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사회통합…당사자 중심 서비스 제공해야

"나의 마지막 퇴원 직전 시기를 떠올려 보면 가족들은 내가 두렵다고, 더 이상 함께 살지 못하겠다고 눈치를 보며 말했다. 여동생의 간곡한 설득으로 결국 퇴원과 함께 입소시설에 들어가야 했다. 여동생이 혼자 어렵게 알아본 입소시설은 6개월 동안 거주할 수 있는 곳이라 했다. 너무 겁이 났다. ‘6개월 이후에 나는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사회에서 버려진 것만 같았다. 그와 함께 나에게 ‘생존’과 ‘안전’은 항상 의식해야 하고, 항상 걱정해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6월 24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정신재활시설 포지셔닝 정책토론회’ 토론자로 참석한 정신질환자 당사자의 담담한 고백이다.

그는 현재 공동생활가정에서의 마지막 1년의 삶을 남겨두고 있지만, 다행히 퇴소 후 여동생으로부터 일부 월세 보증금을 지원받기로 하고, 공동생활가정에서 계획하는 방법들로 불안한 미래를 세워가고 있다.

6월 24일 서울시의회에서 ‘정신재활시설 포지셔닝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6월 24일 서울시의회에서 ‘정신재활시설 포지셔닝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당사자서비스 등 3세대 정신재활서비스 개발해야

최근 정신질환자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질환자에 대한 공포감을 키우기보다, 우리나라 정신건강복지체계의 취약성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이에 따라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문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재활시설의 역할변화를 통한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의 사회통합전략을 제언했다.

김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의 회복과 재활, 사회통합을 위해 전문적 사례관리는 필수불가결하다”면서 “그 가운데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례관리는 이제, 자원연계보다 임상적 사례관리, 위기개입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신재활시설이 차별화된 사례관리기능을 정립해 지역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의 회복, 재활, 자립생활 지원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정신재활시설의 역할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신건강관리나 기능훈련에 중점을 둔 1세대 및 2세대 정신재활서비스를 넘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희망하는 정신장애인을 위해 주거, 고용, 당사자서비스 및 옹호 등을 지원하는 3세대 정신재활서비스를 개발하고, 이와 관련한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재활시설 한계, 시설 연대로 돌파구 찾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은 현재 정신재활시설의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정신재활시설의 서비스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실질적인 서비스 내용의 구조화와 인력의 전문성, 그리고 역량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규모 정신재활시설의 경우 이용자의 욕구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기관의 인력상황에 맞춘 정형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것.

문 관장은 “이러한 서비스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낮병원이나 기존에 유지되어 오고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업내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정신재활시설은 특성화된 영역으로의 서비스 내용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신재활시설의 인력, 예산 등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지역 내 시설의 연대와 공동서비스 개발로 돌파구를 찾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서울정신재활시설협회 직업재활분과의 사례를 실례로 들었다.

주상현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팀장은 “정신장애당사자의 회복과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1차원적인 사례관리가 아닌 당사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정신장애인의 강력범죄사건이 발생될 때마다 행해지는 정신장애당사자의 일제조사가 아닌 치료 및 정신재활서비스를 받지 못한 사각지대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박유미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역재활시설 확충 등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고 △24시간 응급대응체계를 구축하며 △수요자중심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정신질환자 관련 하반기 서울시 정책 추진 계획을 밝혔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