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욱 한국아동복지학회장

정선욱 한국아동복지학회장
정선욱 한국아동복지학회장

지난 7월 18대 한국아동복지학회장으로 취임한 정선욱 회장. 보통 임기 3년인 타기관과 달리 한국아동복지학회장의 임기는 1년이다. 벌써 임기의 1/4이 지난 9월의 어느 날, 정 회장을 만나 학회의 현안과 아동복지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인터뷰 내내 아동에 대한 국가와 가정의 역할 및 조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먼저 취임소감 부탁드린다.

“지난 7월 취임 후 3개월이 지났다. 포용국가 아동정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시기,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이전과는 다른 아동복지의 방향과 실천을 찾아야 하는 시기에 학회장이 됐다. 이런 상황에 인터뷰를 하게되니, 막중한 책임을 다시 느끼게 된다. 아동복지 분야에서 연구하고 실천하는 많은 분들께 미력하지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국아동복지학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한국아동복지학회는 1991년, 우리나라가 UN 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 그 해에 창립됐다. 내년이면 30주년이 된다.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성장하는데 필요한 정책 및 서비스를 연구해, 정책으로 제안하고 현장에 적용・실천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회의 주요 기능이다. 또한 다양한 아동분야 연구자와 실천가를 엮는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학회에서 담당할 역할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과들이 운영되고 있다. 연구와 실천을 위한 교류의 장을 만드는 ‘연구분과’, 연구자들의 생산적 연구를 공유 확산하는 ‘편집분과’, 아동복지 관련 다양한 현장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대외협력분과’, 학회의 살림을 담당하는 ‘총무분과’ 등이다. 특히 편집분과에서는 분기별로 ‘한국아동복지학’이라는 학회지를 발간하고 있다. 1993년에 창간된 학회지는 2005년 한국연구재단에 등재되며, 아동복지 분야 최고의 전문 학술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핵심 사업은 무엇인가.

“학술대회 개최, 학술지 발간이 가장 큰 사업이다. 학술대회는 춘・추계 2 회 진행되는데, 춘계는 보통 학회 단독으로, 추계는 한국사회복지학회와 공동으로 연다. 오는 10월 24일에도 한국사회복지학회와 「사회복지 공론장을 열고, 사회복지, 그 ‘사회성’을 다시 묻다」는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연다.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 ‘뉴노멀 시대, 아동복지체계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참여한다. 학회지 ‘한국아동복지학’은 우리나라 아동복지 분야 최고 학술지이며, KCI 영향력지수는 2.52(2020년 7월 기준, KCI, 2019 사회과학 분야 인용지수 자료)이다. 이 수치는 우리 학술지의 논문이 다른 논문에 많이 인용됨을 의미하며, 그만큼 ‘한국아동복지학’이 아동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회지 ‘한국아동복지학’, 아동분야 최고 학술지로 ‘우뚝’

현재 학회 현안은 무엇이며, 해결방안이 있다면.

“이 질문에 대해서 학회 내부에서 논의되고 공유된 것을 말해야 하지만, 아직 그 수준까지 가지 못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동복지에서 국가 역할과 책임이 강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다만 국가와 가정의 역할, 구체적으로 부모(양육자)의 역할을 조화시키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국가 책임이라고 하면, 국가가 다 한다는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 국가가 다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도 ‘함께’ 하는 것이란 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가와 가정의 역할을 얘기할 때 상당히 조심스러운 것이 ‘가정’에 대한 관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건강가정기본법 ‘가정’의 정의에 대해 권고했던 사항, 즉 가정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기반을 전제로 ‘함께’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 아동복지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UN 아동권리협약 당사국이 된 이래, 아동복지・아동권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UN 아동권리 협약의 중요한 원칙인 무차별의 원칙, 아동 최상의 이익(the best interest of the child) 원칙을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마도 협약 당사국이 되면서, 정기적으로 우리나라 아동의 인권상황에 대한 국가보고서와 NGO 보고서를 제출하기 때문에 국가와 수많은 NGO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보인다. 2019년 UN 아동권리위원회가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국가보고서를 검토하고 권고한 사항을 보면 개선이 필요한 아동복지 영역을 확인할 수 있다. 권고사항에는 ① 차별금지(모든 아동의 출생 등록・보육・교육・보건복지 동등한 접근 보장, 학교에서의 성취도 기반 차별 예방・근절) ② 아동 자살 예방 ③ 아동 체벌 금지 ④ 온라인 성매매・그루밍・교사에 의한 성희롱 예방, 온라인 그루밍 불법화 등 ⑤ 다양한 교육 기회 제공 및 인정(모든 대안 학교에 대한 인기 및 학력 인정 등, 놀 권리 보장) ⑥ 소년사법(형사책임 최저연령 14세 유지 등)에서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아동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늘고 있지만, 아동학대나 결식 등의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아동중심의 사고가 결여됐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학대가 아동에게 미치는 장기적이고 부정적인 영향, 한창 클 나이에 제때, 충분히,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어른 입장에서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있을 수 있는 것 혹은 별거 아닌 일로 여기는 것이 문제다. 대표적인 예로 학대의 경우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문제시하지 않는 사고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아동을 둘러싼 가장 큰 문제와 해결방안은?

“가장 큰 문제는 어른이 아동의 욕구와 원하는 바를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부모가 우는 아동에 대해 “그만 울어라, 그만하면 됐다, 도대체 왜 우니?, 운다고 해결되니?” 등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다룬 적이 있었다.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는 이런 부모의 모습을 아동의 느낌과 감정을 이해하지 않고, 울음을 그쳐야 할 시기, 울어야 할 상황과 이유, 울음의 양 등을 정하려는 태도로 보았다. 이 방송을 보면서 다시 아동 중심을 생각하게 됐다. 아동의 입장에서,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나 사고를 아동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이런 것들이 아동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를 살피는 것이 아동을 정책의 대상으로 객체화하지 않고 아동 중심으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길이 아닐까.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해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아동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아동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말하도록 돕는 것 등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국가・가정의 역할, 협력방안 마련해야”

바람직한 아동복지정책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국가와 가정의 역할, 협력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국가와 협력해 아동을 잘 돕고 키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친권이라는 용어는 부모(양육자)의 ‘의무’로 명칭이 바뀌어야 한다. 친권이라고 하면 부모의 권리로 오해하고 아동을 내세워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추구하는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연구와 실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현장에 대한 지원은 늘고 있지만, 학회 등 연구에 대한 지원과 관심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현장에 대한 지원도 지금보다 더 늘어야 한다. 세부적인 지원이 필요한 아동과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아동, 주거 지원이 필요한 아동 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 또 연구와 관련해서 증거기반실천(evidence based practice)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다. 아동을 도울 때, 아동이 있는 가정을 도울 때, 어떻게 잘 도울 것인가는 풍부한 사례 경험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과학적 방법을 통해 효과성이 입증된 실천(증거기반실천)을 사용할 때도 가능하다. 다양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실천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그 증거들을 모아, 다양한 기관에서 여러 전문가가 아동을 도울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 증거기반실천 연구 기관을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하다.”

임기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내부적으로는 기존의 학회 활동을 열심히 해, 차기 회장과 임원진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우려 속에서 출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이 바른 방향을 찾아가는데 연구, 토론회 및 학술대회를 통해 도움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위협받는 아동의 안전과 행복,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하는지를 찾는 것도 2020년에 학회를 맡은 사람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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