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여명이 밝은 지 수 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새천년을 대망하는 환호의 함성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인류사회에는 단지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우려만이 감돌뿐이다. 100년 전 20세기가 시작될 때 낙관적 기대가 넘쳐나던 것과는 분명 다른 분위기이다. 모든 인간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전쟁과 환경 재난으로부터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우리가 미래에 던지는 질문은 대부분 비관적인 것들이다. 이미 종교, 이념, 공동체, 가족과 같은 전통적 가치관은 모두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전 세계의 급속한 변화는 우리 사회의 기본가치들을 몰아내고 있으며 그동안 지켜온 사회의 전통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20세기 공과와 21세기의 과제

물질적 풍요로 위장된 지난 20세기 문명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파괴적인 세기였다. 전례 없는 과학과 경제적 성장은 인간성을 파괴하고 공동체의 붕괴를 가속화 하였다. 20세기가 물려 준 21세기 세상은 우리가 어릴 때 공상소설을 읽으며 꿈꾸던 그 찬란한 시대가 아니라, 말 그대로 도저히 살 수 없는 지경의 세계이다. 21세기는 20세기가 물려준 암울한 유산을 걸머지고 시작되었다. 후쿠야마 같은 사람은 우리가 '역사의 종언'을 고했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암울한 유산은 20세기의 파괴적 경험에 대한 반성을 가져와 새로운 생존양식을 모색하도록 자극하였다는 점이다. 공동체의 파괴라는 과거의 유산과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미래의 비전이 뒤엉켜 있는 21세기는 과연 장밋빛인가, 아니면 잿빛인가!

자크 아탈리의 표현을 빌리면, 21세기는 찬란하고, 환희에 차 있으며, 야만스럽고, 행복하며, 기상천외하고, 기괴하며, 도저히 살 수 없고, 인간을 해방시키며, 끔찍하고, 종교적이면서도 종교 중립적인 사회일 것이다. 미래의 파괴와 현실의 파편들의 뒤얽힘, 문화와 야만의 병존, 끔찍한 재앙과 경이로움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 곧 21세기의 모습이다. 우리 앞에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도전들이 가로 놓여 있다.

우리는 인류사회가 고안한 체계 중 가장 이상적이라던 복지국가체계가 해체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파괴, 고령사회, 노동기회의 감소, 빈부 격차의 심화, 세대간 갈등 등의 과제를 처리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인류사회는 19세기의 자유에 대한 실험에서 실패하였고, 20세기는 평등을 실험하였으나 투쟁과 전쟁의 질곡 속에 공산국가의 몰락과 복지국가의 해체라는 결과를 남기고 실패로 마감되었다. 이제 21세기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은 상당부문 휴먼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조직-비정부조직(NPO-NGO)의 몫이 되었으며 특히 사회복지조직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시대적 상황은 공공재 생산영역에 다양한 NPO-NGO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으며 특히 대표적 NPO-NGO로서 사회복지계의 선도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복지계의 역할 모색코자

그러나 최근 사회복지영역에 휴먼 서비스를 표방하는 다양한 조직들이 참여하면서 휴먼서비스 체계에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우리 사회복지계의 취약성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복지계의 최대 취약점은 사회적 동향을 간과하고 시대적 상황에 따른 변화에 둔감하다는 점일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21세기 사회동향을 분석하여 선도적 NPO-NGO로서 우리 사회복지계의 역할을 모색하는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일천한 필력이므로 무엇보다 독자 여러분들의 애정 어린 조언과 질책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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