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부처 일원화하고 다함께 양육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해야

우리나라 영유아 및 아동돌봄체계 현황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촘촘하고 질 높은 아동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과제와 정책 방향을 알아본다.

우리나라 아동돌봄체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이 열렸다. (왼쪽부터) 김송이 한양여자대학교 사회복지보육학과 아동보육전공 교수, 이응창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아동돌봄정책팀장, 정선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 아동돌봄체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이 열렸다. (왼쪽부터) 김송이 한양여자대학교 사회복지보육학과 아동보육전공 교수, 이응창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아동돌봄정책팀장, 정선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 정부가 지난 2월 ‘포용국가 아동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5월중 아동에 대한 국가책임 확대를 위한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이 양육을 부모뿐만 아니라 사회와 가정이 함께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국가 책임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종합계획 발표에 앞서 우리나라 아동돌봄체계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먼저, 영유아 및 아동돌봄체계를 진단하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말해 달라.

김송이 영유아 분야에서는 ‘돌봄체계’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지만, 어디까지를 ‘돌봄’으로 볼지 고민은 된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돌봄은 크게 가정양육을 제외하고 어린이집과 아이돌봄서비스를 들 수 있다. 최근 아이돌보미 학대 사건으로 논란이 일긴 했지만, 적어도 이 두 가지는 공적인 체제 안에서 어느 정도 관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어린이집 시스템은 아주 잘 되어 있다. 문제는 교사와 기관의 질, 아이들이 받는 돌봄 서비스의 질인데, 복지부, 여가부, 교육부, 행안부가 각각 따로 관리하고 지자체에서도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일원화가 안 되고 있다. 관리를 일원화해 예산 낭비를 막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시급하다. 무엇보다 아이 돌봄을 제공하는 교사와 돌보미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는 다른 교육보다 인성검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전문지식 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 존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CCTV 등을 논의하기 전에 제대로 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대상자를 선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국가책임제’를 이야기하는데 실제 아동양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자칫 국가가 아동 양육을 다 해줘야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아동 양육의 책임은 부모와 가정에서 지되,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해 상생하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보편적인 복지도 좋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이 지원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산은 한정돼 있으므로 이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선영 아동에 대한 돌봄에는 아동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교육하는 것, 아이의 신체적·심리적인 잠재력을 키워낼 수 있도록 양육하는 것 등 크게 교육과 양육이 포함되는 것 같다. 체계이론은 미시부터 거시이론으로 나아가는데 돌봄체계에 있어 미시체계는 부모이고 거시체계는 국가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보통 아동돌봄을 이야기할 때 아동과 부모의 상호작용을 얘기하는데, 가정에서의 돌봄이 잘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책임제로 가는 것은 부모에게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돌봄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진 후에 국가가 지원해주면 좋겠다. 돌봄의 영역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역시 고민이다. 지난해 서울 아동종합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니, 공적돌봄서비스에 사교육도 포함되고 있었다. 아동의 방과 후 돌봄에 사교육이 활용되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도 현재 사교육을 돌봄서비스로 이용하고 있다. 아무리 방과 후 돌봄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한 공간에 두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퇴근 전까지 방과 후 돌봄 이외에 사교육을 돌봄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만 하더라도 좌담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저녁 7시가 넘는데, 돌봄교실, 학원까지 다 끝나는 시간이어서 아이 맡길 곳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 결국 지인의 친정어머니까지 동원해 아이를 부탁하고 왔는데, 이처럼 긴급 돌봄의 위험상황도 자주 맞닥뜨린다. 결국 모든 사람이 돌봄의 위기에 노출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특히, 맞벌이가정의 경우는 더 그러하다.

김송이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전업주부의 경우도 급한 일이 생기면 당장 아이 맡길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부탁할 수 있는 건 지인뿐인데, 그런 면에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결국 돌봄 사각지대가 없이 채워질 수 있도록 전체적인 그림이 먼저 그려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한 쪽으로만 집중되는 느낌이다. 가정에 수당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 예산을 잠시라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사용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고, 다 함께 양육하는 사회분위기가 필요하다. 또한 수당을 받는 부모가 1년에 한번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적어도 부모로서의 책임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교육하고 교육을 이수하면 수당을 지급하는 체계가 되면 좋겠다.

사회 서울시가 지난 3월 ‘온마을 아이돌봄체계 구축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 중이다. ‘온마을 돌봄체계’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이응창 서울시의 아동돌봄 정책 방향은 ‘영유아나 아동의 최종적인 돌봄 목표는 가정양육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차적으로는 일·생활 균형을 만들어야 한다. 앞서 국가책임제에 대한 의견이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국가책임제’는 그동안 아동복지를 포함한 복지영역을 상당부분 민간에 맡겨왔고 국가가 방임했다면, 이제는 국가가 책임지는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반성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 역할이 중요하다. 서울시가 영유아 및 아동돌봄체계를 만들 때 ‘온마을 돌봄체계 구축’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가 결국 ‘아이는 나의 아이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로 온마을이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거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새로운 시설을 늘려 돌봄 공백이나 사각지대를 채우려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복지시스템과 체제, 인프라를 존중하고, 복지전달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인 중복성과 분절성, 그리고 비효율성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온마을에 있는 자원을 연계해 돌봄 공백을 메우고자 한다. 영유아돌봄은 0〜6세, 아동돌봄은 6〜11세 이상인데, 영유아돌봄체계의 경우는 상당부분 공적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지속적으로 투자해 양질의 인프라를 만들고 종사자 처우개선을 통해 돌봄의 질 저하를 막아야 하는 과제는 있지만, 통계적으로 영유아부분은 60% 이상이 공적 시스템 내에 들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6세 이상의 아동,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돌봄 인프라는 12% 이하다. 이는 OECD 국가의 절반정도 수준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경력단절의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된 시기가 자녀의 초등학교 1〜2학년 시기다. 여성들이 자기 역량을 펼 수 있는 돌봄 인프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한쪽으로 치우치다 보니 다른 쪽에 공백이 생긴 거다. 기존의 아동돌봄체계는 경제·사회적으로 힘든 가정을 위해 주로 이루어졌는데, 이 부분은 당연히 필요하고 강화돼야 하지만, 맞벌이가정과 같은 일반가정에 대한 돌봄 공백도 채워줘야 한다. 이를 확충해서 촘촘한 돌봄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하는게 온마을 돌봄체계다. 기존 돌봄시스템인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방과후 아카데미, 초등돌봄을 인정하고 보호·지원하면서 현재 비어있는 맞벌이가정의 돌봄 공백을 채워나가 아이들이 방치되거나 방임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 초등돌봄체계의 30%가 공적체계 내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며, 그 중에서도 맞벌이가정의 75%가 돌봄센터를 통해 돌봄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할 계획이다. 돌봄센터 인프라 부분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시설의 규모나 형태, 서비스 내용 등 돌봄 인프라를 제대로 만들고 종사자를 제대로 관리해 부모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사회 ‘온마을 돌봄체계’의 취지는 너무 좋다. 그런데 기존의 지역아동센터와 역할이 일부분 중복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응창 일부 중복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복지서비스 자체가 여가부, 복지부, 교육부 등에 편재돼 있고, 이중 학교 밖과 학교 안 돌봄은 어느 정도 구분지어진 상태다. 이중 학교 밖 돌봄의 경우 여가부와 복지부 소관 사업이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마을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이 되려면 누군가는 코디네이터를 해줘야 한다. 물론 부모와 아동에게 일차적인 선택권을 줘야하지만 코디네이팅을 촉진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서울시에서도 마을에서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이를 고민하고 있다. 아직 논의단계에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지역아동센터와 키움센터가 상호 연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집중돌봄이 가능하고, 온마을 돌봄체계의 중심에 있는 ‘우리동네 키움센터’는 탄력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각각의 장점이 있다. 이 두 가지가 잘 접목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앞서 아이 돌봄을 제공하는 교사와 돌보미에 대한 인성검사가 필요하다는 언급도 됐는데,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체계를 만들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김송이 먼저 관리부처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시설 안전 등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특히, 아이돌보미사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어린이집은 정부나 지자체 등을 통해 관리감독이 되고 있는데, 아이돌보미는 집에서 1대1로 아이를 돌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돌봄의 태도, 기술 등의 교육은 하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인성이라 생각한다. 유치원교사는 인성검사를 하는데, 보육교사와 아이돌보미는 하지 않는다. 취약계층인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직군은 자격 검증에서 인성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또한, 각 기관의 종사자마다 자격요건이나 급여 등이 차이 나는데 이 부분도 일원화가 필요하다. 종사자의 처우 등이 좋지 않기 때문에 돌봄의 질 자체가 낮아지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만약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처우 또한 개선해 준다면 돌봄의 질과 종사자의 역량도 개선되리라 생각한다. 온마을 돌봄체계를 구축하면 지역사회 다양한 사람이 이용할 텐데, 그 사람에 대한 교육이나 자격, 프로그램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응창 서울시가 온마을 돌봄체계를 구축하는데 있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돌봄의 질 문제이다. 돌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은 돌봄서비스의 질에서 오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종사자 처우를 고민할 때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돌봄 노동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에 따라 직업의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고 결국 양질의 인력이 유입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아직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종사자의 처우를 급상승시킨다고 해서 종사자의 질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담보할 수도 없다. 우리가 가야할 목표점은 이미 정해져 있고 모두가 공감하고 있으나 인력, 교육, 인식개선 등 아직 고민해야 할 내용이 많아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정선영 현재 초등돌봄교실이 2학년까지 설치돼 있고, 3학년부터는 그야말로 돌봄 대란이다. 그때부터 아이를 사교육에 맡기게 되는데, 아이가 원하면 괜찮지만 원하지 않으면 부모가 강제할 수밖에 없어 이 시기에 직장맘은 사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서울은 돌봄체계가 비교적 잘 되어 있는데, 인천만 하더라도 돌봄시스템이 아직 부족하다. 아이가 올해 1학년이 돼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돌봄교실 추첨을 하러 갔는데, 공을 뽑고 나서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공을 뽑지 못한 엄마가 우는 것을 보고 ‘누군가의 반복지에 기대 내가 복지를 누리게 되는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맞벌이 부모가 이용하는 돌봄교실의 경우도 오후 4〜5시면 우리 아이가 마지막까지 남아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퇴근시간은 6〜7시 이후일 텐데 사교육과 공보육이 같이 이루어지고 있고, 돌봄 교실 수요가 높다고는 하지만 실수요는 잘 모르겠다. 실태조사에 기초해 실질적인 돌봄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문제는 교육부와도 연계된다. 영어 선행학습이 금지돼 교내에서 영어를 배울 수 없게 되면서 아이 영어교육을 위해 부모들은 사교육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돌봄이 돌봄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교육부의 지침과도 맞물려 있다.

김송이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 아동돌봄을 제공한다고 했을 때 무엇을 제공해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돌봄교실에 맡기는 건 어쩔 수 없어서이지 그곳이 좋아서는 아니다. 결국시스템 구축은 공간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의 질이 가장 큰 문제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될 만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 4월 초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부터 어린이집 운영체계가 개편된다. 즉, 맞춤형 보육이 폐지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송이 수요자 중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집은 처음에 취약계층이나 맞벌이 부부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보편적 복지, 공보육으로 가는 추세여서 맞춤형 보육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다만, 이번 대책을 보면 보육시간 과정별로 보육교사를 따로 배치할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틈새나 촘촘한 보육을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는 좋지만, 실수요가 어느 정도일지, 수요가 극히 적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사전조사와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응창 정확한 지적이다. 서울시에서도 어린이집이나 돌봄센터에서 연장돌봄 제공을 고려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수요가 많지 않다. 결국 아직은 부모들이 아이를 밤늦게까지 맡기는 현실이 용서가 안 되는 것 같다. 어떻게든 일정시간 이후에는 부모의 품안에서 길러지도록 바라는 마음이 강해 보인다.

김송이 아이들의 발달에 있어서도 오랜 시간을 집단 양육하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일 것이다. 부모의 죄의식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서도 장시간 집단양육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 촘촘하고 질 높은 아동돌봄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 과제와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이응창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사업을 하면서 우려되는 부분은, 아이들이 오고 싶고, 부모가 보내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콘텐츠가 문제인데, 서울시의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해 공영학원을 만들 수는 없다’는 전제에서 사업을 구상했다. 이상적이긴 하지만, 북유럽형으로 아이들이 센터에 와서 놀면서 배우는 콘텐츠를 만들어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한편으로 부모들은 ‘놀면서 어떻게 배우지?’라는 생각에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 정서에는 안 맞는 부분이 있어 반감이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 이를 꾸준히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촘촘한 돌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사각지대를 찾아서 메우되 분절적이고 중복적인 부분을 해소하면서 채워나가야 한다. 아이돌보미 문제의 경우도, 결국 내 아이를 집에서 돌보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충족하기 위해 양적 증가에만 집중하다 보니 학대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된 인성검사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선영 얼마 전 교육복지우선사업 때문에 초등학교를 방문했는데, 취약계층이 아니어도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평일에는 괜찮은데, 주말을 집에서 보내고 오면 자해하는 놀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아이가 최대한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은데 저소득층이 아니면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돌봄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돌봄이 동시에 문제가 있는 경우, 그런 아이들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현장 교사들이 안타까워했다. 이런 부분은 돌봄 영역뿐만 아니라 학교사회사업이라던가 전반적인 복지영역에서 다 같이 돌아봐야 할 것 같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영유아 돌봄은 굉장히 잘되어 있어 6〜9시까지 걱정 없이 일했는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는 퇴근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영유아 돌봄은 교사들의 질만 잘 관리되면 잘 운영될 것 같은데 초등학교부터는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금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덧붙여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분위기와 직장문화가 필요할 것 같다. 여성의 취업이 장려되고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여성들의 교육수준은 높아지고 있지만, 주변에 일하는 엄마가 많지 않다. 아이 반 인원이 25명인데 이중 일하는 어머니가 세 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일하는 어머니도 불안해서 학년이 높아지면 일을 그만 두게 되는 기형적 사회분위기가 형성되고, 그러면서 아동돌봄의 실수요와 실공급간 부조화가 생기는 것 같다. 여성의 취업을 증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아동돌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송이 일정부분 동의하지만, 아이는 여성이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같이 키우는 거다. 여성의 일이 아니라 남편도 함께하고 지역사회도 같이 해야 하는 거다. 예전에는 대가족 형태로 돌봐줄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돌볼 사람이 부부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돌봄체계가 강화되어야 하며, 여성취업 문제는 부차적인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돌봄시스템과 관련해 해외에서 벤치마킹할만한 것이 있다면?

김송이 호주는 행정부처가 일원화돼 아동돌봄체계를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보편적 돌봄제공과, 선별적 돌봄 제공을 섞어 혼합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취약계층에는 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하고, 취약계층이 아닌 경우 추가적인 서비스를 원하면 그만큼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또한 각각의 서비스 제공기관이 다 인증받거나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관리가 잘 되는 곳은 인증을 주고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라 하더라도 일정 기준에 맞춰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이 같은 관리가 한 부처에서 이뤄지고 있어 서비스가 촘촘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마지막으로 정부나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송이 가장 먼저는 부모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아이를 다함께 공동으로 양육한다’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이뤄지면 좋겠다.

정선영 아동 돌봄의 최종 지향점이 무엇인가를 잘 생각해보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만 2세 아이 공보육 이용률이 최고일 정도로 돌봄시스템이 잘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여성 취업률이 높은 건 아니다. 이런 현상은 아동 돌봄을 실행하는데 있어 지향점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무엇을 위한 돌봄인가를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히 돌봄의 물리적인 공백뿐만 아니라 돌봄의 질도 높였으면 좋겠다. 또한 꼭 저소득층이나 맞벌이가정이 아니더라도 돌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모든 양과 질을 고려해 아이에게 맞는 돌봄이 될 수 있게 지향점을 정해놓고 정책이 마련되면 좋겠다.

이응창 우리나라는 정책 방향을 정하면 새로운 걸 만들어내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다. 새롭게 만들기전에 기존의 시설과 상생 협업을 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하고 그 이후에도 사각지대가 있다면 그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 양적인 인프라 확보도 중요하지만 사람, 돌봄콘텐츠 등 소프트웨어도 간과할 수 없으므로 양적·질적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정부 주도로 분절적으로 이뤄지는 사업이 통합돼야 예산이 효율적으로 투입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서비스는 축소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추진도 중요하지만 각 지자체에 대한 입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복지서비스의 재정 부담에 대해 정부가 상당부분을 책임져 주고 지자체에게도 재정운영에 대한 재량권을 주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온마을 돌봄체계 구축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돌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실질적인 서비스로 발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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