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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케어 성공으로 ‘사회복지 원년’ 만들겠다”
  • 승인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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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중심 복지체계 구축 설계’하는 배병준 실장, ‘똑똑한 사회안전망’ 역설
배병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복지부의 대표 브랜드 사업인 커뮤니티케어 성공으로 사회복지 원년을 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배병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

‘커뮤니티케어’, 현재 보건복지부의 대표 브랜드 과제다. 오는 9월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복지시설과 병원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하는 큰 그림이다. 노인, 장애인, 아동의 삶의 질과 인권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사람중심의 ‘커뮤니티케어’ 밑그림 작업을 총 지휘하는 배병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을 만났다. 배 실장은 “커뮤니티케어 시행이 ‘사회복지 원년’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각오와 의지를 보였다.

Q | 지난 3월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맡았다.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처한 엄중한 현실을 해결해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어 기쁘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의 심화, 저성장의 고착화, 양극화 등 사회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소득보장체계 마련,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체계 구축, 복지 인프라 확충,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및 공공성 강화, 장애등급제 폐지 및 장애인 건강권 강화, 탈시설 지원 등 장애인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현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복지 패러다임 대변혁기 도래

Q |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는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슬로건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포용적 복지국가’는 어느 계층도 소외됨 없이 경제성장의 과실과 복지서비스를 모두가 골고루 누리고 개개인이 인간으로서 가치를 존중받는 국가를 말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선성장·후복지 패러다임을 넘어 건전한 시장체제와 사각지대 없는 튼튼한 사회안전망이 조화를 이루어 복지-성장-고용이 선순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복지부는 커뮤니티케어 추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거의 모든 부서가 동원되는 그야말로 총력체제다. 민간사회복지계도 복지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복지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을 불러오는 ‘격변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데, 강 건너 불구경할 ‘구경꾼’이 어디 있겠는가.

Q |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케어 추진 배경은 무엇인가.

“최근 가족 돌봄기능은 약화되는 반면 고령화 진전 등에 따른 돌봄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돌봄 부족 현상이 ‘간병실직’, ‘사회적 입원’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시설 중심으로 제공되어 왔던 그간의 복지서비스만으로는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기 어려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커뮤니티케어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기 집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 내에서 생활밀착형 지역사회서비스를 받으면서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Q | 커뮤니티케어 추진 로드맵은 어떻게 되는가.

“커뮤니티케어 추진본부와 전문위원회를 통해 올 9월까지 종합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노인과 중증장애인 등이 재가와 지역사회 중심으로 각종 지역사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여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 커뮤니티케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하므로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19∼’23년)에도 반영하고, 사회보장기본법 등 필요한 법률을 보완하여 뒷받침할 계획이다.”

Q | 커뮤니티케어를 추진하는데 있어 애로사항도 있을 것 같다.

“커뮤니티케어는 사회서비스 제공의 중심을 ‘병원, 시설’에서 ‘재가와 지역사회’ 중심으로 개편하는 혁신적 변화다. 보건과 복지를 아우르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함께 개발되어야 하며 각 대상자별로 재가서비스가 촘촘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커뮤니티케어 모델이 마련되어 원활히 도입될 수 있도록 학계와 현장, 언론 등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

격리와 배제, 반인권성과 결별

배 실장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커뮤니티케어 도입역사가 오래됐다”며 “UN 장애인권리협약과 아동권리협약 등이 담아내고 있는 격리와 배제, 반인권성에 주목한 결과”라고 했다. 커뮤니티케어는 ‘주거복지’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 탈시설 또는 탈원하는 수요자가 머물 곳은 짜여진 스케줄에 따라 생활하는 공간이 아닌 자유로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거주공간이기 때문이다.

배 실장은 “단기적으론 재정압박 가능성이 있고, 지역사회에 복귀하는 노인, 중증장애인 등에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며 “커뮤니티케어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긴 안목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분간은 복지 패러다임과 커뮤니티 패러다임이 공존하는 이행기를 지나갈 것”이라고 말한 배 실장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적토대를 공고히 하는 것도 숙제”라고 했다. 그는 “노인인구와 1인가구가 급증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지역사회가약자를 수용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며 “커뮤니티케어의 성공은 우리에게 주어진 큰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Q |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과 관련 사회복지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진흥원’은 확충되는 국공립 사회복지시설을 공공이 직접 운영하여 서비스 질과 종사자의 고용안정성을 확보하고 분산된 전달체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관이다. 정부가 민간에서 구축한 인프라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회서비스 총량을 키워가면서 국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 만족도를 제고하려는 취지다. 일본 등 선진국은 공공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사회서비스를 민간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나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국공립의 역할이 미미하므로 진흥원을 설립해 공공이 양질의 사회서비스 제공을 위한 최소한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Q | 지난 2월 사회복지직의 특례업종 폐지로 사회복지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지만, 예산 확충과 인력확대가 과제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일과 생활 균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적정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시설 인력을 적정수준까지 늘리고 인건비가 향상될 수 있도록 재정당국과 협의하겠다. 또한 임금체계 개선,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 등 처우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근로여건 개선에 필요한 정부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힘을 모아주어야 한다.”

Q |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 공공·민간복지 자원을 연계한 민·관 협력 활성화로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중요한데….

“정부는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시군구와 읍면동에 복지공무원을 2022년까지 1만2000명을 확충하고, 사회복지관, 사회복지시설, 단체, 사회복지협의회 등이 참여하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읍면동까지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또 복지통·이장 등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인적안전망을 통해 발굴된 복지대상자는 상담을 통해 기초생활보장 등 공적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민간복지자원을 연계·지원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역복지공동체가 회복되어 자원봉사자, 주민단체 등 지역주민주도로 사각지대가 해소될 수 있어야 한다.”

Q | 실장께서는 ‘영국복지개혁 브리핑’을 저술할 정도로 영국 사회보장제도에 정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영국 복지제도의 시사점 또는 우리가 벤치마킹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영국은 기존 복지제도의 낮은 근로유인과 복잡한 시스템이 재정건전성과 제도의 효과성을 저해한다고 보고, ‘복지시스템 단순화’와 ‘일하는 복지’를 뼈대로 복지개혁을 추진했다. 개혁의 일환으로 근로연령층에 대한 6개의 자산조사형 급여 및 세액 공제제도를 통폐합하고 ‘유니버셜 크레딧’ 제도를 도입했다. 근로유인 제공을 위해 구직 활동 등 일정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근로에 대한 인센티브를 크게 확대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일하는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근로인센티브와 근로장려세제 등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읍면동 맞춤형복지팀 중심 추진

배 실장은 다만, 영국과 한국의 복지개혁은 그 출발선이 전혀 다르다고 했다. 그는 “영국은 사회안전망이 완비된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과잉복지의 적정화’를 시도한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경우 ‘과소복지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빈곤, 양극화 등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사회안전망 보완과 복지총량 확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위험은 기존 사회보장제도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현 상황에 맞게 사회안전망을 더 정교하고 섬세하게 짜도록 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마디로 ‘똑똑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인터뷰는 초미의 관심사인 ‘커뮤니티케어’로 돌아왔다. 배 실장은 최근 일본 출장을 다녀온 얘기를 들려줬다.그는 지역사회 곳곳에 어르신을 위한 소규모요양시설과 그룹홈이 주민의 거부감 없이 들어서 있는 현장을 보면서 우리도 ‘그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이같이 일본의 지역사회밀착형, 생활친화형 복지는 지역사회가 어떻게 더불어 사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가에 성패가 달려있음을 보여준다. 커뮤니티케어의 성공도 다르지 않다. 배 실장은 “커뮤니티케어는 현재 86%가 구축된 ‘읍면동 맞춤형복지팀’을 기반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여기에 지역사회 민간자원의 효과적 연계와 협치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배 실장이 그리는 ‘그림’에 민간사회복지계가 ‘붓’을 들 차례라는 주문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