가의 공적 복지제도의 한계,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 복지 사각지대의 완화는 결국 지역의 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행복과 삶의 만족에 영향을 주는 것이 경제적인 부 못지않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친밀감, 유대감, 신뢰 등 심리정서적 가치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르티아 센(Amartya Kumar Sen, 1933~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은 ‘발전이란 사람들의 실질적 자유를 확대하는 과정’이라고 했는데, 발전에는 국민소득만이 아니라 사회안전망, 시민참여, 공동체의 소속감 등 다양한 영역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는 사회·문화의 토양이 확립될 때 또한 가능하다. 따라서 공동체성, 연대의식, 사회정의의 지역사회복지에 기반해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을 실현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문제 해결 방식이 매우 필요한 시기이다. 이를 위한 커뮤니티케어와 사회적 경제의 역할에 대해 제고해 보고자 한다.

첫째, 커뮤니티케어와 사회적 경제를 연결하는 사회적 가치 전달체계로의 개편이 필요하다. 공공전달체계 개편과 함께 전문성과 탄력성, 접근성을 갖고 있는 민간전달체계를 활용하여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해 공공전달체계의 한계를 보완하여 복지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중앙정부의 통합적 거버넌스 확충이 필요하다. 커뮤니티케어에서 중앙 정부의 범부처 간 통합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고, 타 부처 사업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추진방향 및 성과 등을 커뮤니티케어에 맞게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는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고 통합적 거버넌스 실행과 확충을 통해 분절적인 사회서비스와 사회적 경제의 결합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체감하는 복지공동체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셋째, 지방 정부의 거버넌스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 지방 거버넌스에 의한 정책결정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일정의 권한이 있어야 한다. 초기에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지방에 권한과 재원을 이양하여 지역이 스스로 사회혁신을 해 나가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특성을 기존 제도에 반영하는 정책사고의 지역화, 중앙정부는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고 지방정부는 각 지역에 맞게 다양하게 실행하는 정책의 분권화가 요구된다. 또한 의사결정의 적정규모, 민주성, 책임성이 확보돼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 중심의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커뮤니티케어도 결국은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돌봄 서비스를 구축해, 복지 사각지대를 완화하고 지역주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그리고 지역 주민들을 실제로 살리는 복지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한 취지다. 대상 중심이 아닌 생활의 터전인 지역사회중심의 서비스 강화, 사회문제 해결 중심의 서비스 강화, 지방정부 주도의 사회복지서비스 정책의 실현이 필요하다.

다섯째,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시민정신과 공동체의 연결 기제로서의 사회적경제 역할이 살아나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의 활성화와 지역 구성원의 주체화와 같은 비제도적 형식의 지역화가 요구된다. 즉, 지역주민의 능동적인 참여의식과 연대에 기반을 둔 자발적 공동체 구성이 필요하고, 시민정신에 입각해 각종 사회적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면서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는 행동가로서의 시민이 필요하다.

여섯째, 사회복지협의회, 사회적 경제 중간지원조직의 확대 및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을 위해서는 현재 각 시군구에 존재하는 사회복지협의회,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들의 규모 확대 및 실질적인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지역의 욕구와 자산에 기반한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을 위해서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중간지원조직은 지역사회기관 및 개인, 기업, 종교단체 등 민간자원 간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지역사회 나눔 네트워킹을 주도하고 공공 전달체계와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간지원조직의 구체적인 역할이 정립되고, 권한과 예산이 배분돼야 한다.

‘다양성과 포용’에 기반한 ‘공동체성’ 확립과 실천 절실

새로운 지역사회복지,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은 사회서비스와 사회적 경제가 결합된 ‘사회서비스의 시민화’, ‘사회화’ 모델 구축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 정책, 지역사회의 친구와 이웃이 적극적인 지원자 또는 옹호자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지역은 ‘보호에서 자립의 장’으로 변화해야 하며, 주거장소의 제공을 포함해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포용하는 지역사회’를 위해 ‘상호 의존하는 자립’의 장으로 지역이 살아나야 한다. 복지제도의 정착, 사각지대 완화도 ‘시민의식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지역의 힘이 살아나야 가능하다. 혼합조직인 사회적 경제 조직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복지서비스 기능의 결합을 통해 지역공동체 기반의 복지를 형성하고, 지역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정립해 나갈 때 지속가능성이 담보된다.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직들이 사회혁신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와 제도뿐 아니라 지역과 문화의 토양이 있을 때 가능하다.

‘사회적 가치의 구현’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정부는 제도에 대한 보다 정교한 접근,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비즈니스 모델에 결합시키는 혁신,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통한 혁신과 지역사회문제해결을 함께 해 나가야 한다. 사회적 가치 평가와 구현의 문제도 사회적 신뢰가 높고 시민 참여가 활발한 사회에서 실질적 평가와 구현이 가능하다. 반면, 신뢰 격차가 크고, ‘시민정신과 공동체성’이 약한 사회에서는 또 다른 스펙 중심의 경쟁이 두드러지게 된다. ‘사회의 질’과 ‘사회적 가치’ 구현 정도는 상호연관 속에서 강화되는 것이다.

‘포용과 다양성 사회의 구현’은 ‘시민의식과 공동체성’에 기반한 지역복지공동체 구축만이 그 해결법이다. ‘동일성’에 기반한 ‘공동체성’이 아닌 ‘다양성과 포용’에 기반한 다름을 포용하는 ‘공동체성’의 확립과 실천이 절실하다. 포용과 다양성 추구, 사회적 가치의 선택, 그 구현을 향한 진정한 시민의식과 공동체의 회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를 길러낼 수 있는 ‘시민의식과 공동체성’을 담보하는 지역의 토양,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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