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사업장 종사자 선진시스템 둘러보며 한국푸드뱅크 발전 방향 모색

한국푸드뱅크가 푸드뱅크 발상지인 미국과 선진지인 호주를 다녀왔다. 지난해 실시한 ‘기부식품 등 제공사업장 평가(이하 ‘사업장 평가’)’ 우수사업장 종사자들은 9월 15일부터 9월 22일까지 미국·호주 푸드뱅크 관련 기관과 기업들을 둘러봤다.

미국 연수단은 글로벌 푸드뱅킹 네트워크(The Global Foodbanking Network),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 커뮤니티 하베스트 푸드뱅크(Community Harvest FoodBank), 노던 일리노이 푸드뱅크(Northen Illionois FoodBank)를, 호주 연수단은 푸드뱅크 오스트레일리아(Foodbank Australia), 노스사우스 웨일즈&오스트레일리아 수도주 푸드뱅크(Foodbank NSW&ACT), 기부기업인 울워스(Woolworth), 사푸토(Saputo)를 방문했다.

실제 판매 기간과 제공 기간 구분…식품 자원 범위 넓혀야

미국 연수단이 커뮤니티 하베스트 푸드뱅크에서 수확한 옥수수를 장기보관하기 위해 위생모를 착용하고 처리공정을 체험하고 있다.
미국 연수단이 커뮤니티 하베스트 푸드뱅크에서 수확한 옥수수를 장기보관하기 위해 위생모를 착용하고 처리공정을 체험하고 있다.

미국 연수단은 글로벌 푸드뱅킹 네트워크와 피딩아메리카가 위치한 미국 푸드뱅크의 본산, 시카고 등을 다녀왔다.

미국 연수단이 처음 방문한 기관은 글로벌 푸드뱅킹 네트워크다. 글로벌 푸드뱅킹 네트워크는 전 세계의 결식 해소와 식량자원 관리를 위해 국가 푸드뱅크 간 연계를 강화하고 국가 푸드뱅크의 신규 설립을 도모하는 국제 NGO단체다.

미국, 아르헨티나, 캐나다, 멕시코 푸드뱅크가 연합하여 1986년에 설립했으며, 현재 설립국외에 유럽연합, 영국, 싱가포르 등 총 37개국 푸드뱅크가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푸드뱅크는 2013년에 회원국으로 최초 가입하였으며, 2016년과 2019년 2차례의 재인증을 거쳐 회원국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푸드뱅킹 네트워크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푸드뱅크를 확대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하는 ‘2019 아태지역 푸드뱅크 컨퍼런스’를 한국푸드뱅크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

미국 연수단이 방문한 두 번째 기관은 피딩 아메리카다. 피딩 아메리카는 1979년 설립된 미국 최대의 기아 구호 단체로, 미국 내 200개의 푸드뱅크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피딩 아메리카의 주요 업무는 대규모 식품 모집 및 지원, 푸드뱅크 운영을 위한 교육 및 기술지원, 푸드뱅크 홍보 및 브랜드 관리 등 우리나라의 전국푸드뱅크와 유사하지만, 각 지역 푸드뱅크와 개별적으로 체결하는 멤버십 계약 등에는 큰 차이가 있다.

피딩 아메리카는 각 지역 푸드뱅크의 위치, 식품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의 인적구성 비율, 농촌이나 도시 등 환경적 요건 등 다양한 지역적 특수여건을 고려해 푸드뱅크별로 맞춤화된 개별 멤버십 계약을 체결하고, 지역 푸드뱅크의 운영을 평가한다. 단일화된 평가지표로 전국의 푸드뱅크를 평가하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특히, 식품 안전성과 같은 푸드뱅크 운영 핵심요소의 경우, 미국 농무부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업체를 통한 정기감사 및 불시검문 등으로 철저하게 사업장을 관리하는 점은 눈여겨 볼만했다.

세 번째로 방문한 커뮤니티 하베스트 푸드뱅크는 시카고와 지역적으로 인접해 있는 포트웨인에 있음에도 4시간을 버스로 이동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커뮤니티 하베스트 푸드뱅크는 농촌 지역에 위치하여 콩, 옥수수 등을 재배하는 자체 농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인근 농장주로부터 농장 일부를 기부받아 다양한 신선식품을 공급받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커뮤니티 하베스트 이용자는 “인생은 아무도 알 수 없고 누구나 음식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아픈 사람이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듯이 음식이 필요한 사람이 푸드뱅크를 이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푸드뱅크 이용에 대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부 우리나라 사정과는 사뭇 다른 인식이다. 미국 연수단에게는 푸드뱅크의 존재 의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였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노던 일리노이 푸드뱅크는 일리노이주 제네바에 있으며, 미국 전역 푸드뱅크 중 규모 면으로 10위 안에 든다. 노던 일리노이 푸드뱅크는 직원의 약 20배에 달하는 3000여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를 물품 분류 업무 등에 투입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 봉사자를 자원봉사자 그룹의 일일 리더로 삼아 업무를 조율하고, 기업 사회공헌 봉사그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원봉사자를 관리하며 업무의 능률을 올리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기부와 자원봉사가 일상적이고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미국 문화의 힘을 새삼 느끼는 계기였다.

기부 의미 퇴색 우려해 기부금 영수증 원치 않아

호주 연수단이 노스사우스 웨일즈&오스트레일리아 수도주 푸드뱅크를 방문하여 기념촬영하고 있다.
호주 연수단이 노스사우스 웨일즈&오스트레일리아 수도주 푸드뱅크를 방문하여 기념촬영하고 있다.

호주 연수단도 푸드뱅크 오스트레일리아, 노스사우스 웨일즈&오스트레일리아 수도주 푸드뱅크, 기부기업인 울워스, 사푸토가 위치한 시드니를 다녀왔다.

호주 연수단이 처음 방문한 기관은 푸드뱅크 오스트레일리아였다. 푸드뱅크 오스트레일리아는 ‘배고픔 없는 오스트레일리아(Zero Hunger in Australia)’를 미션으로 삼아 사업을 운영한다. 푸드뱅크 오스트레일리아는 호주 내 가장 큰 기아 대책 기구로 하루에 21만끼의 식사를, 매월 71만명의 이용자에게 매년 약 4300㎏의 음식을 제공한다.

기부된 식품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자체 추산으로 20빌리언 달러(한화기준, 1천680억원)에 달한다(호주 푸드뱅크는 1㎏당 23호주 달러를 적용하여 기부금액을 환산한다). 또한, 호주 지역 내 2600개의 시설 및 2000개의 학교에 식품을 제공하고, 전국에 7개의 물류창고, 9개의 지역 배분센터, 5개의 허브를 두고 있다.

특히, 기부기업과 2600개의 이용시설 간 온라인 주문시스템을 운영하여 효율적인 배분을 하고 있다. 식품업체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기부식품을 등록하고, 각 이용시설은 필요한 식품을 시스템을 통해 주문, 푸드뱅크는 운송업체를 통해 물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호주 내 모든 푸드뱅크는 호주 자선 단체 및 비영리위원회(ACNC)에 가입, 지도·감독을 받으며, 호주 경쟁 및 소비자위원회, 세법(재산세, 법인세), 주 정부 규정, 착한 사마리아인 법, 자원봉사자 보호를 준수한다. 또, 자체적으로는 식품 및 식료품 운영지침, 푸드뱅크 운영 정책, 사업자 등록지침을 갖고 있다. 특히, 푸드뱅크 사업자에 대한 엄격한 사업자 등록지침을 적용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호주 연수단이 두 번째로 방문한 기관은 노스사우스 웨일즈&오스트레일리아 수도주 푸드뱅크다. 1992년에 시드니 푸드뱅크로 설립되었고, 2014년 현재의 기관명으로 변경·운영하고 있다.

푸드뱅크 오스트레일리아에 등록된 전국 7개의 물류창고 중 하나로, 노스사우스 웨일즈주와 오스트레일리아 수도주에 기부물품을 배분하는 물류 배송의 핵심거점으로, 연간 1만2000t의 식료품, 약 2300만 인분을 지원한다. 특히, 자원봉사자의 안전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원봉사자에게 매일 5㎏의 식료품을 제공함으로써 봉사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자유롭게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한다.

세 번째로 방문한 울워스는 호주 내 1400개 이상의 점포를 가지고 있고, 뉴질랜드 33개의 딕앤스미스 일렉트로닉스(Dick Smith& Electronics)지점을 소유한 호주 최대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다. 호주 모든 지역에 울워스를 설치하여 운영함으로써 국민에게 식품 및 생활용품을 제공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사업을 운영한다.

1924년 12월 5일 시드니 피트스트리트에 위치한 올드 임페리얼 아케이드에서 시작하였고, 푸드뱅크 오스트레일리아의 파트너로 푸드뱅크 내 두 번째로 큰 식품 협력 업체다. 울워스는 자체적으로 푸드뱅크 기부활동에 대한 직원교육을 진행하고,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지점리그 경연대회도 운영한다. 해마다 호주 내 자선단체 등에 2조6000억원 정도의 식품 및 생활용품을 기부하고 있다.

특히, 울워스는 호주 내 자선단체에 후원하지만, 기부금 영수증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성공한 기업은 당연히 사회에 환원해야 하며, 세제 혜택보다는 당연한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 호주의 환경 및 국민을 위해 기부한다는 점은 연수단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사푸토는 1954년에 창립된 호주 최고의 유제품 가공 업체로 식품 제조 및 유제품을 호주 푸드뱅크에 기부하고 있다. 사푸토는 푸드뱅크 오스트레일리아의 전국 우유 프로그램 파트너로 호주의 기아 퇴치를 위한 협력으로 ‘2019 Foodbank Award’를 수상했다. 매년 매출의 1%, 3 0만ℓ의 신선한 우유를 호주 푸드뱅크에 기부하고 있으며, 푸드뱅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추가로 필요량을 기부하여 호주 내 지역사회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푸드뱅크, 목표 달성 최우선…선진화된 시민의식 ‘눈길’

미국 연수단은 미국의 푸드뱅크를 방문하면서 미국 푸드뱅크의 업무체계가 목표지향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미국 내 푸드뱅크는 기부자의 정보를 언론 및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등 기부자를 보호하여 식품 기부를 장려하고, 물품의 실제 판매 기간과 푸드뱅크 내 제공 기간을 구분하여 제공할 수 있는 식품 자원의 범위를 넓힌다.

또, 기부된 물품은 개별 가치를 측정하지 않고 무게에 따라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행정을 간소화하는 등 전체적으로 푸드뱅크 운영체계가 식품자원을 모집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하는 푸드뱅크의 목표 달성에 최우선으로 집중한 형태다.

호주 연수단은 호주 내 시민의식과 호주 기부기업의 기부의식이 선진화되어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푸드뱅크는 사업수행을 위한 법, 시행령, 시행규칙, 지침, 사업비 지원, FMS운영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지만, 중복수혜 방지, 제도 악용 등 유독 이용자 선정 및 사업 관리에는 예민하다.

호주인들은 “어려운 상황에 당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 등을 받을 수 있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면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한국푸드뱅크 연수단은 선진지 연수를 통해 우리나라 푸드뱅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그러나, 미국·호주 푸드뱅크 운영상의 여러 장점은 각 나라의 사회·문화적 배경이나 환경적 요소에 기반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고려사항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연수를 통해 새롭게 알게된 점과 도입할 수 있는 점들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반영·적용한다면 이번 연수가 우리나라 푸드뱅크를 발전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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