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괄케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재가서비스 메뉴가 정비되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 개호보험제도에서 제공되는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개호보험제도의 급여내용과 지역밀착형 서비스

개호보험서비스는 크게 개호급여와 예방급여로 나뉘는데, 개호급여는 요개호대상자(1~5등급), 예방급여는 요지원대상자(1~2등급)가 이용하는 서비스이다. 서비스 내용별로 거택서비스(재가), 시설서비스(입소), 지역밀착형 서비스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보험자인 기초지자체(시정촌)에 재량권이 있는 시정촌 특별급여, 지역지원사업 등이 있다.

지역밀착형 서비스는 2005년 개호보험 개정을 통해 ‘소규모다기능형 거택개호’, ‘인지증대응형 공동생활개호’, ‘인지증대응형 통소개호’, ‘지역밀착형 개호노인복지시설입소자 생활개호’, ‘지역밀착형 특정시설입소자 생활개호’, ‘야간대응형방문개호’ 등 여섯 종류의 서비스가 도입됐다. 이후 ‘정기순회·수시대응형 방문개호간호’, ‘복합형 서비스’, ‘지역밀착형 통소개호’ 등이 추가되어 총 9종류로 구성되며, 지역포괄케어 실현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역밀착형 서비스의 특징은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지역사회생활을 24시간 지원한다는 관점에서 일상생활권 범위(인구 1~2만명 단위의 권역) 내에 서비스 제공거점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사업자 지정과 지도감독에 대한 권한을 보험자인 시정촌이 가지며, 각 시정촌은 지역 특성에 맞는 서비스 기반을 탄력적으로 정비할 수 있다. 또한 서비스 수가에 대해서도 국가가 정한 상한을 기준으로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원칙적으로 해당 지자체에 거주하는 주민만이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은 다른 거택개호 서비스와 달리 요양등급에 따라 이용횟수에 상관없이 월 정액제로 운영된다.

아래에서는 지역밀착형 서비스 중 그 취지가 잘 반영된 서비스로 여겨지는 ‘소규모다기능형 거택개호’와 ‘정기순회·수시대응형 방문간호개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소규모다기능형 거택개호

소규모다기능형 거택개호는 일부지역에서 치매노인 등을 대상으로 민가 등을 활용해 주간보호, 재가방문, 단기입소를 독자적으로 실시하던 탁로소(宅老所)의 실천모델을 채용, 2006년에 개호보험제도에 도입됐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여태껏 살아온 생활권을 벗어나지 않고,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이용자 중심의 케어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도입배경이라 할 수 있다.

소규모다기능형 거택개호는 주간보호서비스를 중심으로 이용자의 상태와 욕구에 맞추어 재가방문과 단기입소를 동일 시설 및 직원으로부터 제공받기 때문에 치매노인 등이 겪는 환경변화에 대한 부적응을 예방 및 완화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또한 이용요금이 월 단위 정액제로 운영되어 서비스 종류나 이용횟수에 관계없이 동일한 요금으로 이용가능하기 때문에 과도한 요양비용 지출을 막아준다. 참고로 이용요금(10%본인부담 기준)은 등급에 따라 약 1만3000엔~2만7000엔 정도다.

시설 당 등록정원은 29명 이하이고, 입소정원 9명, 주간보호 15명 등 서비스에 따라 일일 이용정원이 정해져있다. 시설에는 케어매니저가 배치돼 이용자의 케어플랜 작성 및 서비스 제공 등 생활전반에 대한 지원업무를 담당한다.

소규모다기능형 거택개호는 2018년 10월 기준 전국에 5363개소가 운영 중이고, 사업소당 이용자 수는 평균 17명이며 그중 약 45% 이상이 요개호도 3 이상의 중증대상자이다. 이용자의 약 1/3이 독거노인이며, 자택과 시설의 거리는 5㎞ 이내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처럼, 중증대상자 혹은 독거노인이라 할지라도 소규모다기능형 거택개호 시설을 이용하여 재가생활을 계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대상자별 이용 형태를 보면, 요개호도가 증가할수록 방문 및 주간보호 서비스 이용이 줄어들고 단기입소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중증자의 경우 심신기능의 저하로 인해 방문이나 주간보호 이용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2006년부터 1년간 인턴으로 일본의 사회복지법인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 때가 마침 소규모다기능형 거택개호가 도입되는 시기였다. 근무하던 법인이 동시에 3개 사업소를 위탁받게 되어, 개설초기부터 시설운영과 이용자들의 이용패턴을 몸소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소규모다기능형 거택개호시설은 케어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가족의 케어력이 증감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인데, 그때의 실천적 가설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된다. 그 연유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소규모다기능형 거택개호시설에서도 케어매니저의 지원계획은 이용자 본인은 물론 가족의 욕구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케어매니저에 의해 이용자 본인의 심신기능 및 잔존능력에 대한 사정을 바탕으로 서비스 제공계획이 작성됨을 원칙으로 하지만, 가족의 편의가 보다 우선이 되는 경우 방문·주간보호·단기입소의 혼합비율이 점차적으로 주간보호 혹은 단기입소 중심으로 편성되고 그 이용횟수 또한 증가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이용자의 중증화가 진행되면 단기입소 중심의 이용이 고착되어 일종의 입소시설처럼 이용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즉 가족케어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서비스 종류와 양이 조정·수렴된다는 것이다.

재가복지서비스는 가족케어자의 레스파이트(Respite), 즉 부담경감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소규모다기능형 거택개호시설은 월정액으로 운영되어 이용횟수나 종류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케어매니저와 가족케어자의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족케어자는 시설서비스의 최대한 이용을 통해 케어부담을 덜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점점 가속화 될 경우 가족케어자의 재가에서의 케어 의지가 퇴보되거나 궁극적으로는 포기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한편, 이러한 시설 내에서 제공되는 단일서비스로의 이용편중은 시설운영자 입장에서도 재가 파견비용 및 시간 절감, 업무단순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등 효율성을 가지기 때문에 오히려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서비스만으로 고령자케어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가족부담 경감을 위한 최대한의 서비스 이용은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본의 사회서비스체계가 여전히 가족지원을 동반한 케어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가족케어자의 케어력 저하는 고령자케어 전체적인 관점에서 손실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이용자의 존엄성과 삶의 질이 얼마나 확보되고 있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지역사회 내에서의 입소지원이 아니라 자택에서 계속해서 본인다운 삶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지역포괄케어의 취지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이용자 중심의 케어플랜작성을 바탕으로 한 가족케어자와의 협력적 관계 형성은 케어매니저의 중요한 역량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기순회·수시대응형 방문간호개호

정기순회·수시대응형 방문간호개호는 2012년부터 도입됐는데, 명칭 그대로 이용자의 자택을 정기적으로 순회하거나 수시로 방문하여 간호 및 개호(요양)서비스를 주·야간 24시간 체제로 제공하는 재가요양서비스다. 케어플랜에 따라서 주·야간 방문서비스를 정해진 시간에 제공하는 한편, 콜센터 운영을 통해서 이용자의 호출이 있을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방문요양 및 간호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이용은 월정액으로 운영되고 요금(10% 본인부담 기준)은 등급에 따라서 약 8000엔~3만엔 정도다. 운영 현황을 보면 시설 당 이용자 수는 평균 22명이고 절반이상이 요개호 3이상의 중증대상자이다.

정기순회·수시대응형 방문간호개호는 전국에 861개(2017년 10월)가 운영 중인데, 이는 전체 기초지자체중 40% 이상은 이 서비스가 도입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2012년 도입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지역별 편차가 큰 상황이다.

이처럼 확산이 더딘 이유는 지자체에서 위탁공모를 하더라도 인력확보의 어려움과 더불어 다른 재가 서비스에 비해 경영모델 확립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원하는 사업자가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필자가 임원으로 있는 한 사회복지법인에서 4년 전부터 이 서비스를 제공하여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바가 있어, 간략히 이 서비스가 가지는 장·단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해당 사업소는 개설 직후부터 반년동안 이용자 수가 월 5~6명에 불과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약 2년이 지난 시점부터 평균 20명 이상이 확보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어 적자는 면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경영 안정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

이처럼 경영면에서 보면 사회복지법인처럼 일정규모와 노하우를 가진 법인이 아니면 쉽사리 운영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 해당법인도 지역 케어 중추기관으로서의 사명감이 아니었더라면 적자경영을 2년 이상 버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이사회에서 언급한 바 있다.

정기순회·수시대응형 방문간호개호에 대한 서비스 이용 욕구가 지역사회에 일정수준 이상 존재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사업 유지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즉, 24시간 365일 방문간호와 요양서비스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 콜센터에서 상담원이 응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안심하고 자택에서 지낼 수 있다는 점이 이용자에게는 큰 장점으로 인식되었고 이용자 본인과 가족, 케어매니저의 입김을 타고 지역 내에 전파되어 성공적인 사업안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기순회·수시대응형 방문간호개호는 전국적으로는 확산이 더디지만, 독거노인 및 중증대상자가 안심하고 생활 할 수 있도록 24시간 케어를 제공하는 중요한 서비스라 평가된다. 보다 안정적인 운영과 초기적자 보전 등 운영에 대한 지원이 제공된다면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중요한 재가요양기관으로 발돋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기반 재가통합서비스 확충과 시장관리

한국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요양병원과 원거리·입소시설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소지역단위의 재가통합서비스가 장기요양보험제도 등을 통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일본의 소규모다기능형 거택개호나 정기순회·수시대응형 방문개호간호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서비스 질과 양이 확보될 수 있는 적정수가 설정 및 인센티브 제공 등 좋은 서비스의 고안과 창출뿐만 아니라, 이를 적절히 작동시키기 위한 서비스 시장관리도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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