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청진동 한 주택가에 자리한 뿌리의 집. 고국을 찾는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일종의 게스트하우스다. 원장 김도현 목사는 이 집에서 해마다 자신의 가족과 핏줄을 찾는 250여명의 해외입양인들을

종로구 청진동 한 주택가에 자리한 뿌리의 집. 고국을 찾는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일종의 게스트하우스다. 원장 김도현 목사는 이 집에서 해마다 자신의 가족과 핏줄을 찾는 250여명의 해외입양인들을 맞는다. 고국을 찾는 이들에게 따뜻한 쉴 자리를 제공하고 한국의 문화를 알려 정체성 찾기에 도움을 주는 것이 그의 일이다.

입양의 날을 이틀 앞둔 9일, 김 목사를 뿌리의 집에서 만나봤다. 입양을 촉구하고 이를 축하하기 전에 자기가 낳은 아이를 자기 손으로 키울 수 없도록 하는 사회에 대한 각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

Q. 어떻게 입양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

9년동안 스위스에서 한인교회 목사로 일했다. 그 당시 한국에서 입양된 이들을 상담하는 일을 일부분 담당했는데, 해외 입양인들이 그들의 가족을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 했다. 이후 영국에 머물면서 자녀를 해외입양 보낸 미혼모들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생모들의 목소리를 담은 논문을 쓰면서 입양 문제에 한층 더 관심을 갖게 됐다.

Q. 뿌리의 집에 대해 소개해달라. 어떤 사업들을 하고 있는가?

뿌리의 집은 자신의 가족과 정체성을 찾는 해외 입양인들을 위한 집이다. 2002년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개인 독지가가 이 집을 무상 임대, 기증해줘 2003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한꺼번에 최대 20명이 머무를 수 있는데 2005년에는 250명의 입양인이 3000박을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았다. 이 집은 그 자체로 공동체다. 같은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네트워킹 하게 되기 때문이다.

교육, 문화사업도 한다. 서울에만 재정착을 원하는 입양인들이 200여명 있는데, 이들을 위해 매주 토요일 '흑별날 돌아와 살기 배움터'라는 이름으로 입양인 재정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물경제 등 실제 한국생활에 필요한 경제지식을 가르치는 비즈니스 스쿨이다.

명사초대, 입양인 초청 강의 등을 비롯한 크고 작은 문화행사들도 많이 열고 있다. 이번 목요일에는 입양의 날 기념 가든파티를 여는데, 많은 입양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아이를 입양보낸 생모들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도 제작 중이다. 이런 문화사업을 하는 이유는 입양인의 목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전달하고, 한국사회의 입양 역사에 대해 반성적 성찰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Q. 오늘 국회에서 해외입양금지법 초안이 제출됐다. 찬성하는가?

찬성한다. 어린아이는 태어날 때 자신이 살게 될 사회에 어울리는 코드를 갖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외모와 사고방식도 그 중 하나다. 아이를 여기서 강제로 격리해 다른 사회로 입양한다는 것 자체가 폭력이다.

또한 입양은 가정 뿐 아니라 사회로의 편입도 의미한다. 그러나 서구 사회는 여전히 백인 우월주의, 인종 차별주의가 작동하고 있다. 물질적 번영 이전에 정서적으로 풍요하고 건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측면에서 해외입양은 매우 취약하다.

Q. 일부 해외입양인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하며, 해외입양을 금지하려는 국내 움직임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10명이 약을 먹는다 치자. 7명은 병이 나았지만 3명에게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할 때, 그 약을 계속 생산하는 것이 옳은가. 해외입양도 마찬가지다. 해외입양을 통해 더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인종차별 등으로 고통받는 입양인들도 매우 많다. 그 숫자가 얼마이건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면 해외입양은 제한돼야 한다.

뿌리의 집 입구에 선 김도현 원장. 2002년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독지가의 기부로 지하 1층 지상 2층의 보금자리가 꾸며졌다. 이 곳은 매년 고국을 찾는 수많은 해외입양인들에게 따뜻한 쉼터가 되고 있다.
뿌리의 집 입구에 선 김도현 원장. 2002년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독지가의 기부로 지하 1층 지상 2층의 보금자리가 꾸며졌다. 이 곳은 매년 고국을 찾는 수많은 해외입양인들에게 따뜻한 쉼터가 되고 있다.

뿌리의 집 입구에 선 김도현 원장. 2002년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독지가의 기부로 지하 1층 지상 2층의 보금자리가 꾸며졌다. 이 곳은 매년 고국을 찾는 수많은 해외입양인들에게 따뜻한 쉼터가 되고 있다.
Q. 해외입양이 문제라면, 국내입양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해외입양보다는 국내입양이, 그 중에서도 공개입양이 낫다. 그러나 완전한 답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낳은 아이를 자신이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입양은 최선이 아니라, 최선을 향해 가는 과정일 뿐이다.

Q. 그렇다면 무엇이 근본적인 대안인가?

미혼 양육모 지원 대폭 확대, 미혼부 책임 강화, 여성의 성 주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성교육 실시 등이 가장 기초적인 대책이다. 입양은 그 이후의 일이다. 입양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그룹홈을 설치·지원해야 한다. 더 이상 시설에서 혹은 해외입양을 통해 사회와 격리된 채 지내게 두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사회 전반에 '내 아이는 내 손으로, 우리 아이는 우리 손으로 길러야 한다'는 의식개혁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아이들을 기쁨으로 맞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오는 11일은 제1회 입양의 날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입양은 귀하고 소중한 일이다. 그러나 아이를 가족으로 맞는 가정이 있다면,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슬픈 엄마도 분명히 존재한다. 입양에 대한 축하와 함께 아이를 입양보낼 수 밖에 없었던 생모들에 대한 사회적 연대와 아이를 잃게 한 사회의 문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입양의 날은 반쪽짜리 기념일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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