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지출 확대에도 효과는 ‘미미’…단기성과보다 지속가능성 고민해야

정부가 ‘포용적 복지국가’ 실현을 목표로 복지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포용적 복지’는 무엇이며, 어떻게 구현해 가야 하는지 정책 과제와 나아갈 방향을 알아본다.

포용적 복지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김형용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사회를 맡은 장영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정책연구실장
포용적 복지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김형용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사회를 맡은 장영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정책연구실장

사회 포용적 복지국가는 ‘어느 계층도 소외됨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과 복지서비스를 고루 누리면서 개인의 역량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나라’다. 정부는 출범 이후 ‘포용적 복지’를 표방하며 다양한 사회복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늘 좌담은 정부의 ‘포용적 복지’ 정책 방향을 살펴보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먼저, 현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포용적 복지의 개념은 무엇인지 간략하게 정리해 달라. 또한 이전 정부에서 표방했던 ‘생산적 복지’, ‘참여 복지’, ‘능동적 복지’ 등과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가?

김용하 정부가 ‘포용적 복지’를 구호로 내세운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생산적 복지’, ‘능동적 복지’는 복지의 효율성을 강조했는데, ‘포용적 복지’는 복지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지난 정부에서도 복지를 확대해왔지만, 그 속도를 가속화해 OECD 복지국가 평균수준에 가능한 빨리 도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김형용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는 일자리 문제, 즉, ‘고용 없는 성장’이다. 정부가 지향하는 ‘포용적 성장’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생산적 복지와 다를 게 없고 낙수효과와 같은 의미로 보이지만, 고용 없는 성장의 핵심은 ‘누가 경제성장을 이끌었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의 기업가치 80%가 ‘애플 문화’라고 이야기한다. 현재 애플은 대부분의 사업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과거 기업가치의 80%는 유형자산이었지만 현재는 무형자산이 더 크게 차지한다. 그래서 포용 성장, 포용 복지는 우리사회에서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내부인을 새로 정립하는 개념 같다. 여성이나 남성, 청년과 노인 등의 차별구조로 볼 때 청년구직수당을 주는 한국형 실업부조, 노인 중심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다양한 차별적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게 포용적 복지의 핵심 같다.

홍경준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포용적 복지를 주제로 지역순회토론회를 개최했다. 포용적 복지의 개념을 정리하고,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나아가 ‘포용적 복지’ 기조하에 수행됐던 복지에 대해 국민들의 평가는 어떤지 등을 논의했다. 다섯 번의 토론회를 통해 ‘포용적 복지’란 포용국가, 포용복지국가, 혁신적 포용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정책영역에서 추진해야 하는 것, 또는 이러한 기조에서 추진되는 일련의 정책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과거 정부와의 차이는 ‘포용적 복지’가 중요한 국정과제 중하나라는 점이다. 예산 증가율 측면에서도 그렇고, 복지에 대해 이전 정부보다 더 긍정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혁신과 포용이라는 정부의 국정과제에 있어서 ‘복지’를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역할이 아니라 적극적인 역할,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 정부와 다른 점이다.

사회 그렇다면, 포용적 복지와 소득주도 성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하위계층의 소득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정책방향인데, 이러한 정책 효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도 함께 말해 달라.

김형용 포용적 복지를 선순환 구조로 이야기하는데, 포용적 복지가 되어야 혁신이 일어나고, 혁신이 일어나면 골고루 분배가 되고, 낙수효과나 가계소득향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포용적 복지를 하면 임금소득이 올라가고, 소득이 올라가면 포용적 복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모든 과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상호보완관계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서비스원에서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을 채용해 임금수준을 높여주고 처우를 개선해준다고 하면 기존 인력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보다는 새로운 노동시장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숙련도나 자격기준이 더 좋은 사람이 시장에 진입하게 되는 거다. 그렇게 되면 기존 50〜60대 요양보호사는 시장에서 밀려나게 된다. 최저임금제도도 마찬가지인데, 최저임금을 올리면 영세자영업자가 힘들어지고, 이들이 실업하게 될 경우 포용적 복지가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해야 되는데, 그런 장치없이 최저임금만 인상하게 되면 계층 간 갈등만 더 커지게 된다. 이는 단순히 선순환 구조가 아니라 상호간 다양하게 조화가 이루어져야 실현 가능한 것이다.

홍경준 이론적으로 포용적 사회정책, 혁신적 사회정책으로 나누어 볼 때 각각이 포괄하는 정책범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포용적 사회정책의 맥락속에서 아동수당이나 여러 현금급여가 추진되고 있다.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워 구매력을 자극하고 그로 인해 수요를 창출해 성장으로 가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이 포용적 사회정책, 포용적 복지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른 차원이다. 소득주도성장의 맥락에서 가장 먼저 구체화된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축구에서의 ‘세트피스’처럼 상호간의 연계·협력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한 전제가 있다. 예컨대, 커피집 사장이 알바 임금을 올리기 위해서는 인상되는 임금만큼 커피 값을 올리거나, 임대료를 낮추거나, 카드수수료를 낮추는 등 최저임금 인상부분을 누군가에게 전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법적조치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법적조치는 국회에서의 법안 재개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유일하게 국회의 입법과정을 거치지 않고 실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세트피스가 부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만 강하게 밀고 나간 거다. 때문에 정책의도는 좋았지만 의도한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김용하 고령화,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재분배 정책인데, 그동안 사회복지제도에서의 재분배는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져 왔다. 하나는 생산시장에 직접 개입해 배분을 균등하게 가져가는 일차적 배분 방법이고, 두 번째는 생산시장을 벗어나 조세나 복지지출을 통해 소득을 재분배 하는 방법이다. 최저임금은 일차적 배분관계에 개입하는 것인데,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고용과 노동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실업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과 같은 총수요 증대 정책은 대부분 물가인상을 가져와 고물가 고임금 국가가 된다. 고물가 고임금 정책은 폐쇄국가에서는 상관없지만 글로벌 개방국가에서는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표적으로 성공한 나라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고물가 고임금 정책을 펼치면서도 자율시장 개방을 통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우리와 같이 단지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지출 확대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너무 단기적 성과에만 연연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사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인 것 같다. 이부분을 위해 정부가 많이 고민할 거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가 포용적 복지를 내세우면서 실현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무엇이 있는가? 또한 아동수당, 기초연금 인상 등 현금급여 확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는데, 이에 관한 의견을 준다면?

홍경준 포용적 복지 하에서 실현한 대표적인 정책이 ‘현금급여 확대’다.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이 두가지가 가시적인 부분인데, 다양한 차원에서 이견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중 하나가 현금급여보다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견의 축은 보편과 선별의 이슈다. 그런데 보편과 선별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기초연금은 빈곤 갭에 있어 계층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어려운 노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인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높긴 하지만 OECD 복지선진국과 비교해 압도적인 격차를 가질 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통계상 가구 개념 차이로 빈곤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 같다. 아동수당은 보편적으로 다 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김용하 ‘포용적 복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문재인 케어다. 그런데 실제 제도별, 급여항목별 복지지출 내용을 보면 건강보험급여보다 현금성 급여인 기초연금, 아동수당, 근로장려세제 등이 오히려 대폭 확대됐다. 현금성 급여가 필요한 계층이 분명히 있긴 하지만, 효과성이 문제라고 본다. 기초연금만 하더라도 금액이 늘어난 만큼 노인빈곤율이 감소되지 않고 있다. 현재 기초연금은 노인의 70%를 대상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5% 수준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45% 노인에게 집중해야 노인빈곤율 해소에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거다. 아동수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월 10만원을 지급해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출산과 양육에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는 돌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만6세까지는 국가책임보육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가 문제다. 아동수당에 2〜3조원을 쓰는 것보다 오히려 돌봄과 관련한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근로장려세제도 현 정부 들어 2조5000억원이 증액됐는데, 실제 근로빈곤 문제가 얼마나 해결됐는지 잘 모르겠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좀 더 효과성 있는 정책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김형용 현금을 준다고 아이를 낳지 않고, 단순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해서 보장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을 인상한다고 임금수준이 올라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앞서 홍 교수가 말한 ‘세트피스’처럼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기존의 정책을 강화하는 수준으로는 복지국가체제가 바뀔 수 없다. 그리고 저생산성 이야기를 하는데, 얼마 전 OECD 자료를 보니, 핀란드의 국가생산성을 올리는 건 1〜9인 미만 사업장이다. 이들이 대기업보다 생산성 증가율이 5배 정도 크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생산성의 역설이 발생하는 곳이 중소기업과 소기업이다. 지원체계가 미흡해 창업도 잘 안되고, 혁신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아동수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보편적 사회수당 제도를 설립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사회정책방향을 어떤 식으로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신호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서비스부문에서는 예산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게 건강과 돌봄이다. 건강은 문재인 케어, 돌봄은 커뮤니티케어인데, 건강관련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통제까지 하면서 효과성을 기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달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것도 하나의 큰 복지영역이라고 본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52시간 정책은 복지정책이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복지의 베이스를 넓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기초연금은 그야말로 노인빈곤율을 줄이는 데는 효과적인 정책이라 생각되며 70% 노인이 빈곤으로 떨어지지 않게 막아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금 더 인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현 정부는 처음부터 국정과제로 일자리정책을 강조해왔다. ‘일자리가 복지다’, ‘고용과 복지 연계’ 등을 강조했는데, 그렇다면 포용적 복지 하에서 고용과 복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김용하 보건복지부문 일자리 증가가 제조업이나 서비스부문 일자리 감소를 메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임금 수준이 너무 낮아 고용의 질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문의 서비스일자리를 어떻게 하면 좋은 일자리로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인가를 중요하게 고민해야 한다.

홍경준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데 여전히 잘 안 되고 있다. 그 원인을 생각해보면, 일자리 자체 생산성이 낮아 저임금이 되기 때문이다.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그 보다 서비스가 발전할 여지는 많은데 다양한 규제가 존재하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의료법이다. 우리나라는 보건복지와 관련된 서비스 영역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은 다 의사만 할 수 있다. 그 다음이 간호사다. 이렇게 다층화되어 있어 요양보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이런 제도적 환경을 해결해야만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괜찮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쉽지 않겠지만 이런 문제가 개혁되어야 한다.

김형용 임금은 크게 생산성,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협상력, 사회·문화적인 제도로 인해 격차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비스업은 생산성이 높을 수 없는 구조다. 의료시스템이 고비용인 사회에서는 이를 대체하는 사회서비스의 생산성이 당연히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어느 정도 커버하고 있어 사회서비스 비용이 대체시장으로서 비싸질 수가 없다. 앞서 법 규제도 언급됐는데, 노인이나 장애인의 경우 요양보호사나 장애인활동지원사가 간병할 때 가래제거를 위해 석션해 주는 것이 중요한데, 석션은 간호조무사도 할 수 없고 간호사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현재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 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양보호사나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자격을 달라고 하는데 그걸 막고 있다. 결론은 활동지원사나 요양보호사를 간호사로 다 대체해야 되는 상황인거다. 그러면 생산성은 높아지겠지만 그만큼 비용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현 정부가 고용과 복지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만큼 실효성은 없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일자리가 복지라는 말은 맞지만 민간시장과의 연계에 한계가 있다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게 현실적인 대책이기도 하다. 사회서비스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들도 공공부문 일자리를 더 많이 늘려야 한다.

사회 지난해 복지계에서는 사회서비스원과 커뮤니티케어가 이슈였다. 사회서비스원은 올해 4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커뮤니티케어 역시 8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는데, 사회서비스원과 커뮤니티케어 도입으로 우리나라 복지전달체계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거라 예상하나?

홍경준 사회서비스원 설치는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에 있어 국가부문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시작해 여러 이슈가 있다. 사회복지전달체계의 단순 통계치로 볼 때 국가부문이 너무 적어 일정부분 확대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다만, 그 이슈를 큰 정책과제로 추진하는 건 불필요한 논란을 조장하는 것이다. 제공주체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국가부문의 확대는 의미가 있으나 국가부문이 커진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전달체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건 서비스의 질, 공공성의 문제다. 개인적으로 국가 역할 확대가 공공성의 확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서비스원 설치는 ‘서비스제공주체의 다원화’라는, 국가부문을 늘린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지 그 이상을 생각하는 것은 무리다. 커뮤니티케어는 지자체별로 많은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직 실체가 없어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김형용 사회서비스원이 전달체계 개편방안이긴 하다. 현재 공공부조는 행정기관, 사회보험은 공공기관이 전달체계를 맡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영역이 다양하지만 대부분 민간부문이다. 사회서비스 전체 예산에서 6만여 개의 민간 사회복지법인 개인시설이 차지하고 있는 예산은 얼마 안 된다. 현재 사회서비스 예산의 80〜90%는 요양과 보육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요양과 재가의 경우는 공공이 1%도 안 되고 나머지는 민간이다. 보육시설도 10개 중 8개가 민간이다. 사실 공공이 프로바이더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 펀더와 컨트롤러의 역할만 잘 해도 되는데 지자체의 역량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다. 민간에서는 시장에 공공이 들어오면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서 반발하고 있다. 언론과 복지계에서도 일부 동조하는 것 같다. 사회서비스원은 수레만 요란하게 출발했을 뿐 들어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가고 있다. 커뮤니티케어의 경우도 누구는 코끼리의 다리를 이야기하고 누구는 꼬리를 이야기하는 등 각자의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커뮤니티케어의 가장 큰 문제는 요양병원이다. 요양병원 입소 병상률은 OECD 평균 1000명당 3.6명인데 우리나라는 1000명당 36명으로 10배가 넘는 규모여서 민간과 크게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지자체별로 ‘민관협력 모델을 만들어 오라’는 수준으로 가고 있어 표준화된 모델이 만들어지지 않고 정책 추진력도 떨어져 있다. 선도사업 예산도 60억원 정도에 그쳐 공약대로 갈 것 같지 않다.

김용하 사회서비스원이 공공서비스 공급주체를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추다가는 실패할 것이다. 오히려 민간 중심의 서비스가 책임성 있고 자율적으로 규제되면서 공공서비스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새로운 공급주체를 관리한다는 측면보다는 기존의 각종 사회서비스를 조직·체계화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한다. 커뮤니티케어는 그 필요성은 있지만 커뮤니티라는 개념 자체는 원래 자생적이어야 한다. 시장바닥에서 저절로 생겨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공공과 민간의 각종 서비스체계를 연결시키는 건 과거에도 있었다. 사회복지협의회 등 많은 조직이 있는데, 각각 경쟁구도에서 협력할 모티브가 없는 거다. 공공과 민간을 정부가 나서서 커뮤니티케어로 연결시킨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한계가있을 것이다.

사회 어느 나라나 커뮤니티케어를 도입할 때 10〜20년이 걸려 개혁 이후 들어왔는데, 우리는 준비기간 없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런 위치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포용적 복지의 개념을 살펴보고, 현 상태의 포용적 복지 위치, 정책에 대해 알아봤다. 앞으로 미래가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복지모형은 어떻게 구축되어야 할 지, 보다 나은 사회복지모형 구축을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말해 달라.

김형용 기본적으로 시민권을 누구에게, 어떤 권리를 주느냐가 큰 담론이 될 것 같다. 사회권이 무엇이고 사회권에 해당되는 시민의 범위가 누구까지인지를 재정립하고 복지의 모형을 다시 짜야 한다. 기존에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사회보험이 복지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구조로는 이 시스템이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자를 포용하고, 청년 등을 포용할 것인지가 핵심적인 과제일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가장 큰 핵심은 절차적 권리성이 아주 강하다는 것이다. 법에 있는 걸 못 받으면 지자체 공무원이 책임져야 하고, 아니면 이의제기 구조를 통해 한 달 안에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 반면 우리는 국민들이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보다 절차적 권리까지를 보장하는 형태의 법·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활 소비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소득보다도 서비스일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서비스부문의 확대도 반드시 필요하다. 중수준 중복지를 이야기하는데, 기본적인 많은 사람이 배제된 상황에서는 고복지 전략이 지금 한국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복지라고 해서 고부담은 아닐 수 있다. 고부담을 노동자의 근로소득으로 얘기하는데, 우리나라는 국세 부분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어디에 매길 것인지는 같이 논의해봐야 한다.

김용하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단기적으로는 저성장이고 장기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 심화이다. 노인인구비율이 2067년에 46.5%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이는 세계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 국가가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우리가 사회보장재정추계를 해보면 현행을 유지했을 때 2060년경 우리나라 복지지출 비율은 GDP 대비 30% 수준으로 늘어난다. GDP의 30% 수준이면 스웨덴이나 프랑스, 독일 수준의 고복지 국가와 같은 수준인데, 지출은 고복지이지만 노인인구 비율이 40%를 넘기 때문에 여전히 중복지가 되는 거다. 현재 GDP 대비 30% 수준의 복지를 지출하고 있는 나라들은 노인인구 비율이 20%도 채 안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는 한 복지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 등을 포함한 대개편이 필요하다. 능력에 따른 비용부담을 통해 효과적으로 재원조달하면서 복지급여는 욕구에 따라 보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현재 복지시스템으로는 복지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제4차 산업혁명 등 근로자성 자체가 애매해지는 상황에서 사회보험제도가 지속가능할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계획을 논의해야 할때다.

홍경준 복 지모형을 어떻게 구 축해야 할지는 너무 큰 얘기다. 다만 어떤 방향의 모델이건 모든 정책은 100% 진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10년 사이 국정과제를 50% 이상 실현해본 정부는 없는 것 같다. 입법화나 제도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다 안됐기 때문에 하고자 했던 부분을 얼마만큼 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는 이슈가 아니라, 정부가 제안한 정책들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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