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확대·장애연금 대상 확대 등 문제 산적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0월 14일 창립 16주년 기념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10월 14일 창립 16주년 기념토론회를 개최했다.

“언제까지 장애를 증명해야만 합니까?”

“장애등급제는 폐지됐지만, 서비스 지원종합조사표 때문에 여전히 불안합니다.”

지난 7월, ‘장애등급제’가 도입된 지 31년 만에 폐지됐다. 하지만 장애계에서는 ‘형식적 폐지일 뿐, 진짜 장애인등록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10월 14일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주제로 열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창립 16주년 기념 정책토론회에서도 장애계는 “여전히 장애판정은 의학적 판정이 유지되고 있다”며 “새롭게 도입된 종합조사표 또한 기존의 의료적 관점에 기반을 두고 기능제한 중심의 서비스 판정체계에 머무르며, 등급제폐지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장애등록제 폐지를 통해 △기존의 1∼6급 장애등급을 중증·경증으로 단순화하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해 개인별 맞춤형 지원기반을 마련하며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에게 해당 서비스를 지원함으로써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을 내세웠다.

하지만 장애등록제 폐지 3개월째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장애인의 삶은 나아진 것 없이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판정·전달체계에서 장애인 권리 보장해야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정부의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내용은 시기만 구체화됐을 뿐 지난 정부에서 추진됐던 ‘장애등급제 개편’과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인다”며 비난했다.

이에 따라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과제로 △장애인연금 대상 확대 및 소득보장 확대 △활동지원서비스 및 예산 확대 △판정·전달체계에서 장애인의 권리 보장 문제를 제시했다.

박 이사장은 “장애인 복지욕구 1순위이자 장애등급제 폐지의 핵심인 ‘소득보장’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대상자의 사각지대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등급’이 ‘장애정도’로 바뀌는 이 시점에, 어째서 장애인연금 대상 기준은 바꾸지 못하고 그대로 두는지, 최소한 장애정도(1∼3급/4∼6급)에 부합되게 전체 3급 장애인까지 단계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비스 기준 개편 역시 핵심 과제는 ‘예산확대’”라며 “장애인활동지원의 경우 예산액수만 놓고 보면 소득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산확대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2019년 예산 세부내역을 보면 현재도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서비스 수가 인상 말고는 확대 된 게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장애등급제 폐지는 그 자체로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이를 계기로 장애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장애인의 완전한 통합과 참여를 이룰 것인지가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각장애인에 맞는 서비스 개발 요구

이날 토론자들 또한 장애등급제 폐지가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는데 공감했다.

이선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등록제가 의학적 손상정도를 기준으로 만들어졌

기 때문에 장애인등록제의 구성요소인 장애등급제도 의학적 손상정도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장애등록제를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애등급제의 폐지를 주장한다는 것은 모순을 나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국장은 “장애인의 필요에 맞는, 필요한 만큼의 서비스가 개발되고 제공돼야 장애인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애등급제 폐지가 청각장애인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라는 호소도 이어졌다.

김철환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활동가는 “현재 종합지원조사 판정도구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판정하기 위한 도구의 연장선”이라며 “이러다보니 정보접근이나 의사소통에 제약을 받는 청각장애인에게 이 판정도구는 무용지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청각장애인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에 따른 예산확보 방안도 마련하며, 전달체계 과정에 감정장애인 전문가를 배치하는 등 청각장애인의 욕구를 끌어내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순길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팀장은 “제도폐지 시행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예산 문제, 기존 수급자의 급여량 문제 등도 함께 고려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보수적으로 검토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계의 다양한 의견을 많이 듣고 수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체계가 될 수 있도록 연구도 하고 있으니 많은 의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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