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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감염병·재난에 취약하다
  • 승인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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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및 재난에 대비한 ‘장애인 종합대책 마련’해야

사례1 3월 17일 서귀포시에서 학교 개학 연기 및 복지시설 휴관 등으로 발달장애자녀의 돌봄・지원을 오롯이 감당했던 어머니와 발달장애자녀가 차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수학교를 다니고 있던 발달장애학생은 학교에서 긴급돌봄이 지원됐지만, 마스크를 장시간 쓰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돌봄을 이용할 수 없었다. 모든 활동이 단절된 발달장애인은 생활 루틴이 깨지면서 도전적 행동이 심하게 나타났던 것으로 추정되며, 결국 돌봄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어머니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례2 6월 3일 광주에서 주간보호센터 등 복지시설 휴관으로 발달장애자녀의 돌봄・지원을 감당하던 어머니와 발달장애자녀가 차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복지시설 휴관에 따라 홀로 발달장애자녀를 돌보던 어머니는 한계를 느끼고 장애자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하지만 병원 생활의 어려움 등으로 3개월간 10kg 이상 체중이 줄어들자 결국, 퇴원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장애인 빠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코로나19는 장애인에게 더욱 가혹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회서비스 기관들이 휴관을 하며 서비스가 위축됐고, 거주시설과 같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은 바이러스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통제의 강도가 더해졌다. 이러한 영향 아래 시설 거주 장애인은 종전의 시설 생활로 인한 구조적인 인권침해 외에도 다양한 문제에 노출되는 등 코로나19의 파장이 크게 다가왔다.

이에 최근 장애계를 중심으로 감염병 및 재난에 따른 장애인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6월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코로나19와 장애인의 삶’을 주제로 장애인 종합대책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대구경북에서의 경험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위기가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한 종합대책의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건강권 △장애인거주시설 사회복지시설 △지역생활·자립생활 △교육권 등 분야별로 나누어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전근배 정책국장은 건강권과 관련해 “코로나19 확산과 공적마스크 공급을 앞둔 3월 초, 당시 정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지만, 그 범위 안에서도 장애인은 제외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는 장애인을 안전 취약계층으로 포함하고 있지만, 정작 감염병이 확산되고 있는 시기에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장애인을 배제했다는 것.

이에 따라 그는 “장애인에 대한 감염병 대응 가이드라인은 또 다시 도외시됐다”면서 “정부가 정한 감염취약계층의 범위는 ‘만12세 이하의 어린이 및 만65세 이상의 노인’, ‘임산부 및 기저질환자’로 국한하고 있어, 장애인의 기본적인 건강상태와 가구환경, 생활 특성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관련 정보 및 보건의료체계 ‘접근성 확보’ 우선

또한 △코로나19 관련 정보접근의 어려움 △장애인 상황 고려가 부족한 마스크 공급 및 방역 지원 △검진체계에서의 장애접근성 부족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지원 대책 부재 등을 문제점으로 손꼽았다.

그는 이어 “장애인거주시설 및 사회복지시설은 집단 수용생활로 인한 전반적인 권리침해가 더욱 심해졌다”며 “외부인과의 소통 및 교류 기회가 억제되면서 발달기회가 박탈되고, 장애상태가 퇴행되는 등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손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위기가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복지관, 주간보호시설 등 대표적인 지역사회서비스 기관이 휴관함에 따라 기관 중심의 사회적 지원·돌봄시스템이 붕괴됐고, 그로 인해 상당한 시간을 지역사회 기관에 의존했던 장애인일 수록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 정책국장은 “발달장애인이 그 대표적 집단”이라며 “주간활동서비스 기관, 복지관 등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그 당사자와 가족이 오롯이 책임을 전가 받는 상황이 벌어졌고, 그 결과 자녀 살해 및 동반 자살과 같은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언했다.

그는 이런 현황을 근거로 ‘감염병 및 재난에서의 장애인 종합대책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종합대책의 핵심은 △코로나19 관련 정보 및 보건의료 체계에서의 접근성 확보 △장애인의 관계 중심적 방역 지원 △장애인 확진자를 위한 치료 및 지원 △시설 거주 장애인의 사회활동 및 최소한의 교류 보장 △안전한 거주 공간 및 지원인력 제공 △장애인 가구에 대한 보편적 생계지원금 추가 지급 △장애인 개인별 지원 체계 확대 △지역별 사회서비스원 또는 거점 복지기관 지정 후 공적 운영 △장애인 학습자를 위한 접근성 보장 등이다.

“위기상황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아야”

이와 관련해 최용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국장은 “코로나19 이후 이런 감염병 상황이 반복될 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복지 협곡으로 내몰지 않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발달장애인 지원이 제공기관이 아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장애인 대응 체계에서의 문제점으로 △메르스 이후 5년간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관련 부처의 문제적 인식 부재 △비장애인 중산층에 맞춰진 지역사회 감염병 대응 매뉴얼 △장애인 집단 거주시설 등에 대한 부적절한 조치 △대책 없는 장애인 감염병 대응 등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다양한 환경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고려한, 그래서 누구도 위기상황에서 배제되지 않고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고 준비한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는지 끊임없니 시험하고 검토하며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정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신장장애인 입장에서 △신장장애인 고위험군 분류 필요 △신장장애인 마스크 우선 지원 △신장장애인 자가 격리 병원 마련 △인공신장실 의무소독 및 환기시설 마련 △신장장애인 응급이동지원센터 지자체별 설치 등을 코로나19 대응 정책 제안으로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