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은 올해로 98번째를 맞는 세계 여성의 날. 1908년 3월 8일, 미국 한 피복 회사의 여자 노동자 146명이 불에 타 죽은 것에 항의하는 1만5천여 여성노동자들이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 등의 자유를 얻으려고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이 세계 여

지난 8일은 올해로 98번째를 맞는 세계 여성의 날. 1908년 3월 8일, 미국 한 피복 회사의 여자 노동자 146명이 불에 타 죽은 것에 항의하는 1만5천여 여성노동자들이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 등의 자유를 얻으려고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이 세계 여성의 날 기원이 됐다.

올 세계 여성의 날은 국회의원의 성추행 사건, 철도 여승무원 해고 등으로 사회 전체가 뒤숭숭한 가운데 맞았다. 노동시장의 성차별과 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 우리나라 여성들을 둘러싼 성차별 이슈를 짚어봤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여전한 성차별

여성과 가족=2005년 남녀평등지수 세계 140개국 중 29위. 평등지수는 비교적 높게 나타난 데 비해, 가정과 사회 내 역할분담 실태를 보면 여성은 여전히 차별에 노출돼 있다. 지난 12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식사준비, 세탁,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등 다림질을 제외한 모든 가사항목에 있어 여성의 참여는 95%를 상회하는데 비해 남성들은 30% 미만의 참여율을 보였다.

자녀와 고령자 돌봄에 있어서도 남성의 참여는 매우 저조하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자녀돌보기를 담당한다는 응답비율은 대부분 5~10%에 그쳤으며, 노인을 돌보는 사람도 대부분 배우자 혹은 며느리 등 여성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응답자 절반 이상이 "부부역할 분담이 불공평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맞벌이 가구에서조차 대다수의 가사노동과 자녀돌봄 노동이 전적으로 아내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며 "이는 여성 경력 단절의 주요인으로 작용하므로 함께 일하고 함께 쉬는 평등한 가족문화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98번째를 맞는 세계 여성의 날, 여성노동연대회의는 근로여성 빈곤 해소, 모성보호 제도 정착, 남녀 직장 가정 양립, 직장내 성차별 해소 등을 주장하는 5대 요구를 발표했다.
올해 98번째를 맞는 세계 여성의 날, 여성노동연대회의는 근로여성 빈곤 해소, 모성보호 제도 정착, 남녀 직장 가정 양립, 직장내 성차별 해소 등을 주장하는 5대 요구를 발표했다.

올해 98번째를 맞는 세계 여성의 날, 여성노동연대회의는 근로여성 빈곤 해소, 모성보호 제도 정착, 남녀 직장 가정 양립, 직장내 성차별 해소 등을 주장하는 5대 요구를 발표했다.
여성과 사회생활=직장 내 성차별 문제도 여전하다. 직장내 성차별은 모집에서 채용, 임금, 승진, 퇴직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노동과정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한 온라인 취업 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 573명의 57.5%가 구직 시 연령제한, 면접 시 질문 차이, 결혼 여부, 외모 등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바 있다고 답했다.

승진과 교육훈련 면에서의 벽도 높다. 한국의 관리직 등 고위직 비율은 7.2%로써 싱가폴 25.8%, 네덜란드 25.6%, 독일 34.5%, 영국 31.5%에 비해 매우 저조하며 그 중 공기업의 관리직 비율은 2.6%에 불과하다. 게다가 공기업의 여성 고용율은 20.9%, 정규직 여성비율은 15.5%로 대기업 여성고용율 33.3%, 정규직 25.1%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 2일 국회 앞에서 '2006년 여성노동 5대 요구 선포 기자회견'을 가진 여성노동연대회의는 공공부문에서의 여성 승진할당제 도입으로 직장내 성차별 관행을 바꿔나가고, 이를 적극 홍보함으로써 간접차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등 기초적인 조건들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8일 국회 본관 앞에서 '성추행ㆍ성폭력 추방 선포식'을 가졌다.   .
열린우리당은 8일 국회 본관 앞에서 '성추행ㆍ성폭력 추방 선포식'을 가졌다. .

열린우리당은 8일 국회 본관 앞에서 '성추행ㆍ성폭력 추방 선포식'을 가졌다. .
여성 10명 중 7명 비정규직, 저임금에 시달려

여성과 빈곤=여성의 빈곤문제도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여성가구주는 80년 116만 가구(전체의 14.7%)에서 2000년 265만 가구(19.5%)로 늘어났다. 또한 여성가구주 중 빈곤 가구 비율은 21%로 남성가구주의 빈곤가구 비율 7%보다 3배나 높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가 여성가장 100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조사 결과, 조사대상 가구 중 68.4%의 소득이 절대빈곤선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성근로자의 70%가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근로 환경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다보니 빈곤 여성가장들의 건강도 문제다. 응답자 중 56.4%가 신체질환이 있다고 답했고 그중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응답은 26.4%에 불과했다. '최소한의 치료만 받는다' 47.9%,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다'도 27.2%나 됐다.

전문가들은 "소득향상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향상이 요구된다"며 적정 임금과 노동조건을 보장하고 최저임금 기준을 전체 노동자 월 평균임금의 50%로 설정할 것을 주장했다.

비정규직 여성근로자 모성권 보호 시급

출산과 육아=시험관 아기 시술비 300만원 지원, 출산축하비 지급, 보육료 지원, 산모 도우미 파견. 고령화 진전속도가 급속화됨에 따라 정부의 출산장려대책이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공교육 기반 조성, 다양한 보육서비스 제공, 2010년까지 진행될 1차 중장기 보육계획안을 내놨으며, 노동부 역시 저출산 주요원인으로 꼽히는 '일과 양육 병행'을 위해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인력채용장려금 지원요건을 완화하고 지원금액을 2배로 인상했다. 정부는 또한 전체 필요수치의 4.8%에 불과한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을 늘리고 각각 19.6%, 46.4%에 그친 영아와 육아지원서비스 이용율도 끌어올려 출산율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은 2004년 9122명에서 작년 1만492명으로 15.0% 증가했다. 노동계는 보다 실질적인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배우자 유급 출산 휴가 5일, 육아휴직 남성할당제를 도입하고, 육아휴직 급여 현실화, 취약보육시설 확충 등을 통해 영유아 보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출산유도 정책이 실제 여성들의 권리확보에는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정부가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일과 양육의 병행' 문제를 꼽아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유사산 휴가 등 여러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여성 근로자의 대다수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실상 이용하기 힘들다는 것.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계약 만료 전에 계약해지 되거나, 계약기간 내에 해고되지 않더라도 재계약 시기와 출산시기가 맞물릴 경우 재계약 거부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 육아휴직을 이용한 여성 대부분이 1000명 이상을 고용하는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로 나타났으며,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가 작년 한 해 동안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성차별 관련 상담 264건 중 임신출산 해고가 31.8%, 임신출산불이익이 27.7%로 임신·출산 관련 건수가 절반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별을 막기 위해 여성 비정규직의 산전후휴가 및 급여 적용을 위해 산전후휴가기간과 그 후 30일간은 계약해지를 막는 내용을 비정규직 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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