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복지공동체 개발·사회혁신으로 사회문제 해결 앞장

지난 7월 1~3일까지 영국의 사회적기업, 사회금융 등 신복지 현장을 방문한 한국 연수단이 BITC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1~3일까지 영국의 사회적기업, 사회금융 등 신복지 현장을 방문한 한국 연수단이 BITC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5년 UN이 발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ility Development Goals) 등 글로벌아젠다의 확산으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대한 인식과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각 국가별로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다.

EU, 미국 등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CSR규범을 운영하며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고 특히 영국은 1990년대 초반부터 기업 CSR 제도화 및 인프라를 갖춰 지역개발 및 민간복지 증진에 적극 참여해 왔다.

아시아의 일본, 중국 등도 정부와 기업주도로 강력한 의지를 갖고 다양한 CSR 정책을 펼치며 기업본연의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영국은 CSR 확산으로 사회적 욕구를 해소하면서 획기적 공익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지역복지 현안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했다. 그간의 성공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연수단을 꾸려 지난 7월 1일부터 3일까지 2박3일 간의 일정으로 영국을 방문했다.

기업 CSR 컨설팅 지원단체인 BITC(Business In The Community) 및 사회적금융 SF(Social Finance), 사회적기업 컨트롤타워인 SEUK(Social Enterprise UK), 사회적기업 아카데미 SSE(School for Social Enterprise) 등을 방문해 성공사례 및 앞으로의 비전과 전략을 들을 수 있었다.

BITC, 책임 있는 기업 비즈니스 모델

먼저 BITC(Business In The Community)는 1982년 설립됐다. 당시 정부 재정만으로는 부족했던 공공복지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영국 황실(찰스 황태자)의 제안으로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지역사회 문제해결에 참여하며 지역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발족된 비영리단체이다.

그동안 영국은 BITC의 활동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및 민간복지 증진의 대안으로 추진됐던 CB(Community Business) 즉, 지역사회(Community)에 기반을 두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기업 CSR 모델을 만들어낸 사회적 성과를 창출했다.

또한 기업 CSR 활성화를 통해 민간자원이 직접적으로 청년, 노인, 장애인, 출소자 등 특정집단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지원했다. 이를 통해 당시 영국 국가재정 부족으로 점차 붕괴돼 가는 지역공동체의 재생과 자립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민·관 협력모델은 미국, 일본, 한국 등까지 새로운 기업 CSR 모델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BITC의 주요 추진전략은 책임 있는 기업 비즈니스모델(Responsible Business Map)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전략방향은 건강한 사회와 건전한 환경을 근간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기업이 직접 지역사회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비즈니스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CSR 활동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성과를 달성하며 영국은 기업과 사회가 상생, 공존하는 선진복지국가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나아가 BITC의 기업 CSR 추진모델은 글로벌파트너 네트워크사업(CSR 360)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됐으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CSR 컨설팅을 해주는 대표 네트워크 단체로 부상했다. 1999년 시작해 지금까지 전 세계 67개국, 130여 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6000개 기업 CSR컨설팅을 지원했으며 이를 통해 UN이 2015년에 발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효과적으로 수행한다는 글로벌 리더십과 명성을 획득하게 됐다.

또한 기업 CSR 활동성과는 ‘올해의 책임있는 기업상(The Responsible Business of the year)’시상을 통해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지고 있다. 매년 기업들이 이해관계자로부터 혁신적이고 책임 있는 비즈니스를 영위한 사회성과를 언론방송을 통해 알리고 정부, 일반시민, NGO 등이 이를 지지해준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한 시상식은 1871년에 건립된 영국의 최고 권위 있는 문화센터인 왕립알버트홀(Royal Albert Hall)에서 열리며 11개 부문, 79개 기업이 수상의 영광을 누리는 성대한 행사로 진행됐다.

SIB, 사회문제 해결 위한 플랫폼 역할 수행

두 번째 방문한 SF(Social Finance) 단체는 2007년 정부, 기업, NGO, 금융기관 등이 협력해 만든 비영리 사회금융단체다. 사회보장서비스 지출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지금은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회혁신의 대동맥 역할을 하는 사회금융 중개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업 성공 기반을 토대로 세계적인 사회투자모델이 된 사회적임팩트본드(SIB, Social Impact Bond)를 탄생시켰고 지금은 사회혁신 핵심모델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사회적임팩트본드(SIB)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난 혁신적 IT기업 탄생의 산파역할을 한 벤처투자처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투자자금을 직접 지원해 주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면서 새로운 사회금융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그동안 공공분야에서 예산과 인력부족으로 효과적으로 실현하지 못한 지역개발, 보건의료, 안전, 범죄율 감소를 위한 예방복지사업 등에서 임팩트 있는 사회성과를 만들어 냈다. 현재도 이러한 SIB를 기반으로 한 사업이 SF기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20개 이상 국가, 100개 이상의 SIB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사회변화, 포괄적인 복지혜택, 지속가능발전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어내며 전 세계 사람들과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새로운기회를 창출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사회투자금융의 경험과 전문성을 유럽 등 국내외 파트너들과 공유하고 협업하며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확장하도록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사회금융단체인 SF를 방문한 연수단이 SIB에 대한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사회금융단체인 SF를 방문한 연수단이 SIB에 대한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SEUK, 사회적기업 성장 위한 컨트롤타워

세 번째 방문기관인 SEUK(Social Enterprise UK)는 2002년 설립된 영국 최대의 사회적기업 네트워크로 6개 정부부처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800개 회원, 1만5000개 파트너 네트워크를 가진 비영리단체이며 공공부문의 사회서비스 비즈니스를 중개하고 기업 간 경영지원, 홍보, 연구, 컨설팅, 캠페인 등 다양한 사회적기업의 성장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영국은 이처럼 사회적기업 발전을 지원할뿐 아니라, 글로벌 사회적기업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적인 교류와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기업가, NGO 실무자가 활동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교육, 컨설팅, 투자기회를 제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서비스의 질적 발전을 도모했으며 시민사회가 당면한 지역개발, 교육, 보건의료, 안전교통, 문화예술 등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영국의 사회적기업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적으로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고 그 중에는 오랜 역사와 상당한 규모를 가진 기업도 있고 이제 막 시작한 사회벤처 기업도 있다. 보조금에 의존하는 자선단체와 NGO 등도 역시 이러한 기업가정신을 도입하면서 독립적인 사회적기업 형태로 발전, 성장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배경에서 육성된 사회적기업이 지금은 7만 여 개가 넘으며 총 200만명의 종사자가 연간 240억 파운드(한화 35조원)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산재한 다양한 사회문제는 대부분 이러한 사회적기업을 통해 해결되며 지역복지 생태계 조성 및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창출해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진입하면서 성장과 분배의 갈등 속에 지역복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를 경험한 이웃나라 스페인, 그리스 등의 국가경제 몰락, 지역공동체 붕괴사태를 보듯이 공공복지의 한계점을 극복하며 성공적인 상생모델을 구축한 영국은 이제 여러 국가에게 경제성장과 복지현안을 동시에 해결해 가는 정부, 기업, NGO 등의 협력·협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SSE, 창조적 기업가 육성 위한 ‘개인 맞춤형 교육’

끝으로 사회적기업 스쿨(SSE, School for Social Enterprise)은 1997년 영국의 저명한 사회적기업가 마이클 영에 의해 설립됐다. 설립목적은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창조적인 기업가를 육성하는 전국규모의 교육아카데미를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지금은 영국 내 10개 지부, 인도 및 캐나다 등에 해외지부를 두고 있다.

SSE 교육의 특징은 Doing, Learning, Differently를 모토로 현장에서 기업가 스스로 선배와 강사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것을 경험하면서 배운다. 즉, 현장 중심의 학습을 진행하며 기업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필요한 지원과 훈련 방식이 다르다는 전제 하에, 지속적으로 기업가 개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적절한 교육과 지원을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 성공 프로그램인 Lloyds Bank Social Entrepreneurs는 로이드뱅크가 후원하면서 사회적기업가 양성 및 기업설립에 대한 경영전반의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치 트레이드(Match Trading) 프로그램은 기업의 매출과 비례해 사업비 등은 물론 기업의 재무활동, 시장개척, 수익구조 창출 등을 지원하며 지금까지 2000여 명의 사회적기업가를 배출했다.

이러한 사회적기업가 양성체계처럼 한국도 이제는 사회혁신을 이끄는 사회적기업가 양성 즉,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재무관리, 사업개발, 투자유치, 마케팅, 파트너십 등 민간기업이 지닌 기업가적 지향성과 공공서비스가 지닌 공익성 정신과 가치가 더해진 사람과 기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실제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적 수요에 답하고자 다양한 분야의 사업모델을 만들어 내는 사회적 목적을 지닌 기업을 양산해 내는 산파 역할을 해야 한다. 단순히 돕고 지원하는 활동에서 사업프로젝트를 스스로 개발하고 사회변화를 이끄는 사회적기업가를 길러내는 ‘한국형 사회적기업가 양성 통합인프라’를 하루 빨리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형 사회적기업가 양성 인프라 구축해야

최근 한국도 저출산, 고령화, 청년고용, 지역재생, 일자리창출 등 다양하고 복잡해진 사회·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사회혁신 및 사회적경제 확충을 국가의 중점추진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경험했던 것처럼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진입에 따른 주요 사회복지 현안, 성장과 분배, 지역공동체 개발 등 여러 사회적 욕구에 대응한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전개될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사회 양극화, 고용절벽, 인간성 상실 등에 대비한 정부, 기업, NGO 등 사회 각 분야에서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같은 관점에서 최근 정부도 선진복지국가를 지향한 다양한 정책방안 즉, 보건복지부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 행정안전부의 사회혁신, 국토교통부 지역사회 재생사업,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육성 등 다양한 국가정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국가 정책 추진은 정부, 기업, NGO 등 민·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영국 BITC의 기업 CSR 활성화 지원체계 구축, SEUK, SF 등과 같은 선진화된 사회적기업 육성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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