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역공생사회 실현’·‘전 세대형 사회보장 확립’에 주력

2018년 시도 사회복지협의회 실무자 일본 연수가 지난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다.
2018년 시도 사회복지협의회 실무자 일본 연수가 지난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다.

지난 10월 24일부터 10월 27일까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주관으로 17개 시도 사회복지협의회 직원들과 함께 일본 사회복지협의회 연수를 다녀왔다.

전국사회복지협의회, 카나가와현 사회복지협의회, 요코하마시 카나가와구 사회복지협의회 등 중앙, 도도부현, 시구정촌 협의회를 순서대로 방문하고, 마지막으로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인 후레아이관·사쿠라모토 어린이문화회관, 사쿠라모토 보육원을 방문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지역의 사회복지협의회 역할과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볼 좋은 기회가 됐다.

아침 일찍 김포공항을 출발, 점심 무렵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 공항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서둘러 전국사회복지협의회로 출발했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청명한 일본의 하늘은 연수의 시작을 즐겁게 했다.

연수단을 태운 버스는 공항에서 약 30분간 이동해 커다란 건물 앞에 내려주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건물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본에서의 사회복지협의회 위상을 건물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회의장에는 한국어로 정리된 자료가 준비돼 있어, 일본 관계자들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일본 사회복지 동향은 ‘지역공생사회 실현’과 ‘전 세대형 사회보장 확립’이라고 한다. ‘지역공생사회 실현’은 모든 사람이 안정된 사회에서 기능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전 세대형 사회보장 확립’은 현재 고령자 중심의 권익보장과 의료보장을 넘어서, 앞으로 아동, 청소년, 중·장년층부터 고령자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회보장정책을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역공생사회 실현을 위해 △지역 포괄시스템을 구축하고 △3년 전부터 생활곤란자 자립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공익적 사업 촉진을 위해 사회복지시설과 사회복지협의회 조직 간 협력 사업으로 지역별 특성을 살리고 거주자 생활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전국 시행을 목표로 시범 사업을 수행 중이다. 이를 위해 도도부현 사회복지협의회와 시구정촌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사회계획을 수정할 계획이다.

시구정촌 협의회가 지역복지계획 추진

일본 사회복지협의회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민간단체이며, 사회복지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1951년 사회복지사업법이 제정되면서 중앙조직인 전국사회복지협의회(이하 전사협) 및 도도부현 사회복지협의회(이하 도도부현 협의회) 규정이 마련됐고, 1983년 시구정촌 사회복지협의회(이하 시구정촌 협의회) 규정이 신설됐다. 1990년 정령지정도시 사회복지협의회 및 구 사회복지협의회 규정이 마련됐으며, 2000년 사회복지사업법 등 일부를 개정한 사회복지법이 성립되면서 지역복지 추진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했다.

시구정촌 협의회는 지역복지계획의 추진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우리나라의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와 유사한 조직이다. 지역주민의 사회복지 활동 참가를 위한 원조,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관한 조사·보급·홍보·조정 및 조성 등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을 한다.

도도부현 협의회는 지역복지를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관할지역 내 시구정촌 협의회와 사회복지사업 또는 갱생보호사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참가한다.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기획·실시,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종사자 양성 연수,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 경영에 관한 지도·조언, 시구정촌 협의회의 상호 연락 및 사업 조정 등을 실시하고 있다. 도도부현 협의회는 상호연락 또는 사업 조정을 위해, 전국을 단위로 한 전사협을 설립했다.

일본에서 사회복지협의회는 각각 독립된 조직이며, 시구정촌 협의회가 도도부현 협의회를 구성하고, 도도부현 협의회는 전국 협의회를 구성하는 조직 형태다. 사회복지협의회 조직은 시구정촌, 도도부현, 전사협의 조직 구성원이 차별화되어 있다.

요코하마시 카나가와구 협의회를 방문한 연수단이 사업소개를 듣고 있다.
요코하마시 카나가와구 협의회를 방문한 연수단이 사업소개를 듣고 있다.

협의회 고유의 사업 ‘라이프 서포트’

연수단은 도도부현 단위에서는 카나가와현 사회복지협의회를, 시구정촌 단위에서는 요코하마시 카나가와구 사회복지협의회를 방문했다. 카나가와현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러 사업 중 생활곤궁자 자립지원은 국가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이며, 현재 전국적으로 47개 도도부현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카나가와현의 14개 지역 사회복지협의회에서 국가로부터 위탁 받아 지원하고, 6개 지역은 시가 직접 위탁 받아 지원하고 있으며 기타 지역은 시 행정이 직접 지원하고 있다. 현재는 3층 구조로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2013년 6월 시작한 ‘라이프 서포트’ 사업은 사회복지법인과 회원이 만든 사회복지협의회 고유의 사업이다.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종합상담을 실시하는데, 지역내 사회복지법인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사각지대에 있는 대상자 가구를 직접 방문해 상황을 파악한 후 식비, 주거비, 의료비 등을 지원하기 위한 상담을 진행한다. 이 사업을 지원하는 법인은 약 90개 정도이며 향후 지원 법인을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요코하마시 카나가와구 사회복지협의회는 정령지정도시의 구단위 협의회로, 21개의 지구사회복지협의회를 구성해 주민과 밀접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요코하마 생활지원체제정비사업, NPO, 법인 시설 등에 각종 보조금 배분, 안심센터 운영, 장애아여가지원, 지역복지대회, 육아지원, 학교대상 복지교육, 자원봉사활동 지원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카나가와구 협의회는 21개 지구사회복지협의회와 지역주민이 함께 하는 지역복지계획을 통해 지역과 소통하고 있으며 이 같은 노력으로 지역주민의 대부분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상근직원이 10명, 비상근 직원이 13명으로 우리나라와는 인력구조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사회복지 통해 한·일 민족갈등 해결 노력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가와사키 남부 오오힌지구였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전쟁 중 군수업을 운영하기 위해 우리 선조를 강제로 이주시킨 곳으로, 우리에게는 큰 아픔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10년대 가와사키는 공장지대로 바뀌었고, 조선인은 주로 하청이나, 잡일꾼 등으로 일했다. 1920년대 초에는 수백 명의 조선인이 거주했는데 1923년 관동대지진 발생 후 상당수가 일본인에게 폭행과 학살을 당했고, 이후에도 재일동포들은 차별에 시달렸다.

이러한 민족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재일대한기독교 가와사키교회가 앞장서 지역 내 통합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고, 이에 깊은 영향을 받아 1973년 사회복지법인 청구사가 설립, 후레아이관을 오픈해 지역 내 아동, 청소년, 노인을 위한 민족 갈등 해소사업을 시작했다.

후레아이는 ‘접촉, 마음이 맞닿음, 통함’이라는 뜻의 일본어로, 이 시설을 통해 일본인과 한국인이 만나고, 함께 활동해 갈등을 해소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실제로 연수단이 방문했을 때, 시설 내 체육관에서는 한국과 일본 어린이들이 함께 체육활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회복지시설 하나가 어떤 의미로 운영되느냐에 따라 지역사회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가와사키교회에서 운영하는 사쿠라모토 보육원을 방문했다. 이 보육원은 ‘조선인의 자녀는 일본 보육원에 받아줄 수 없다’는 차별을 목격한 설립자가 1969년 4월 문을 연 시설로, 우리나라의 어린이집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정말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다양한 언어로 표기된 자료들로 배우며 함께 생활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지역 내 일본인과 한국인, 그밖에 다양한 나라의 아이들이 ‘더불어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의미 있는 곳 같았다.

이러한 지역사회 노력에 힘입어 가와사키시는 2017년 3월, 일본에서는 두 번째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특정집단에 대한 증오발언)를 규제하는 자체 조례안을 도입했다고 한다.

단순한 일본 지역사회시설 방문요청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민족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시설을 섭외해 안내하는 일본 사회복지협의회 배려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후레아이관은 지역 내 아동, 청소년, 노인을 위한 민족 갈등 해소사업을 펼치고 있다.
후레아이관은 지역 내 아동, 청소년, 노인을 위한 민족 갈등 해소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 역할 고민해야

중앙, 시도, 시군구에 사회복지협의회라는 전달체계가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3박 4일 짧은 기간이었지만 전국 협의회, 도도부현 협의회, 시구정촌 협의회를 방문하면서 우리나라 협의회 조직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각 단위별로 운영되는 사업과 전달체계상의 관계성,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이번 연수의 가장 큰 목적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지역주민과 가장 밀접한 시구정촌, 즉 우리의 시군구단위 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때 시도단위 나아가 중앙협의회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사회복지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지역주민과 함께 지역의 문제를 찾고 해결해 나가는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을 실행하기 위해 우리 협의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사회복지협의회의 무궁한 가치를 발견했고, 앞으로 이를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우리 지역사회부터 작은 움직임이라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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