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사회복지학과 개설해 전문인력 양성 필요

한반도에 봄은 오고 있는가. 4.27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관계가 급진전 중이다. 6월 12일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시험대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남북교류 협력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남북교류가 활성화할 경우에 대비해 복지분야 역할과 준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을 마련했다. 남북복지협력, 즉 ‘남북복협’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놓고 토론을 벌인 좌담은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이 진행을 맡고 양옥경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철수 신한대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 황규성 한국노동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서상목 회장 최근 남북한 교류 활성화 분위기 속에서 사회복지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물론 복지분야 교류는 북핵문제 해결과 경제협력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현재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말해 달라.

양옥경 교수 남북, 북미 관계를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의 전체적인 방향은 평화와 번영, 통일이었다. 번영에 초점을 두면서 현 체제를 유지하자는 거다.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평화통일을 하겠다는 기조이기 때문에 통일이 맨 뒤에 나온다. 지금의 정세 변화는 북한 입장에서 ‘우리도 잘 살아야겠다’는 것에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결국 체제유지를 전제로 사회 번영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복지분야 협력은 해야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무엇보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이철수 교수 남북관계는 긍정적이다. 북한이 현 상황을 타파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남한의 보수정권 9년 동안 남북관계나 교류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현 정부가 이를 회복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도 북핵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에 봉착했다. 남한은 화해협력과 평화체제 구축, 북한은 북미관계 정상화,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삼자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다 보니 지금의 상황에 올 수 있었다.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내년부터는 적극적인 남북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사회복지종사자 입장에서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먼저 복지는 비정치 분야이기 때문에 관계와 상관없이 교류 협력해야 한다. 정치관계나 남북관계에 종속시켜 복지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 둘째는 북한은 보건과 복지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식량과 복지, 인권과 복지도 분리되지 않는 사회다. 북한의 현실을 볼 때 현재 국제기구가 담당하고 있는 대북지원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 남한의 사회복지실천전문가들이 북한에 가서 교류 협력하고 지원하는 것이 1차적 과제다.

황규성 연구위원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었고, 그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지금의 변화를 불러왔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의 북한 경제는 더 이상 계획경제로 보기 어려울 정도라는 게 중론이다. 예를 들면 북한에 시장 메커니즘이 파급되어 들어가고 있는데, 김정일 체제에서는 시장활동을 단속했다 풀어주는 것을 반복적으로 했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시장활동을 제재하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주민들의 생활에 있어 시장활동이 깊숙이 침투되었기 때문에 되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또 하나는 주민 생활의 질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 같다. 때문에 경제개혁을 추진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과거 계획경제 복원을 통해 경제회생으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일정정도는 접어놓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가능할 것 같다.

서상목 문재인 정부의 굿캅(good cop) 역할, 트럼프 정부의 배드캅(bad cop) 전략이 절묘하게 이루어 진 것 같다. 본격적으로 복지분야와 관련해 논의를 하면 좋겠다. 북한이 계획경제를 통해 50~60년대까지 남한보다 잘살았고,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사회주의체제를 통해 사회보장체계도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 90년대 중반 소련이 붕괴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이후 상당수 북한 주민이 시장경제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상황까지 왔다. 북한의 복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부분적 시장경제여서 능력에 따라 처한 상황이 다를 것이다. 그만큼 취약계층의 복지수준은 심각할 것이다. 복지분야에서 예상보다 빨리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양옥경 복지분야 협력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 복지는 비정치적 이슈이고 인간 존엄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시장경제 이야기가 나왔는데, 관련 통계가 조금씩 다르지만 북한 주민의 약 70% 정도가 시장에서 소득을 얻고 있다. 이는 그만큼의 빈부격차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과거 정권에서 통일을 이야기할 때는 남한과 북한의 차이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와 그에 들어가는 통일 비용만을 강조해왔다. 그러는 사이 북한이 실질적 시장경제로 돌아가면서 그 안에서 발생하는 빈부 차이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과거 계획경제를 하던 때의 북한이 아니다. 복지분야를 어떻게 교류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심층적 연구를 빨리 진행해야 하고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도 돌려야 한다.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에 합의했는데, 개성에 사무소를 만들 때 복지분야도 같이 들어가야 한다. 추가로 현재 북한에 UN기구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남북교류가 시작되면 코이카(KOICA)가 국제개발협력으로 들어가 직접 사업을 하는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정부차원에서 사회개발도 해주고 동시에 민간도 들어오게 되면 민과 관이 협력하는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PPP 기금이 들어가면 UN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UN이 제시하고 있는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 중심의방향으로 간다면, 북한의 경제 및 복지에 대한 개발협력이 함께 이뤄지지 않을까.

이철수 북한의 특권층은 여전히 고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인구의 20만 정도를 특권층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배급이 끊이지 않는다. 그 외 계층에서는 복지가 상품화되어 있다. 정상국가에서 복지는 탈 상품화되어야 하는데 북한은 대부분 복지를 시장을 통해 공급 받는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시장에서 파는 복지를 구매하는 형태다.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북한주민의 생활은 ‘비자발적이지만 자립상태’라고 요약할 수 있다. 16~17년 UN보고서에는 약 1800만명이 식량 공급이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난다. 북한이 상당부분 자본주의화 되면서 빈부격차도 심해졌지만 도농 간 격차도 벌어졌다. 인구의 7% 이상이 65세를 넘는 등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다. 남북한의 경제적 수준만큼 복지수준도 차이가 있다. 남북 협력 시 복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이전에 ‘우리가 준비되어 있나’를 살펴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준비가 잘 되어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북한 또는 북한사람에 대해 너무 모르기 때문이다. 하나센터를 통해 이탈주민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보가 많지 않고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도 없다. 따라서 복지분야 남북 협력을 위해선 우리 스스로 인력양성 등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협력을 할 때 어떤 분야를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접근하기 쉬운 부분부터 해야 하는데, 가장 쉬운 게 장애인분야다. 과거 장애인복지와 관련된 협력은 많은 기관에서 해줬고 국제기구에서도 지원했기 때문에 서로 거부감 없을 것이다. 또한, 북한에복지시설은 있는데 전문 사회복지사가 없다. 물론 봉사원이라는 사람들이 사회복지사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지역사회복지에 대해 우리가 지원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남한 사회복지사 중 슈퍼바이저 이상이 ‘장애인 재활과 교육에 대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남한 장애복지서비스는 어떤 게 있는지’ 등을 서로 교류하고 교육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낄 것이다. 개성공단이 복원되고 경제특구가 다른 지역까지 확대되면 사회복지가 함께 들어가야 한다. 보건분야는 병원, 복지분야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설치돼야 한다. 물론 북한 유치원 교사들이 일을 하겠지만 프로그램 등 우리의 노하우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아동교육 프로그램과 교재 등을 전수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동복지와 관련된 공통분모를 스스로 찾게 해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양옥경 ‘우리가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느냐’고 했는데, 국제개발협력 차원으로 이해하면 우리가 코이카를 통해 잘 알지 못하는 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나간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한은 언어가 통하고 한민족이기 때문에 제3국 보다는 도움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물론 북한과 관련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이럴 것이다’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NGO나 사회복지사들의 현재 마인드로도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다고 본다. 조금 더 교육하고 양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동의한다.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지난 몇 년간 중국, 베트남, 몽골 등과 사회복지분야 교류협력사업을 진행했다. 사회주의국가는 정부가 직접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담당업무를 공무원이 직접 하는데, 대부분 전문성이 없다. 때문에 가장 원하는 부분이 복지관련 교육훈련이었다. 복지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양옥경 10년 전 평양에 갔을 때, 그곳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니 남한의 복지모델을 배우고 싶어 했다. 특히, 관심 있는 분야가 여성과 보건 분야였다. 여성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부분을 중심으로 교류하면 좋을 듯하다. 그 과정에서 1차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상이 탈북민이다.

황규성 과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복지를 북한사람에게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해 봐야 한다. 앞서 이 교수가 북한은 ‘분화가 잘 안 되는 사회’라고 얘기했는데, 그 말이 정확하다. 독일통일 과정의 복지를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는데, 서독 학자들이 동독을 얘기할 때 한마디로 ‘미분화된 사회’라는 얘기를 한다. ‘정치가 곧 경제’고 ‘경제가 곧 사회’라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복지’라는 화두를 가지고 접근했을 때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즉, 복지전공자는 복지 마인드로 북한문제에 접근하고 경제전공자는 경제마인드로 북한문제에 접근하는데, 실제 이런 부분이 하나의 몸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북한의 복지가 어떤 상태인가’를 측정하는 것도 어렵다. 그럼에도 ‘니즈의 충족’을 복지라고 정의한다면, ‘주민 대부분이 시장에서 니즈를 충족시키는 상태’가 북한의 복지현실 아닐까. 앞으로 ‘복지분야 어떻게 교류협력 할 것인가’의 문제보다 더 넓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치, 경제, 복지라는 측면이 미시적으로 들어갈게 아니라 크게 정치, 경제, 사회의 관점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복지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도 중요한데, 놓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 노동이다. 복지가 노동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과 교육훈련분야를 묶어서 생각해야 한다. 개성공단이 복원되고 더 많은 공단이 생겨난다면, 그동안의 개성공단운영방식에서 탈피해 사회분야 노동, 복지, 교육 등이 하나의 패키지로 들어가는 것이다. 개성공단 운영시스템 자체를 과거처럼 물리적인 결합방식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결합해 나가서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는 방식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서상목 북한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본 수요가 충족이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 식량, 보건분야 등을 지원하면,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야하는데 이미 혜택을 받는 사람들에게 돌아 간다. 앞서 얘기한 어린이집, 유치원 등도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노동·교육은 북한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인데 북한입장에서 근본을 건드리는 교육 등은 거부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즉, 우리가 교류하고 싶은 이상과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은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양옥경 지금 이 시점에서는 미시적인 실천분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체제 자체를 건드리지 않는 차원에서 ‘교육을 받아보니 이게 좋구나’, ‘우리가 이걸 바꿔봐야겠다’하는 자발성을 끌어내는 차원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 큰 틀도 좋지만 복지는 비정치적인 차원으로 시작하고, 좀 더 미시적 차원에서 접근해 저절로 정착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 운영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차원이 좋다. 실천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전달체계다. ‘복지서비스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하므로 전달체계를 잡아줘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북한의 사회체계와 같이 가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도 지역사회복지를 강화하는 시점이고 동사무소를 통해 ‘찾동’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북한에도 행정단위마다 인민반이 있고 사회주의 여성동맹이라는 ‘여맹’, 직장동맹이라는 ‘직맹’도 있다. 통상 20~30가구가 하나의 인민반이고 그 곳에 우리의 통장과 같은 인민반장이 있다. 그 인민반을 5~6개로 묶어 지구라고 하는데, 이는 우리의 동차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역사회 안에 이런 조직이 있기 때문에 거부감을 덜 갖도록 현재의 체제를 활용해 그 동네의 욕구 사정을 인민반장을 통해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지역사회에 각종 시설이 있고, 인민반장이 주민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정보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감시의 내용이었다면 앞으로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으로 활용된다는 걸 알게 해주는 것이다. 이때, 남한의 부녀회, 동장 등과 교류하도록 하고 지역별로 자매결연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거부감이 덜하지 않을까. 또한 각종 시설에 있는 서비스제공자가 사회복지사로 전환되는 과정까지도 서서히 교육하면 좋겠다. 북한에도 국가자격위원회 등이 있는데 그 곳을 통해 ‘사회복지사’ 자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차원으로 천천히 진행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달체계 안에서는 우리의 사례관리 등을 교육하는 것이다. 이 같이 현재 시스템을 인정해주면서 남한이 시행하고 있는 복지전달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훈련하고 교류하면 큰 거부감 없이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철수 외부지원에 대한 모니터링은 많이 좋아졌다. 한국정부가 국제기구에 지원하는 모니터링은 거의 100% 투명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제기구가 북한에 지원하는 것도 비교적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 예로 스웨덴 NGO의 경우 3년 전부터 북한에 노인요양시설을 짓기 시작해 긍정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안심할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대북지원을 한다면 투명성 확보가 또 하나의 과제로 대두된다. 교류를 하면서 절대 건드리면 안되는 게 두 가지다. 북한사람들의 자존심과 체제 자체에 대한 불합리성이다. 우리가볼 때 북한체제가 비상식적이지만, 그들이 볼 때는 우수하고 좋은 체제로 가르쳐왔기 때문에 건드려서는 안 된다. 이런 부분을 고려할 때 지원 분야는 모니터링이 가능한 분야,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분야로 해야 한다. 모자보건, 결핵, 말라리아, 감염병 등과 같은 사업이다. 국내 많은 NGO가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던 부분인데, 북한이 WHO에 보고한 자료에 비해 상당한 심각성이 노출되어 있다. 북한은 보건의료 수준이 우리의 50〜60년대 수준으로 감염성질환이 많다. 이 부분에서는 시범사업이 필요하다. 과거 남한 NGO는 특정한 분야에서만 시범사업을 했다. 예를 들면 농사짓는 방법, 식량생산 확대방법 등이다. 북한이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가 생활환경이다. 예로, 병원에 입원하면 병이 낫는데 집에 돌아가면 재발한다. 잘 먹고, 잘 씻고, 잘 자는 등 생활환경 자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위생상 문제도 없고 유병률이 낮은데, 북한은 이런 시스템이 거의 붕괴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을 할 때 식량생산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전기, 식수 등이 같이 들어가 기본적으로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되 통합적인 보건복지시스템으로 들어가야 한다. 또 하나, 지금 평양 과기대에는 미국인 목사가 와서 학교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 사회복지과를 만들어 가르쳐야 한다. 북한은 복지라는 말 자체가 없고 ‘사회보장’이라고 한다. 북한에서는 복지를 ‘자본주의자들이 분배가 불투명해서 발생하는 빈곤층에 대한 구호활동’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평양 과기대 등에 ‘이게 사회복지다’라는 걸 가르치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서상목 마지막으로 복지분야 교류협력을 위해 한 말 씀씩 해 달라.

황규성 복지분야 교류협력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물밑에서 파급력이 있는 걸 선별해 교류협력을 해나가는 방식이 중요하다. 둘째, 북한에서 잘 활용할 것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처음에는 흡수통일 방식으로 가서 동독주민들이 좋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통일 후 15년이 지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타났고 정책자체를 수정해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가족정책 영역이었다. 메르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실상 폐기됐었던 동독의 가족정책을 다시 되살리는 방향으로 갔고, 그것이 독일 복지시스템이 튼튼해지는 하나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측면을 놓고 보면 ‘일방적으로 우리의 것을 어떻게 덮어씌울 것이냐’보다는 ‘북한에서 무엇을 살려서 효과적으로 복지시스템을 만들 것이냐’를 고려해야 한다. 사실 복지는 복지시스템 자체 보다 사람들의 삶의 질이 중요하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정착시킬 것이냐는 관점에서 ‘북한의 것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대해 적극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양옥경 스스로 교육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10년 전 캄보디아 왕립대학에 사회복지학과를 만들고 지금까지 교류하고 있다. 처음엔 캄보디아에 사회복지학과가 없었는데 지금은 졸업생들이 사회복지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걸 보면서 ‘김일성대학에 사회복지학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늘 해왔다. ‘사회복지사’를 자생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우리가 열심히 협력하면 좋겠다.

이철수 한반도 통일도, 평화체제 구축도 중요하다.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은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평상시에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데 왜 이걸 공부하고 연구하느냐’는 생각은 무의미하다. 평상시 준비를 잘 해야 한다. 과거 우리 사회복지현장에서는 ‘통일 사회복지’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았다. 이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문제이므로, 우리 문제를 계속 등한시한다는 건 직무유기와 같다. 이제는 조금씩 통일 사회복지와 관련한 교육훈련, 연구에 대해 현장에서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당면할 문제이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제대로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통일보건복지’를 총괄하는 곳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에 통일보건복지분야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한다. 통일부는 복지분야를 잘 모르므로 보건복지 전문인력인 복지부 관료가 해야 한다. 통일과 평화와 상관없이 통일복지 전담부서는 무조건 설치해야 한다.

서상목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고 평화체제가 되면 국가차원에서 복지분야를 코디네이션하는 곳이 필요하다. 또한, 전달체계 문제다. 관련 문헌을 보면 북한은 오랜 기간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했기 때문에 우리보다 오히려 전달체계가 나은지도 모른다. 현재의 전달체계를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문제는 사회주의 전달체계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작동을 안 한다는데 있다. 다만, 사회주의 전달체계가 기본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물자를 지원해주고 동시에 교육 훈련 프로그램이 같이 들어가면 좋겠다. 무엇보다 보건과 복지가 같이 가야 한다. 사회주의국가는 보건은 생각하는데, 복지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다. 평양 과기대나 김일성대에 사회복지학과가 개설돼 교육훈련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교류를 해나가면서 통일 사회복지에 관한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 오늘 좌담은 이 같은 논의를 시작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앞으로 남북교류 진전 상황에 따라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논의가 이뤄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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