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기관에서 민간재원을 확보하는 가장 일반적인 수단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는 결연후원이나 일반 후원금이 가장 많다. 최근에는 공동모금회나 기업재단들로부터 프로그램 지원금들이 많아지면서 사업제안서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비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사회복지기관뿐만 아니라 대학, 박물관, 미술관 등을 포함한 비영리조직에서 민간재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기념품 판매수익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적극적으로 판매수익을 통한 재원확보를 고려해볼만한 때이다.

사회복지분야에서는 무엇을 판매한다는 것이 사회복지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상품의 판매는 영리부문의 대표적인 활동이고 비영리조직의 대표적 유형인 사회복지기관에서 수익을 높이기 위한 상업행위를 한다는 것은 비사회복지적 행위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기념품과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단순히 이익을 높이자는 의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기념품의 판매를 통해서 사회복지기관의 가치와 철학을 널리 확산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사회복지교육의 기회가 되면서 동시에 기관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판매는 사명의 교환

우선 사회복지기관들이 판매하는 제품은 사치품들이 아니라 티셔츠나 머그잔 등 일상 생활용품들이다. 이들을 늘 가깝게 지니고 사용하면서 그곳에 새겨진 글귀, 사진 등을 보면서 사회복지기관을 떠올리며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사회복지기관의 로고를 보면서 자신이 후원하고 있는 기관에 대해 늘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사회복지기관과 관련된 서적이나 음반 등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사회복지기관이 견지하고 있는 철학이나 사명을 연상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판매는 사명의 교환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입은 부수적인 효과이다.

사회복지기관들이 기념품 판매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다양한 의의가 있다. 첫째는 재원의 다원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대 다원화된 사회에서 사회복지조직의 지속가능성과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재원의 다원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지역사회의 다양한 출처로부터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사회복지기관의 재정 안정성에도 매우 유익한 방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념품 판매를 통한 수입은 기관의 재원의 다원성을 확대하는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후원자 기반 확대 효과

둘째, 잠재적 후원자 기반의 확대 효과가 있다. 일반적인 모금과 마찬가지로 판매도 관계를 기초로 이루어진다. 기념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추가적인 후원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기관의 기념품을 구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관 사업에 관심이 있고, 기관의 사명에 대해 동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념품 구입을 통해 이미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한 경험을 갖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로 기부하는 것이 그만큼 낯설지 않게 된다. 혹은 기존 후원자들이 기념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이는 매번 자동이체로 일정한 금액을 고정적으로 기부하는 기존 후원자로 하여금 추가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셋째, 융통성 있는 재원의 확보 기회이다. 사회복지기관 민간재원의 경우 대개는 융통성이 없는 예산들이다. 결연후원금의 경우 우리나라 후원자들은 자신이 기부하는 돈 전액이 결연대상자에게 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 가운데 행정비를 마련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프로그램 지원금의 경우도 기관 운영비에 대한 지원보다는 사업제안서에 제시된 사업을 원칙대로 수행하는 경비가 대부분이므로 그 사업을 위해 기관이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재원의 확보가 쉽지 않다. 더구나 프로그램 지원은 대개 일년 단위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아서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힘들어 난감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은 일상 사업유지도 힘들 정도로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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