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제도 수준으로는 빈곤구제 한계…급여수준 인상 등 이뤄져야

이상은 숭실대 교수
이상은 숭실대 교수

한국 노인빈곤율, OECD국가 중 압도적 상위

한국 사회에서 가장 광범위한 빈곤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 인구 집단은 노인이다. 한국의 인구집단별 빈곤율을 살펴보면, 중위소득 50%를 빈곤선으로 설정했을 때 전체 인구에서의 빈곤율이 13.3%, 아동빈곤율 7.0%, 한부모가구 17.7% 등인데 비해 노인빈곤율은 47.2%로 아주 높은 상황이다(정은희·이주미, 2015). 일반적으로 서구 사회의 경우 노인빈곤율이 낮고 아동빈곤율이 높은데 비해, 한국의 경우에는 거꾸로 노인빈곤율이 아동빈곤율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러한 사실은 OECD국가들에서의 노인빈곤율과의 비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의 노인빈곤율은 10% 미만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들 국가에 비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약 5배 이상 높은 것이다. 한국 바로 다음으로 노인빈곤율이 높은 국가로는 터키, 스위스, 미국, 이스라엘, 에스토니아, 멕시코, 호주, 라트비아 등이 있다. 이 국가들에서의 노인빈곤율은 약 20〜25%정도로 한국의 약 절반 수준이다. 한국은 OECD국가들내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노인빈곤율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될까? 노인은 근로능력이 미약하거나 상실되어 근로소득을 획득하는데 한계가 크므로 노인들에게는 사회적 안전망이 중요하다. 그런데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대부분의 노인이 노인빈곤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노인빈곤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복지제도로 국민연금제도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그리고 기초연금이 있다. 그러나 이 제도들이 노인빈곤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현재 노인들에 대한 소득보장제도로 아직 성숙되지 못했다.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공적 연금보험이 노인빈곤에 대응하는 주된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국민연금이 전 국민으로 확대된 것이 2000년부터다. 이 시기에 60세를 넘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한 이 시기에 60세를 넘지 않은 경우에도 45세 이상의 중년층들은 특례노령연금 등으로 단기간 가입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현재의 노인들은 과거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거나 가입했더라도 단기간만 가입함으로써 국민연금제도로부터 제대로 된 보장을 받지 못한다. 그 결과 국민연금제도는 현재 노인보다는 미래 노인의 노후를 준비하는 제도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2015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국민연금 수급자는 37.3%에 불과하다. 공무원 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수급자를 다 합해도 전체 노인 중 공적연금수급자는 42.3%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민연금제도는 현재 노인 중 일부에 대해서만 연금급여를 제공한다. 국민연금 수급자의 경우에도 평균급여액이 2016년의 경우 37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국민연금제도는 현세대 노인에 대해서는 빈곤구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이름뿐인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빈곤 대응에 아직까지 제도적 한계 뚜렷해

기초연금은 현세대 노인들에게 현금급여를 제공함으로써 현재 노인빈곤문제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제도다. 기초연금은 2007년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감축하면서 그 급여수준을 보충하는 제도로서 도입되었다. 노인들 중 하위 70% 인구를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5%에 해당되는 8만4000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2014년 급여수준을 최대 20만원으로 인상했고 문재인 정부하에서 2018년 25만원, 그리고 2021년까지 30만원 수준으로 최대급여액을 인상할 예정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초연금 급여수준은 여전히 최저생계비(2018년 현재 기준중위소득의 40%인66만9000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고, 일반적으로 OECD에서 빈곤율 산정시 적용하는 빈곤선인 중위소득의 50%(91만7000원, 통계청 2016년 가계동향조사 결과)와는 차이가 크다. 따라서 기초연금 제도는 현세대 노인의 빈곤문제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급여수준으로 인해 노인빈곤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뚜렷하다.

이와 같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라는 제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들의 지출은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OECD국가의 노령 및 유족연금에 대한 공적지출 수 준을 보면, 2 013년의 경우 GDP 대비 비율이 평균 8.2%로 나타난다. 그런데 한국은 공적 노령 및 유족연금의 GDP 대비 비중이 2.6%로 OECD 국가 평균 지출의 31%에 불과하다(OECD, 2017). 그러니 한국 노인의 빈곤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이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존재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후의 안전망으로서 전 국민을 빈곤으로부터 구제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부양의무자기준과 엄격한 재산기준 등으로 인해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야기하고 있어 노인 빈곤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재산기준의 경우, 재산의 소득환산제에 의해 재산과 소득을 환산하고 있는데, 매우 엄격한 환산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재산의 소득환산에 있어서 환산의 대상이 되는 재산에서 제외시켜주는 기본재산액이, 기초연금의 경우 대도시 1만3500만원, 중소도시 8500만원, 농어촌 7250만원으로 높게 설정하고 있는 반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대도시 5400만원, 중소도시 3400만원, 농어촌 2900만원으로 엄격하게 설정하고 있다. 재산의 소득환산율에 있어서도 기초연금에서는 재산의 종류에 무관하게 월 0.33%(연 4%)를 적용하고 있는 반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주거용 재산 월 1.04%, 일반재산 월 4.17%, 금융자산 월 6.26%, 그리고 자동차 월 100%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부양의무자 기준의 경우에도 실제 부양이 이루어지는 정도를 거의 고려하지 않고 부양의무자가 존재하고, 부양의무자와 빈곤노인가구간에 일정한 연락이 있는 경우에는 부양의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수급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엄격한 재산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적용함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로 지정되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처하게 되는 노인들이 다수 발생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제도, 기초연금제도,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노인빈곤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으로 존재하고 있으나 각 제도의 한계로 인하여 노인빈곤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현세대 노인들을 제대로 수급대상으로 포괄하지 못하고 있고, 기초연금은 급여수준이 제한적이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엄격한 수급기준으로 인해 사각지대가 너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제도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확대를 통해 노인빈곤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제도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노인빈곤 문제에 대응하기에는 그 한계가 뚜렷하다.

개별 경제능력 평가 통한 소득보장 제도 필요

국민연금제도의 경우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을 인상하고 가입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시도들이 제기되어 왔다.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평균소득가입자의 40년 가입시 소득대체율 40%에서 50%로 인상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국민연금 가입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하여 사회보험료 지원제도나 크레딧(Credit) 제도를 확충하자는 주장들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은 현재의 노인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재 경제활동연령층의 가입기간을 확대하고 급여수준을 제고함으로써 미래 노인의 연금급여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국민연금제도의 확대를 통해 현재 노인의 빈곤문제에 대응하기는 어렵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주장도 제기되어 왔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함으로써 노인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틀 안으로 포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게 되면 노인 및 장애인의 독립가구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구단위에서 경제적 능력을 평가해 수급가구를 지정하는 제도다.

그러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경우, 어떤 노인이 자녀와 같이 살게 되면 자녀와 한 가구를 이루게 되므로 자녀의 경제적능력을 같이 평가해 수급가구 여부를 판정하게 된다. 그래서 자녀가 경제적 능력이 있는 경우 노인이 그 자녀와 같이 살게 되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가구로 지정되지 못한다. 반면, 노인이 그 자녀와 떨어져서 살게 되면 노인 독립가구가 되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가구로 지정되게 된다.

노인이 혼자서 살다가 건강이 약화되어 자녀와 같이 살고자 할 때, 노인은 그동안 받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상실하고 그야말로 자녀에게 부담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노인들에게 거주와 생활방식의 문제와 관련한 선택권을 제한하고 노인의 독립가구화를 조장하게 된다. 독거노인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된 상황에서 노인독립가구화를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노인에 대해서는 노인이 속한 가구가 아니라 노인 개인의 경제적 능력을 평가하여 소득보장을 제공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서구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노인에 대한 소득보장은 노인 개인단위에서 소득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정액기초연금, 최저연금제도, 그리고 노인소득보충급여제도이다. 네덜란드와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높은 수준의 정액 기초연금제도를 전체 노인에 대해 적용하고 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등의 경우에는 공적소득비례연금이 일정수준에 미달하는 경우 그 차액을 보충해 주는 최저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의 경우에는 노인의 소득과 재산을 조사해 일정수준 미만인 경우 소득을 보충해 주는 노인소득보충급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덴마크, 캐나다, 영국 등은 정액의 기초연금과 노인소득보충급여를 결합한 이중구조 형태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초연금제도 확대로 빈곤문제 대응해야

한국의 경우에도 국민연금제도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노인빈곤 대응에 있어서의 한계를 직시한다면 기초연금제도 확대를 통해 노인빈곤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연금 확대에 있어서 우선 급여수준의 인상이 필요하다. 기초연금이 노인빈곤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OECD 기준의 빈곤선(91만7000원) 만큼은 안되더라도 한국의 최저생계비 정도(66만9000원)에 해당되는 수준으로 최대급여수준을 인상해야 한다. 그런데 의료급여나 주거급여 등 현물급여의 이용가능성을 고려하면 현금급여의 수준은 최소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정도인 50만원 정도는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기초연금의 급여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이슈가 있다. 기초연금 급여구조를 정액급여일원화 방식으로 설정할 것인지, 아니면 정액급여와 일정한 보충급여를 혼합하는 이중구조방식으로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기초연금 급여수준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수준인 50만원으로 설정할 때 이 금액을 기초연금 수급자 전체에게 정액으로 지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국민연금 급여가 균등부분과 소득비례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평균가입자의 경우 40년 가입시 균등부분 급여가 소득대체율 20%(약 40만원)에 해당된다고 하는 점을 고려하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균등부분을 합하여 균등부분의 규모가 소득비례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커질 수 있다. 서구 국가에서도 정액기초연금 방식을 운영하는 네덜란드나 뉴질랜드의경우 공적 소득비례연금이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기초연금을 정액급여 방식으로 50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그러므로 기초연금을 정액급여와 보충급여를 혼합하는 이중구조 방식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기초연금도 정액급여 부분과 국민연금균등급여에 연계해 감액하는 보충급여 부분의 이중구조 형태로 구축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 연장선상에서 정액급여와 보충급여의 이중구조 방식을 확대 재편할 수 있다.

이중구조방식에서 정액급여에 더하여 보충급여 부분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의 이슈가 있다. 보충급여를 현재와 같이 국민연금 균등급여에 연계해 감액하는 방식, 최저연금 방식, 그리고 소득보충급여 방식의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국민연금 균등부분 연계 방식은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에게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제공하므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서구 국가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최저연금 방식 또는 소득보충급여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제도가 성숙되어 있지 못하고 또한 현재의 노인들은 연금보다는 소득과 재산을 통해 노후를 대비해 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소득보충급여 방식이 가장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노인빈곤 문제에 대해서는 기초연금의 확대를 통하여 대응하되, 기초연금의 최대급여를 5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고, 약 절반은 정액급여로 또 나머지 절반은 소득과 재산에 연계하는 소득보충급여로 지급하는 이중구조 방식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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