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경 처장, 노숙인에 대한 편견 깨기 25년…“통합과 연대로 복지파이 키우자”

임은견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 사무처장
임은견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 사무처장

“누구도 노숙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오늘의 노숙인은 어제의 이웃이고, 가족일 수도 있다.”

임은경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 사무처장의 고언이다. ‘노숙인’하면 떠오르는 편견을 없애고 인식개선을 위해 힘을 쏟는 그의 말은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종이다.

임 처장은 1994년 협회 전신인 한국부랑인복지시설연합회 간사로 노숙인복지와 인연을 맺었다. 입사초기 관련기관과 함께 밤을 지새우며 예산확보 투쟁도 했고, 행사장이나 사무실로 찾아온 노숙인에게 여러 차례 위협을 받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임 처장은 “가끔 노숙인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할 때가 있다. 출소증을 들고 와 위협하는 사람,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젊은 노숙인 등 다양한 ‘이웃’들을 만날 때마다 현장 종사자들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복지분야에서도 노숙인시설 종사자들의 급여는 낮게 책정돼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그러다보니 종사자들의 사기도 저하되기 일쑤다.

임 처장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꾸준히 예산 확보를 위한 정책건의서를 만들어 요구한 결과, 해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인건비가 대폭 인상돼 보람을 느끼고 있다.

임 처장은 또 다른 고민을 털어 놓는다. “최근 고용노동환경이 많이 변화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인력을 늘려야 하지만 당장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을 준수하려니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법을 어길 수도 없고…. 딜레마다.”

그동안 노숙인복지는 사회복지분야 중에서도 마이너에 속해왔다. 임 처장과 협회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 같은 서러움과 차별은 많이 개선되고 있다.

그는 “사회 발전 과정에서 가장 먼저 양산되는 게 노숙인이다”며 “주거, 고용 등과 맞물려 하나라도 무너지면 누구나 노숙인으로 전락할 수 있는데, 우리사회는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숙인 복지는 주류 복지분야’라고 당당히 주장하는 임 처장은 “노숙인 인식개선 포스터에도 잘 나타나 있지만 ‘아웃’에서 점 하나만 떼면 ‘이웃’이 된다”며 “‘나는 아닐 거야’, ‘나는 그럴 리 없어’가 아닌 노숙인도 사회의 한 부분으로 오롯이 인정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임 처장의 시선은 노숙인의 인권과 복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회복지 파이를 키워야 노숙인복지도 발전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숙인 복지분야를 뛰어넘어 사회복지계의 통합과 연대를 강조하는 그다.

임 처장은 “사회복지계가 급변하는 사회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유연하게 사회변화에 대응하려는 논의의 장이 많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서 ‘복지인생 25년’의 연륜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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