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숙 원장, 소통과 협력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
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 정책개발 및 자립지원 등 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공공기관이다. 최초의 여성원장으로 새롭게 취임한 최경숙 원장은 ‘혁신로드맵’을 발표하며 기관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 중이다.

Q | 지난 4월에 취임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장 취임 소감을 말해 달라.

“취임 후 어느 새 100일 정도가 지났다. 처음 한 달간은 현안을 파악하는데 집중했다면, 이후에는 인사·조직, 사업 전반의 혁신을 목적으로 외부위원 중심의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혁신 로드맵’을 준비했고 6월 말 그 내용을 발표했다. 장애인정책 전문기관이라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정체성,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쇄신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보았고 취임 후 업무지시 1호로 진행했던 것이다. 취임 전까지는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단체 리더, 국가인권위위원 등 외부인의 눈으로 개발원을 지켜보면서 개발원의 역할에 대해 개인적으로 생각해 온 부분들이 있었다. 이제는 그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내부에서, 수장으로서 조직을 바라보고 있다. 또 최초의 여성 원장이라는 타이틀로도 주목받았는데, 장애인당사자이자 여성으로서 갖는 상징적 무게도 체감 중이다.”

Q | 원장께서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주요기능과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개발원의 비전이 ‘장애인 정책개발과 자립지원의 중추기관’이다. 장애 분야 전문성을 토대로 이 비전에 담긴 본연의 기능을 어떻게 실현해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본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정책과 관련한 유일한 정부 산하 기관이다. 장애인을 위한 정책, 서비스에 대한 연구 뿐 아니라, 장애인 지원을 목적으로 다양한 사업도 수행한다. 연구와 사업 두 가지 기능이 모두 있다 보니 정체성이 무엇이냐는 질문도 받지만, 이것은 오히려 기관의 장점이 될 수 있다. 연구와 사업이 상호 연관성을 갖고 시너지를 발휘할 때 수요자인 장애인 당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정책, 서비스가 되리라 본다.”

Q | 지난 6월 28일 한국장애인개발원 10대 혁신과제와 이행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과 취지를 말해 달라.

“개발원이 최우선에 두어야 할 역할은 장애인 당사자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연구와 사업에 장애인 당사자, 현장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해나가야 한다고 보았고, 장애인 단체, 학계, 법조계 등 분야별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혁신위원회를 출범했던 것이다. 6월 28일 발표된 10개의 혁신과제에는 우리 원의 비전, 주어진 책무를 더 공고히 해나가기 위해 필요한 쇄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핵심은 수요자, 현장과의 거리를 좁히고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령, 혁신과제 중 하나인 ‘사업 및 현장중심 연구와 정책개발 강화’에는 연구를 기반으로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써 주요 사업별 담당 연구원제, 현장 이슈를 반영한 연구 비중 30% 이상 유지, 연구과제 선정위원회 상시 운영 등의 계획을 담았다. 장애유형과 욕구, 직무능력 등을 고려한 다양한 직업재활지원모델 개발을 위해 올해부터 관련 현황조사도 실시해나갈 예정이다. 인사·조직과 관련해서는 장애인 고용률을 현행 6.4%에서 10% 이상으로 확대하고 그 중 여성장애인 비율은 50%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여성의 채용에 앞장서고, 기관 정체성에 맞는 채용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감사실 신설, 중대비리(채용비리, 성비위 등)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시행을 통해 기관 운영의 투명성, 윤리성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Q | 현재 한국장애인개발원 최우선의 당면과제는 무엇이며, 그 이유와 해결방안이 있다면?

“두 가지 측면으로 본다면 먼저 장애인 정책 전문기관으로서 장애인에게 실질적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는 것, 그리고 사업과 관련해서는 통합적인 사회 환경을 구축해나가는 것이다. 첫 번째로 언급한 것은 장애인의 일상과 밀접한, 실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정책화하자는 의미다. 사업 수행단계에서부터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과정을 거쳐, 연구자의 전문성을 통해 당사자의 생각이 효과적으로 정책에 담긴다면 실제 장애인의 일상적 삶에 ‘닿는’ 정책들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에 있어서는 앞서 ‘통합’을 강조했다. 현재 개발원은 직업재활, 우선구매 등 장애인일자리와 관련된 사업들을 중점적으로 수행 중이다.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라고 할 수 있고 장애인 중에서도 특히,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사업의 차별성을 갖고 수행해왔다. 향후에는 중증장애인들이 단순히 일자리를 갖는 데 그치지 않고, 일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통합적인사회 기반을 마련하는 것까지를 포괄적으로 고려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다행히 지난 5월 28일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개발원의 역할이 조금 더 강화되고 확대될 수 있는 밑바탕이 마련됐다. 원래 장애인복지법상(제29조2,3) 개발원의 설립근거만 명시되어 있었는데 개발원의 주요 사업이 이번에 법조문으로 명시되면서 기존에 수행해 온 사업들은 좀 더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고, 변화된 환경에 발맞춘 새로운 사업(장애 인식개선, 장애인에 대한 재난안전대책 강화 등)에 대한 법적 기반이 생겼다. 연구와 사업 분야 모두에 있어서 좀 더 우리의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해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최경숙 원장이 지난 4월 23일 취임식을 갖고 직원들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경숙 원장이 지난 4월 23일 취임식을 갖고 직원들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Q | 원장께서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대표,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기억에 남은 일이나 성과는 무엇이 있었는지?

“1999년 말부터 2007년까지 여성장애인 당사자 조직을 만들어 활동했던 때가 아닐까 싶다. 여성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논의조차 생소했던 시기다. 1999년 부산여성장애인연대에 있을 때 동네주민들의 상습적인 성폭력 피해를 겪은 지적장애 여성을 지원한 적이 있다. 당시 장애판정도 안 받은 상태로 지원받는 서비스도 없었고 가족, 주변 환경 모두 아무런 지원체계가 없었는데, 상담을 통해 다양한 지역 자원을 연계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글을 배우는 것부터 취업까지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사회적 지원체계만 있다면 누구나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경험이다. 그밖에 2001년 전국 최초로 부산에 여성장애인을 위한 성폭력상담소를 연 것, 글을 모르거나 학력이 낮은 여성장애인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다양한 교육사업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만났던 분들이 당당히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을 때 무척 기쁘다. 여성장애인 당사자들과 함께 동고동락한 그 시절은 가장 열심히 일하고 공부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는, 내 청춘의 가장 찬란한 시기라 일컬을 만하다.”

Q | 앞으로 기관을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지? 아울러 임기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임기 내 해야 일들의 방향은 6월에 발표된 혁신로드맵을 통해 정해진 셈이다. ‘소통과 협력’은 혁신과제를 실행해나가는 데 있어 가장 주요한 방법론이 될 것이다. 특히 조직과 관련해서는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비정규직 문제를 단계적으로 풀어갈 것이다. 개발원은 구조상 수탁사업 비중이 높아 비정규직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6~7월에 먼저 기간제 직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앞으로 기존 무기계약직까지 합쳐서 240명 정도를 차차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위탁기관으로서 2016년에 설립된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개발할 수 있으려면 어떤 사회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할지 지역사회와 함께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다. 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지역사회 안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공표된 혁신과제들을 제대로 실행해나가는 것이 지금부터의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전담조직과 외부 자문조직을 운영할 예정이다.”

Q | 마지막으로 장애인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7월 초 장애인 자립지원을 위한 선진사례조사차 영국을 방문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이 영국 고용연금부 산하의 장애청(Office for Disability Issues)이라는 공공기관이다. 주목을 끈 부분은 부처 간 통합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장애인 정책 개발을 할 때 연관성을 가진 여러 부처들이 협업해 공동으로 수행해나가고 있고 특히 장애인 고용환경 개선 등을 위해 고용연금부와 보건부의 공동연합팀(Work and Health Unit)이 구성돼 함께 일하고 있었다. 이러한 협력체계는 지역사회 범위까지 뿌리내리고 있다. 여전히 견고한 부처간 칸막이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통합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장애계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부처 간은 물론 민관 등이 수요자 중심으로 큰 방향을 함께 공유하고 필요한 협력을 해나감으로써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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