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배 교수
이창배 교수

 얼마 전 입주민의 폭력에 고통 받던 노인경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노인근로자에 대한 인권침해 특히 정신적, 신체적 폭력에 대해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인격적 근로 환경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이런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아서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노인근로자가 노동시장에서 종사하는 분야는 다양하겠지만, 그 중에서 주요한 분야인 경비원 업무는 감시·단속직의 분야에 속하고 이는 비교적 정신적 혹은 육체적인 피로가 적고 근로기간이 간헐적·단속적이어서 대부분 대기기간이 많은 유형의 업무를 뜻한다. 주요 유형으로 아파트나 건물의 경비직 혹은 학교의 야간당직, 그리고 주차관리원 등이 이에 해당하고 업무의 강도가 다른 업종과 달라 「근로기준법」에서 명시한 주요 근로기준(근로시간, 휴게, 휴일)의 엄격한 적용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경비원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대부분이 60세 이상의 노인근로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은 연령 혹은 신체적 조건 때문에 인권침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글은 노인경비원에 대한 사안들을 중심으로 노동시장에서 노인근로자의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서 몇 가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신체적·정신적 폭력 피해실태

노인경비원의 상당수가 신체적·정신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보고서에 제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노인근로자 중 비록 많은 수는 아니지만 약 5%를 차지하는 42명이 근무 중 혹은 근무와 관련하여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고, 언어적․정신적 폭력의 피해는 30% 이상이 경험을 한 것으로 답변하여 노인근로자 10명 중 3명이 신체적 혹은 정신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국가인원위원회, 2013). 신체적 폭력과 언어적·정신적 폭력의 가해자는 주로 고객이었고, 그 다음으로 많은 수가 근무지의 관리자로 나타나, 노인경비원들이 주로 상대하는 고객이나 주민이 가하는 폭력 외에도 관리자가 행사하는 폭력이 빈번한 것으로 보인다. 수치를 자세히 살펴보면, 입주민이나 고객들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노인경비원은 전체 경험자의 64.9%에 달했고, 또한 관리자나 직장 상사로부터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이들은 약 1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신적·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노인경비원들은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로 고통 받고 있고, 이는 정신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불안장애,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노인경비원들도 다수 보고되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폭행이란 「형법」 제260조에서 규정하는 폭행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신체에 대한 고통 및 상해 뿐 아니라 직장상사의 지속적인 정신적·언어적 폭력도 「근로기준법」 제8조에서 금지하는 폭행금지 의무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나아가,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폭행은 발생한 시간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정당화될 수 없고, 근로시간 외에 사업장 밖에서 발생한 폭행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사용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근로관계에 근거하여 노동자에게 폭행을 행사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감시·단속직 노인근로자의 경우 비정규직 신분이나 미약한 신체 조건을 이유로 신체적 혹은 정신적·언어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사용자뿐만 아니라 고객 혹은 입주민에게도 다양한 유형의 폭력을 당하고 있어 신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노인경비원 대상 폭력 가해자>

출처: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 2013, p153
출처: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 2013, p153


 근로환경에서의 인권침해

노인경비원에 대한 인권침해는 근로환경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부분이 근로감시이다. 사업장의 근로감시(전자감시)는 사용자가 첨단기기를 활용하여 사업장 내외에서 근로자의 작업과정과 일상생활에 관한 각종 정보를 수집·저장·전송·가공·분석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자의 근로감시를 위해 활용되는 방식은 CCTV, 위치추적시스템(GPS), 휴대전화 등이 있으며, 노인경비원과 관련하여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기술은 작업장 내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보고서(2013)에 따르면, 노인경비원들이 근무하는 장소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고 응답한 이는 전체의 약 3분의 1 정도로 보고되었고, 그들은 CCTV가 설치된 목적을 시설물 보호 때문인 것으로 인식하였다. 하지만, 동 보고서의 응답자의 13%는 사용자가 근무장소에 CCTV를 설치한 목적이 근무감시를 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하여 노인경비원의 근로를 감시하기 위한 CCTV의 설치는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특히, 경비원들이 근무하는 많은 사업장은 휴게시설을 따로 구비하고 있지 않아서, 경비원들은 휴게시간에 마땅한 장소가 없어 근무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므로 이 장소에서의 영상정보 수집은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의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 볼 수 있다.

2011년 9월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의 제정으로 사업주가 당사자 동의가 없는 감시를 강요하거나, 노동 감시를 목적으로 사업장 내 CCTV를 설치한 것은 규제의 대상이 되었다. 기존에 설치된 CCTV라도 기존의 법령에 의거하여 적법하게 설치되거나,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을 경우 법에 따라 새롭게 동의를 받거나, 이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운용할 수 있다. 동법 제25조제2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목욕실, 화장실, 발한실(發汗室), 탈의실 등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7년 고용노동부가 근로자 인권 보호를 위해 사업장의 전자감시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여 전자감시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변화로 판단할 수 있으나 개별적인 사업장에 모두 적용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연령으로 인한 차별

많은 노인경비원들은 근무와 관련하여 연령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노인경비원들은 평균적으로 66세에 이르면 퇴직을 요구받는다고 응답하였다.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충분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나이에 달하면 퇴직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불합리한 처우를 받아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업주가 ① 모집·채용, ②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➂ 교육․훈련, ④ 배치·전보·승진, ⑤ 퇴직·해고 등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제4조의4).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종교·나이 등을 이유로 고용 등의 행위에서 특정인을 우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경우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모집 채용상의 연령제한이 허용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기준은 업무상 불가피성, 고용기간 확보의 필요성, 업무수행 관련 편의제공의 과도한 부담 등의 세 가지 부분만 인정된다. 구체적으로 “① 업무의 성격 또는 업무수행의 상황에 비춰 정해진 연령을 초과하는 대부분의 자가 해당 업무의 본질적 의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고, 그러한 특성을 개인별로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비현실적인 경우 …② 효과적으로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훈련시키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또는 퇴직 연령에 이르기 이전까지의 일정한 합리적 기간을 고려하여 채용 시 최소한의 상한 연령이 요구되는 경우 … ➂ 정해진 연령을 초과하는 자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데 편의제공이 필요하며, 그 부담이 사회통념상 과도한 경우” 등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연령 제한이 합리적으로 입증될 수 있다(조용만, 2012: 89-90). 「국가인권위원회법」과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노인근로자에 대한 연령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에 따른 결정들을 이미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인경비원들은 높은 연령으로 인해 고용에 대한 차별을 받을 우려가 있고, 실제로 일정한 나이가 되면 회사로부터 퇴직을 요구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사회가 개선해야 사항들

노동시장에서 노인근로자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다음의 사항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침해를 구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확보하고, 그에 대한 노인근로자의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107조(벌칙)를 근거로 업무상 신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을 가한 관리·감독자에 대하여 노인근로자가 일반노동자와 동일한 구제방안을 이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홍보해야 한다. 노인경비원의 경우, 계약관계의 특수성과 근로자의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한 공공연한 차별이나 폭력이 행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노인근로자에게도 일반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권리 침해에 대해 스스로 구제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신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해결과정을 홍보하여 노인근로자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폭력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고, 이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과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에 대한 폭력과 이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서는 사회전반의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비인격적 대우 등에 대한 고충처리 절차를 활성화하여 노인근로자의 의견을 보다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둘째,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사용자의 책임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노인경비원들은 많은 수가 자신을 파견한 용역업체 이외에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업무에 대한 지시 및 감독을 추가적으로 받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사용자의 책임을 확대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경비업 근로자의 경우,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대표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조합 대신 근로자협의회 등을 설치하고 용역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사용자위원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여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가지도록 할 수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로까지 사용자 책임을 확대한다면 관리자는 물론 입주자를 포함한 입주자대표 등에 의한 폭행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노인근로자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시행되었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수차례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결정을 발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인근로자의 비율이 높은 감시·단속직 분야에서 연령차별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노인근로자에 대한 연령차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노인근로자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을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인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숙련도, 성실성, 책임감 등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 그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임을 인식시키는 홍보 캠페인이나 공익광고 등이 필요하다. 또한 연령차별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그 해결과정을 홍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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