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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예방 대책은?
  • 승인 202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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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아이들이 학대로 고통받고 사망에까지 이르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아동학대 예방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이 열렸다. (왼쪽부터)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복지연구센터장,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사회), 이동건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장
아동학대 예방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이 열렸다. (왼쪽부터)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복지연구센터장,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사회), 이동건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장

이봉주 최근 참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아동학대 신고 건수와 학대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양적 증가뿐만 아니라 내용을 들여다보면 학대의 대부분이 가정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가해자의 77%가 부모이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대가 80%에 이른다.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 조기 발견을 위한 여러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학대가 증가하는 원인, 특히 가정에서의 학대가 지속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류정희 코로나19로 인해 학대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신고 건수 증가는 학대가 증가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기존보다 발견과 신고가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도 있다. 그동안 정부는 아동학대 예방과 관련한 대응과 대책을 수차례 내놨다. 그러나 그 대응책이 얼마만큼 실효성을 가지고 지속해서 실행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그에 대한 대응과 예방체계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이동건 올해 1~5월 초까지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작년의 50%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무렵부터 신고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부모의 스트레스와 인식 문제다. 우리나라는 친권이 강하다 보니 아이들을 소유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또 ‘내 자식이기 때문에 내 방식대로 가르치겠다’는 신념 때문에 학대가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학대 건수 자체보다는 발견율이 높아지고 있다. 2018년 기준 아동학대 발견율은 2.9명이다. 2009년 0.8명과 비교할 때, 대폭 늘어난 것인데 그럼에도 아직 미흡하다. 미국과 호주의 아동학대 발견율은 13명, 일본은 6~7명이다. 신고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어 그만큼 발견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훈 정부 대책이 중앙정부 주도적이다. 학대가 일어나는 현장은 마을이고, 동네고, 집이다. 그런데 모든 사회 분야가 그렇듯 중앙정부 중심의 대책이 나오고 이를 지자체, 지역사회가 쫓아가는 형태가 되다 보니 지역사회 특성을 반영한 자율적인 대응체계가 부족하다. 사회서비스 영역은 최소한 지자체가 주도하는 방식의 역할분담 구조를 형성해야 했는데 우리나라 전반적인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문제가 이 시기에 아동학대 문제와 함께 불거져 나온 것 같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계층 간 문제가 여러 분야에서 불거졌는데 아동학대 역시 그것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대책을 이야기할 때 개인적 결함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층 간 격차 완화 차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봉주 정부 정책의 실효성과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진단을 해줬다. 최일선에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체감하고 있을 것 같다. 아동학대 신고 이후 처리 과정을 개괄적으로 설명해 주고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말해 달라.

이동건 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조사팀과 사례관리팀이 있다. 학대가 발생하면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신고가 접수된다. 조사팀은 신고 접수 및 경찰로부터 통보가 오면 3일 이내에 피해 아동과 행위자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해야 한다. 피해 아동, 행위자, 주변 가족, 이웃, 친척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 학대 여부, 학대유형 등에 관한 사례판단을 한다. 학대로 판정되면 사례관리팀으로 이관돼 6개월간 재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한다. 학대 피해가 심각한 건은 고발 조치하고 가정 내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안 될 경우 학대피해아동쉼터에 머물게 하면서 수사와 조사, 재판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재판이 진행되면 그만큼 사례관리 기간도 길어진다. 또 원가정 복귀가 안 되면 쉼터에서 양육시설로 전원 조치되는데, 이 경우 아동이 만18세가 될 때까지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강제권한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에 68개소가 있다. 학대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관 수를 늘려야 하는데 아동보호 예산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기금에서 충당하고 있어 증액이 쉽지 않다. 현장, 학계, 국회 등에서 10년째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의 편입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봉주 아동보호 예산이 턱없이 낮은 데다 그 구성을 기금예산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미봉책에 머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발견율을 높이겠다는 일시적인 대책이 아닌 기본적인 인프라 강화가 중요하다. 아동학대 예방에 접근하는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오는 10월 개정된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된다. 공공성과 학대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는데 특례법 시행을 어떻게 보는가? 긍정적 측면과 추가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부분 등을 말해 달라.

이동건 법 개정에 따라 10월부터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 판단, 조치 등을 시군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맡게 된다. 조치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사례관리를 진행하게 되고 이후 사례 종결 결정 역시 시군구가 맡게 된다. 즉, 시작부터 종결까지 정부가 책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빈틈을 어떻게 메우느냐다. 조사팀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언어적인 메시지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메시지를 파악하고 온다. 부모의 태도나 표정, 집안 환경 등 구술하기 어려운 많은 점을 사례관리팀에 전달해 사례관리 계획이 수립된다. 그런데 앞으로는 시군구에서 조사 후에 자료가 전산으로 넘어오게 된다. 비언어적인 메시지는 담을 수 없어 사례관리 계획 수립 시 문제점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로 조사와 사례가 분리되면 업무 조율이나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로 인한 사각지대 발생 가능성이 크다. 실제 조사단계에서 사례관리팀으로 제대로 이관되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밀접하게 조율하느냐가 큰 숙제다.

정재훈 지자체가 직접 조사에 나선다는 것은 발전의 한 단면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이다. 사회복지공무원이 현장에 있으므로 전문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전제하기 쉽지만, 지자체 상황에 따라 담당자가 일반 행정직인 경우도 있다. 또 사회복지공무원이라 할지라도 순환보직시스템이어서 2~3년 지나면 담당자가 바뀐다. 처음 이보도를 접했을 때 독일의 사례가 생각났다. 독일은 지자체에 아동청소년국이 있어서 학대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자체에서 먼저 조사를 하고 이후 지역사회 민간조직과 협력해 개입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은 독일은 담당자가 10~20년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사회 아동이 어떤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지를 훤히 꿰고 있다. 결국 담당공무원의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협력체계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류정희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공의 책임성 강화라는 지향과 방향성은 바람직하다. 특히 학대 관련 조사에 강제성을 부여한 것이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사례관리,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학대 피해 아동의 가족, 혹은 행위자가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안은 현장조사, 사례관리 등을 위해 학대 행위자에게 출석과 진술,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고 거부할 때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중요한 부분은 지금까지 사법체계와 아동보호전문기관 간 의사결정 단계에서 소통이 되지 않아 누락되는 아동이 많았다. 개정안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학대 행위자의 임시 조치·보호 처분의 이행상황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부분이 아동보호체계의 통합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시군구는 229개인데 아동보호전문기관은 68개소에 그치고 있다. 무엇보다 조사와 사례관리를 어떻게 하나의 통합적인 체계로 끌고 갈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전문성도 문제다. 업무와 역할에 있어 권한이나 책임을 분명히 하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 공통의 눈높이와 판단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통의 교육 및 훈련과정이 필요하다. 사례관리 조사도 당분간 공통으로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전문성, 공공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봉주 전반적인 취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전문성, 통합체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가 큰 과제로 보인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대응에 있어 양면성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일각에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처벌만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니므로 보다 적극적인 서비스 강화를 통해 학대예방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의견은?

류정희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가 가지는 양면성이라고 생각한다. 훈육 등을 이유로 관용해왔던 부분도 있었고 양형기준 등을 명확하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아이가 부모에게 제대로 양육받고 보호받을 수 없는 조건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그 결정을 담당자의 개인적 판단에 맡겨왔다.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원칙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렇게 분리된 아동을 사회적으로 돌아보거나 보호하고 지속해서 사후관리하지 못했다. 또 그동안 사후관리 과정에서 원가정을 들여다보지 못한 문제점이 있었다. 최근 원가정과 분리되어야 할 시점에서 분리되지 못한 아이들이 죽거나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즉각 분리’라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부모가 양육의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인적 문제, 사회·경제적 문제를 지원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 역할은 지역사회에서 같이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예방’은 지역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가정을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정재훈 전문가들과 이야기해보면 처벌 중심의 대책을 찬성하는 분은 거의 없다. 대부분 서비스 강화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대중적 논리로 가면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외국도 아이를 폭력으로 대하는 것이 처음에는 경범죄 수준이었다가 범죄로 인식되는 과정을 지났다. 이들 나라와 우리가 다른 부분은 외국은 가해자를 관리하는 사후관리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해자에 대한 사후관리가 잘 안되고 있다. 출소 후 관리 시스템 등이 연결되어야 한다. 또 궁극적으로는 아동 권리 차원에서 가해자보다 피해자 상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동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강화하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동건 현장에서 가장 많이 갈등하고 어려워하는 문제가 ‘조치’다. 아동학대 사건은 행위자가 보호자인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치사죄는 살인죄와 형량이 같은데 실제 판결에서는 양형기준에 따라 형량이 3~4년에 그친다. 최근 양형기준을 높이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보호자가 아이를 제대로 양육할 수 있도록 취업 알선, 알코올 중독 및 조울증 치료, 상담 등이 지원돼야 한다. 보호자가 의무적으로 치료·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봉주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 과정을 보면 크게 예방 측면, 신고와 발견, 사후관리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예방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지 말해 달라.

이동건 국가가 아동이나 보호자에게 서비스를 개시하는 시기가 있다. 출산 후 아동수당을 신청할 때, 어린이집에 맡길 때 등이다. 이 같은 서비스를 지급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교육을 이수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영아 사망 사건의 경우 10대가 부모인 경우가 많다. 10대 보호자를 대상으로 의무교육이 더욱 강화되면 좋겠다.

정재훈 아이가 주위에 늘 노출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모와 아이들만 집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둘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누군가 알 수 있는 시스템이 되면 부모도 컨트롤할 수 있게 되고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독일에서는 코로나19로 고립되다 보니 사회복지사들이 아이에게 전화하거나 집 앞에 찾아가 직접 만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결국은 지역사회의 문제가 될 것이다. 아이가 동네에서 사는 모습이 늘 모니터링될 수 있으면 좋겠다.

류정희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 방식으로 수년 동안 이야기되어 온 게 가정방문 서비스다. 무상보육에도 양육수당이 남아 있는 이유는 영유아는 부모가 집에서 돌보는게 낫다는 점에서 그 유의미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아이들이 어떻게 살고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위기 상황으로 판단됐을 때만 찾아가는 것이 아닌 출산 후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지속적인 가정방문 서비스가 정례화돼야 한다. 아이가 처음 태어나 병원에서 퇴원할 때, 100일이나 돌이 됐을 때 등 중요한 시점마다 방문하면 국가가 감시자가 아닌 조력자로 함께 축하해 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고 가정방문에 대한 거부감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영유아일수록 노출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한다. 학대 위기 아동을 빅데이터를 통해 찾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 있지만 시스템이 갖춰져도 이를 점검하는 건 사람이다. 업무가 많은 읍면동의 경우 1차, 2차, 3차 방문하러 가서 만나지 못하면 대부분 아이를 보지 않고 사례를 종결해 버린다. 학대가 예방되고 사전에 발견될 가능성이 차단되는 것이다. 전문적인 인력 강화도 예방을 위한 중요한 요건이다.

이봉주 우리나라는 아동학대 조기 발견과 신고율이 전반적으로 낮다. 그중에서도 특히 신고의무자의 신고 비율이 상당히 낮다. 외국의 경우 신고 건수중 80%가 신고의무자의 신고로 이뤄지는데 우리나라는 2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조기 발견, 신고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어떻게 보는가?

정재훈 결국 공동체의 복원인 것 같다. 이웃이 보고 교사가 봐야 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이웃공동체, 지역공동체가 파괴된 것 같다. 내 일이 아니면 개입하지 않고 ‘내가 신고했을 때 그다음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생각하며 대부분의 사람이 신고를 포기한다. 스마트폰에 시선을 박고 주변을 바라보지 않는 우리네 일상이라고 한다면 신고율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공동체의 복원이 필요하다.

이동건 국가 전산망이 서로 연계가 안 되고 있다. 위기 아동 유관기관 간 협력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학교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받아 나가면 교장부터 교사들이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 의무적으로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교사는 신고의무자임에도 불구하고 신고가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신고의무자의 역할을 강화하고 현장기관 간 전산상 빅데이터가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

류정희 신고의무자가 신고했을 때 신변 보호나 증빙을 제시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런 부담이 매우 크다. 따라서 신고의무자가 신고하지 않았을 때 페널티를 주는 것 이전에 그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 실제로 그런 사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2014년 이후 신고체계를 일원화했는데 아직도 사람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전화한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시군구에 아동보호팀이 생기더라도 신고는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시군구 아동보호팀 등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확실한 경우 경찰에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 이후에 신고 접수가 하나로 모여 정보가 연계되고 공유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봉주 아동학대 사후관리는 현재 인력과 자원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이동건 아동복지법 제29조에 근거해 사후관리를 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거부하고 피하면 아이의 안전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현재 사례관리 상담원당 관리하는 아동 사례가 64명 정도다. 유럽의 경우 12~17명인데 우리나라는 3배 이상이다. 지침에는 한달에 한 번 이상 방문하도록 되어있는데 현실은 거부하는 가정이 많아 통화조차 어렵다. 상담원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사건이 터지지 않기만을 기대하는 거다. 이렇게 접촉이 어려워 학교로 찾아가면 민원을 넣거나 고소당하기도 해 소진이 많이 일어난다. 위협, 협박, 성희롱, 욕설 등도 다반사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평균 근무년수가 2.8년이고 이직률이 30%다. 업무 강도는 높은데 처우는 사회복지사 인건비 가이드라인 기준 86% 수준이어서 이직률이 높다. 전문성이 확보돼야 현장에서 정확한 판단과 조치를 할 수 있는데 근무년수가 짧다보니 이런 부분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봉주 결국은 전문성 있는 인력 확보를 통한 서비스 강화와 사례관리 강제성 보장이 중요한 것 같다. 끝으로 거시적으로 아동 권리, 아동보호를 증진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말해 달라.

정재훈 학대 예방을 위한 예산과 지속적인 업무를 담보 받은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사회 민간 전문가들의 지속적 개입이 가능한 구조가 돼야 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 중심의 보호 또는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공동체를 복원하는, 지역사회 아이를 ‘우리의 아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류정희 언제부턴가 아동보호, 아동학대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 ‘민주주의는 사람들의 피를 먹고 자라난다’라는 말을 빌려와 ‘아동보호체계는 아동들의 죽음, 아동들의 피를 먹고 자라는 걸까’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 속에서 아이들은 늘 대상화됐고 죽거나 다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만 사회는 조금씩 변해왔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대상이 아니라 아동보호체계 안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에 있고 싶은지, 어떻게 변화되고 싶어 하는지를 스스로 말하고 그걸 반영할 수 있는 체계가 됐으면 한다.

이동건 우리나라는 아동보호 영역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동보호 관련 예산이 GDP 대비 0.2%로 OECD 평균 예산의 7분의 1수준이다. 국가가 아이들을 방임하고 있는 거다. 조만간 범부처 합동 아동학대 종합 대책이 발표된다고 하는데 큰 기대가 되지 않는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외침이나 정책은 의미가 없다. 국가가 아동학대 예산을 일반회계로 전환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동보호 전달체계나 대응에 있어서 중요한 시그널이 될 것이다. 두번째는 인식 개선이다. 보호자이면서 가해자가 아이들을 소유물로 여기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태도, 그래서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와 돌봄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다.

이봉주 아동 안전, 아동보호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의 하나이고 그 권리를 지키는 게 국가의 기본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 정부나 사회의 아동학대, 아동보호에 대한 시각이 권리적인 측면이 아니라 시혜적인 측면으로 접근해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는 단발적이고 대증적인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권리적인 차원에서 시스템을 강화하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행복한 사회가 되길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