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국정목표로 하고, 모두가 누리는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포용적 복지국가론을 기치로 내걸었다. 국가의 경제 복지 담론을 포용적 성장과 포용적 복지로 삼은 것이다.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은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한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통해 분배 개선과 경제 성장을 거둔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2000년대 초반부터 거론되기 시작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논의가 확산됐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포럼(WEF) 등에서 주요 의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정책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세계은행(IBR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는 포용적 성장의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강조해 왔다. 이들은 사회간접자본 투자, 교육·훈련 및 보육 지원, 금융, 공공거버넌스 개선, 반부패, 생산적 복지와 같이 성장과 분배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가마다 성장률과 소득 불평등 정도, 재정 확보율 등 현실 여건에 따라 정책의 효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

포용적 성장과 포용적 복지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성장은 신자유주의의 배제적 성장(exclusive growth)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식으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가 강조되고 있다.

현 정부는 ‘배제적 성장은 성장의 수혜층이 소수에 그치고 다수가 배제되는 구조’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배제적 성장으로는 경제가 지속될 수 없고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포용적 성장은 많은 사람에게 성장의 성과가 배분되며 두루 혜택을 누리는 성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포용적 성장으로 선심성 복지를 확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소득재분배와 복지 확대가 필요하지만 과하면 자본 축적과 기술발전을 저해하고 근로의욕을 감소시켜 경제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를 시작한 이래 50여 년 만에 GDP 기준으로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등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분배 악화로 경제성장의 과실을 국민이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1997년 ‘IMF 경제 위기’ 이후에야 국민을 위한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이를 계기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등 포용적 사회보장제도의 기초적인 틀이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부문 지출은 빠르게 증가했다. 2018년도 사회복지 예산은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창출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 예산은 국내 경기침체와 고용절벽, 그리고 분배 개선 해법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포용적 성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2019년 예산안은 일자리, 양극화, 저출산 등 구조적 문제해결을 위해 10년 만에 최대 폭이 확대 됐다. 정부가 발표한 2019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9.7% 늘어난 470조5000억원 규모이다. 470조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 가운데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분야 예산은 전체의 34.4%인 162조2000억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역대 최고의 증가율(12.1%)이고 사상 최고의 증가폭(17조6000억원)이다.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10.3%로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2022년에는 214조3000억원으로 정부 예산 567조6000억원의 37.8%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러한 복지지출 확대에도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 가장 높다. 또한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 등 사회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지속가능한 복지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정부는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포용적 복지국가를 ‘어느 계층도 소외됨이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과 복지를 고루 누리면서 개인이 자신의 역량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나라’라고 정의했다. 그러므로 포용적 복지는 인본주의·보편주의·사회통합·상생·다양성에 대한 존중·분배정의 실현 등의 철학적 함의를 지닌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가처분소득과 지출을 증가시켜 소득주도 성장을 견인하고, 이를 통해 복지→성장→고용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지역사회에 의한 커뮤니티케어

보건복지부는 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모두가 어울려 살기 위한 지역사회 포용 확대’를 정책 목표로 하고,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인 복지체계인 ‘커뮤니티케어’를 역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커뮤니티케어는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정착하고 주민들과 어울려 살 수 있게 의료·주거·돌봄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연계·지원하는 지역사회 돌봄서비스 체계이다.

사람 중심의 포용적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생활하는 곳에서 일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배제돼 온 개인들의 삶을 돌아보고 생활지역을 단위로 수요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종합적인 지원을 하려는 것이다. 모두가 어울려 살기 위한 지역사회의 포용 확대 정책 중 하나로 커뮤니티케어를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복지부는 지난 5월 사회보장위원회에 커뮤니티케어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정안전부(읍면동 전달체계), 국토교통부(취약계층 주거지원 및 서비스 연계)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오는 9월 ‘커뮤니티케어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주요 대상자에 대한 주거서비스 지원, 지역사회돌봄서비스 연계 등 선도사업 모델 개발은 11월경 마칠 예정이다. 그리고 2019년부터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영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추진했다. 두 나라의 대상영역은 노인을 중심으로 장애인이 포함되어 있으나, 보건복지부의 커뮤니티케어 구상은 상당히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각기 산발적인 사회서비스를 커뮤니티케어 안에 어떻게 포함시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에 더해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민간부문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커뮤니티케어 연착륙을 위한 선결 요건

커뮤니티케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병원·시설과 재가복지시설의 서비스 격차 최소화 △보건과 복지서비스의 통합 △가족돌봄에 대한 여성의 부담 경감 △지역사회의 참여 촉진과 같은 네 가지 요건이 선결돼야 한다.

첫째, 병원·시설과 재가복지시설의 서비스 격차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가서비스 제공이 확충되어야 한다. 중증장애인, 독거노인, 치매노인 등 돌봄이 많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친근한 자신의 집(또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며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가 되려면 돌봄 니즈를 충족하는 준(準)시설 수준의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와 서비스 양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 재가서비스의 공급주체는 누가 될 것이며,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정신보건과 관련한 보건복지 통합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커뮤니티케어는 수요자의 니즈 중심으로 서비스를 공급해야 하며, 서비스 기관 간에 공공 가치 공유와 민관협치의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더하여, 지역사회 민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어떻게 참여를 유도하고, 이들을 네트워킹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커뮤니티케어 서비스 제공 단위가 읍면동인 상황에서 마을 단위를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이 전무하다. 이에 따라 서비스 제공 주체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현재 혁신 읍면동에 찾아가는 복지서비스가 추가되고 커뮤니티케어 및 (가칭)사회서비스원이 어떻게 접점을 찾아갈지, 기존의 사회복지협의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지역의 복지재단 등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 보건과 복지서비스의 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커뮤니티케어를 추진함에 있어 보건과 복지의 통합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지역에 의한 커뮤니티케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케어를 하기 위한 주거 및 돌봄, 고용, 교육, 문화, 환경 등 지역사회 생활의 기반 영역은 복지 담당 부서나 복지 인프라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와 보건·의료 관련부처 간, 부서 간 협업은 물론 사회 취약 계층의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을 이끌어내고 실행계획 수립과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지역사회 복귀에 필요한 생활·주거 지원, 심리적 안정 및 사회관계 회복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확충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읍면동 단위 (가칭)케어통합창구에 배치된 2명의 인력이 보건과 복지 분야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의료사회복지사를 활용한 접근 역시 의료사회사업팀이 있는 일부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을 제외한 농어촌 지역의 경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셋째, 여성 가족돌봄자를 위해 돌봄 부담 경감대책이 있어야 한다. 커뮤니티케어는 가족 돌봄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함께 책임져야 할 돌봄 부담에 대한 상당 부분이 여전히 가족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 특히 돌봄 부담이 가족 중 여성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아 성 평등 차원에서 여성 가족돌봄자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아직은 스마트 기술이 단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마트 기술은 돌봄서비스 대상의 삶의 질도 높이고, 돌봄제공 인력의 노동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어 사회적 비용 절약에 기여할 수 있다. 안전 센서, 원격 모니터링 등의 기술은 시설·병원 케어와 커뮤니티케어 간에 규모의 경제효과 차이로 인한 커뮤니티케어의 낮은 서비스 효율성을 완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특히 노인돌봄에 관한 스마트 기술은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연계가 이루어져 누구나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가족돌봄자에 대한 현금 급여, 독일의 경우 간병보험(또는 돌봄보험) 내 현금 급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넷째, 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의 선의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자발적 운동을 촉진하고 조직화하는 등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다.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교육은 지역사회의 가치, 인간존중, 나눔의 가치를 추구해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커뮤니티케어는 제도화된 공식적 돌봄만이 아니라 지역돌봄 공동체와 같은 민간 중심의 돌봄도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 이용자, 가족, 친구, 이웃,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되는 자발적인 모임으로 운영되는 영국의 커뮤니티 서클(community circle),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 없이 장애인은 당사자 주체로서 활동하고, 지역주민은 자발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지지하며, 사회복지기관들이 연계와 협동을 이루는 모델로 40여 년 동안 운영되어 온 일본의 니시노미야시의 공생마을 사례 등도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전지혜, 2017).

이와 같이 지역돌봄 공동체가 사회적 가족으로 조직화 된다면, 공공정책의 한계를 보완함과 동시에 지역복지공동체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관건은 지역주민이 어떻게 ‘따뜻하고 활기찬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에 기여하도록 할 것인가이다. 우리 사회복지협의회는 돌봄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별 자원봉사자들이 돌봄활동을 제공하고 활동시간을 포인트로 적립하여 돌려받을 수 있는 ‘기부은행’ 사업을 활용해 지역돌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가족이 가능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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