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법 ‘세액공제제도’에서 ‘소득공제제도’로 재개정 필요

서희열 강남대 교수
서희열 강남대 교수

최근 국민의 사회복지향상을 위한 정부의 기능은 점차 증대되고 있으나, 정부가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는 사회복지와 공익 증진을 위해 민간부문도 참여시켜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실 국민의 사회복지와 공익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은 사업목적에 필요한 대부분의 재원을 개인과 법인들이 출연한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영리법인의 사회적 역할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부를 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법인의 기부활동에 대해 폭 넓은 세제혜택이 부여되어야 한다. 또한 기부금을 받은 기부금단체가 기부금을 해당 목적에 맞게 투명하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개인과 법인의 기부행위 촉진과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서 개인 및 법인의 기부행위에 대한 조세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나아가 기부금단체의 정보공개를 제도화해 개인과 법인이 기부한 기부금이 올바르게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기부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현행 개인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기준이 되는 기부금은 주요 국가들의 공제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개인 기부금에 대해 지난 2014년 「소득세법」을 ‘소득공제제도’에서 ‘세액공제제도’로 개정한바 있다. 이 같은 세법개정은 고소득자들의 기부문화 참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의 경우에는 소득금액의 40%까지 조세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며, 영국 역시 기부금환급제도의 경우 그 공제에 한도가 없다. 따라서 현행 ‘세액공제제도’를 다시 ‘소득공제제도’로 재개정 하는 것이 필요하며, 점차적으로 지정기부금에 관한 세제혜택을 높여야 할 것이다.

법정기부금과 지정기부금 통합해야

해외 주요국과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기부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세제혜택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부여함으로써 기부에 따른 부담을 낮추면 일종의 가격효과(Price effect)가 발생돼 개인의 기부를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법정기부금과 지정기부금으로 구분되는 기부금의 진행단계도 장기적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부금 간의 공제혜택에 대한 차이는 기부자 입장에서 보면 기부행위에 대한 유인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 개인 기부금은 물론 법인 기부금에 대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현행 2단계 구조를 통일할 필요성이 있다.

현행 세법에서 법정기부금 및 지정기부금의 이월공제기간은 5년으로 상당히 짧은 편이다. 이 같은기부금 이월공제기간 제한은 기부에 대한 유인을 감소시키고 기부문화 활성화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기부금은 순자산의 감소를 가져오는 손비에 대한 금액이지만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수익과 관계된 비용으로 볼 수 없고 결과적으로 손금(損金)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기부금 중에서도 기부를 받는 자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인 기부금, 그리고 사회복지·문화·예술·교육·종교·자선·학술 등과 같이 공익사업을 위하여 지출하는 기부금에 대해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에서는 공익성의 정도에 따라 일정 범위 안에서 금액을 손금산입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의 정책목적과 공익성을 고려해 손금산입의 특례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역시 이와 유사한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현행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에 따라 사업자인 개인과 법인의 사업연도에서 발생된 결손금은 10년 동안 이월공제가 가능하다. 이에 사업자인 개인이나 법인이 높은 금액을 기부함에 따라 기부금의 한도초과액이 발생했을 때에는 일반적인 결손금공제와 동일하게 10년으로 법정기부금 및 지정기부금의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산기부제도 도입을 통한 기부문화 활성화

최근 국내에서도 자녀에게 유산을 무조건적으로 상속하는 경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자녀나 사회적 기여를 위해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소위 유산기부제도로 자신의 유산을 생전에 계획해 기부하는 행위가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유산기부제도는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지난 약 반세기에 걸쳐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유산기부는 기부의 꽃이라 할 수 있지만, 복잡 다양한 사회형상 가운데 위치해 있는 기부제도로 심도 있는 고찰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유산기부제도 도입방안으로는 현행 「민법」에서의 다섯 가지 유언 방식의 세부적인 절차를 완화하는 방법과 「민법」 제1060조의 유언의 요식성을 완화하는 방법을 제안할 수 있다. 이는 피상속인의 의사에 따른 기부방식으로 기부활성화를 위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민법」규정에 따른 허용된 유언방식에 의하지 않은 경우에 유언의 효력 자체가 없다고 규정할 것이 아니라, 유언자 상속재산의 기부에 대한 진정한 의사가 확인되는 경우 절차의 하자를 극복할 수 있게 하거나 효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안이다. 이러한 개선방안과 더불어 유류분제도의 활용에 따라 상속인의 최소 상속이 보장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언방식의 완화는 「민법」 개정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유언방식을 제한하는 취지를 강조하는 입장에 따라 반대의견에 부딪힐 수 있다. 이에 공익법인 혹은 공익신탁의 상속재산이 공익에 사용되는 경우로 한정하여 유언방식의 단순화를 추진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실제 법원실무에서 문제가 되었던 자필증서 날인요건 등이 공익법인에 대한 형식완화의 좋은 예이다.

용역기부를 통한 기부문화 활성화

이미 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부에서는 미국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해결을 위해 기업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을 활성화하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기업의 임직원 봉사활동시간에 대한 임금분에 대해 세제혜택을 부여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 「변호사법」에 연 20시간의 공익활동을 규정함에 따라 이후부터 변호사들이 용역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정부도 ‘돈’이 아닌 ‘용역’을 기부하는 것에 대한 국민 참여 이벤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를 유도하고 있다.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금전 또는 금전적 물품의 기부도 필요하지만 전문직종사자의 용역기부 등 다양한 방식의 기부도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용역기부에는 경영자문, 멘토링, 교육 및 워크숍, 세미나, 파견근무, 온라인 자문 등의 방법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반적인 용역기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용역기부문화 활성화와 촉진을 위해 어느 정도 세제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행 「소득세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등의 법률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그리고 「기부금품법」에서는 금전 기부뿐만 아니라 현물(비현금자산) 기부에 대한 규정도 있다. 또한 현물기부는 기본적으로 제공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기부금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중고품 등의 기부에 대해서는 기부금공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중고품 등에 대한 기부제도 활성화

기부는 금전뿐만 아니라 현물기부도 가능하다. 나아가 개인이 갖고 있는 물품 중 사용가치가 있는 중고물품에 대해서도 기부물품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의식이 확대되어야 한다.

중고물품의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부물품을 수령하는 단체의 적극적인 홍보와 활용, 그리고 중고물품 기부에 대한 기부금영수증을 발행할 필요가 있다.

만약 중고물품에 기부금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게 된다면 기부문화 활성화뿐만 아니라 경제적 여력이 없는 다수의 국민들이 기부에 대해 높은 관심과 기부문화의 활성화를 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물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부자가기부하려는 물품을 수거해가는 서비스를 공익단체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재단’의 자매단체인 ‘아름다운 가게’가 있다. 이 단체는 중고물품의 기부를 받아 재판매하여 금전기부자와 중고물품에 대한 기부자도 기부문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는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 받아 개인이 중고 물품 기부에 대해 아름다운 가게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사 품목의 평균판매단가를 기준으로 물품가액을 산정하고 기부금영수증을 발행해 기부금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소득자의 기부행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리 높지 않다. 외국과 같이 고액의 재산가들이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아가 외국과 같이 고액 재산가가 기부단체를 설립하고 직접 국내나 국외에 기부하는 내용을 언론에서 노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액 재산가를 바라보는 사회적 반응이 아직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기부행위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한편, 현물재산 보유자의 노후 생활안정화 방안으로 기부연금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기부연금에 해당하는 대상 현물의 범위에는 부동산과 주식 등 금융자산까지도 포함되어야 한다.

이 경우 주식 등 유가증권은 미래의 자산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워 실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기부한 후유가증권 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어느 정도까지 연금지급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필요하다.

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기부연금제 도입

건강한 기부문화가 확산되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모범적인 기부모델의 주체가 될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사회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사회지도층, 특히 부유층의 솔선수범적인 참여가 중요하나 부의 세습을 당연시 여기는 우리 사회 문화 속에서 자선적 기부와 부의 사회환원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자원(自願)적 기부활동은 사회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존중과 명예 등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선적 기부를 크게 하는 사회지도층과 부자, 기업가들을 존중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비영리기관 및 자선단체 등 기부금 관련 기관들도 고액 기부자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자들이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나 여건, 전문가 등을 만드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둘째, 기부동기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기부 테마를 개발해야 한다. 일회적·충동적·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제한적 기부 테마에서 벗어나 기부문화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부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미국의 ‘자선 카달로그’나 ‘기부 가이드’와 같은 프로그램은 자선단체를 소개하고 신뢰성 있는 곳에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다양한 자선단체의 자료들이 소개되어 홍보 효과를 보고 있다.

기부의 목적과 사용방법을 기부자가 지정하고 기부자 이름을 딴 독자적인 기금을 설치·운영하거나 사람이나 사물을 기념하는 기금, 꿈을 이루는 기금, 불치병 어린이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기금 등 우리의 현실에 맞는 다양한 기부 테마를 만들어 기부자의 기부동기에 대한 만족감과 동시에 나눔의 효과를 누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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