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마태복음 5장에는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말씀하신 산상수훈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산 위에서 예수는 제자들에게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신약성경 마태복음 5장에는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말씀하신 산상수훈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산 위에서 예수는 제자들에게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이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케 하는 자,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는 복이 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예수는 복이 있는 자들에게 그에 따르는 상급을 약속합니다. 교회에서는 산상수훈의 여덟 가지 복 중에서 가장 은혜로운 복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화평케 하는 자라고 설교하고 있습니다. 영어 성경에는 화평케 하는 자를 Peace Maker로 적고 있습니다. 화평케 하는 자란 평화를 사랑하는 평화주의자를 말함이 아니라 스스로 평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란 뜻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갈등과 분쟁의 세상 한가운데에서 치열하게 평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야 말로 가장 숭고한 가치임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웨덴 출신의 경제학자 다그 함마르셸드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1953년 제2대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출된 함마르셸드는 재임기간 동안 세계 각 지역의 분쟁해결에 앞장서 유엔의 위상을 확고하게 정립하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한국전쟁을 비롯해서 헝가리 자유화운동, 수에즈운하문제, 중동 사태 등 당시의 국제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함마르셸드는 분쟁의 현장에서 동분서주했습니다. 1961년, 콩고와 카탕카 사이의 분쟁해결을 위해서 콩고로 가던 도중 잠비아 상공에서 항공기사고로 함마르셸드가 사망하자 온 세계가 그를 추모하였고 노벨위원회는 그의 공적을 기려 노벨평화상을 수여했습니다. 당시 비행기 추락참사직후 사고항공기의 잔해를 수색하던 조사반이 그의 유품 두 점을 찾아냈습니다. 그것은 성경과 토마스 아킨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라는 책 두 권이었습니다.

나중에 뉴욕의 아파트에서 발견된 일기에서도 그의 내밀한 육성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사랑과 화해로 분열된 세계를 하나 되게 해달라는 간구의 기도였습니다. 그는 진정 세상을 화평케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함마르셸드는 매일 '하루하루 겸허함을 배우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없는 사선의 한가운데에서 그는 안전한 세상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세상을 화평케 하기 위해서 그는 늘 평화가 없는 세상 속에 있었습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세계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함마르셸드에게 평소 그를 아끼던 지인들이 안전을 돌볼 것을 권유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음을 찾지 말라. 죽음이 우리를 찾을 것이다. 다만 죽음을 완성으로 만드는 길을 찾으라."

한글사전에 보면 사회복지란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을 추구하는 광범한 사회적 시책의 총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굳이 뜻을 풀어 덧붙이자면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이 바로 사회복지인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상을 꿈꿉니다. 그러나 평화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듯이 살기 좋은 세상 또한 아무 수고 없이 얻을 수 있는 복록이 아닙니다. 사회복지를 통한 복지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죽음으로 완성에 이르고자 하는 '화평케 하는 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누구입니까. 다름 아닌 사회복지사들입니다. 우리가 남향의 따뜻한 창가에서 잘 숙성된 복지의 과즙을 즐길 때 그들은 북향의 한벽한 땅에서 한 톨 복지의 씨앗을 발아시키기 위해서 헌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매일 이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외로운 독거노인들, 가난한 소년소녀 가장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 병상의 환자들 그리고 거리의 노숙자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사람 소외되지 않는 세상, 모두 다 소망 가운데 다시 일어서는 세상, 사랑으로 하나 되는 세상, 그리하여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사회복지사들은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진정한 피스 메이커들입니다. 예수는 이미 복음을 통해서 화평케 하는 자에게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는 상급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상급을 지불해야 할 때입니다. 세상의 평화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에게 주어지는 복지의 과실 또한 이 땅을 화평케 하는 자 곧 사회복지사의 헌신과 맞바꾸어 얻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야 말로 이 시대의 함마르셸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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