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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는 행복을 만드는 일이죠”
  • 승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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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변화시키고 삶의 문제에 스스로 대처하도록 돕는데 ‘보람’
차혜민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가 변화하고 행복을 느끼면 우리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차혜민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가 변화하고 행복을 느끼면 우리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 중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물어본다. ‘그거 자원봉사 아니에요?’, ‘돈 많이 못 벌죠’, ‘혹시 공무원이에요?’.

매년 수많은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으로 나온다. 그리고 수많은 현장에서 소외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찾아가 그들이 자아존중감을 가지고 사회와 잘 교류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때로는 친구와 약속을 미뤄가며 야근을 통해 프로그램을 준비하기도 하고, 쉬고 싶은 마음보다 클라이언트 만나는 일을 더 중요시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클라이언트가 변화하고, 행복을 느끼면 우리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주변 사람들이 우리의 직업에 대한 가치를 몰라준다고 해도 사회복지사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묵묵히 일을 해나가고 있다.

현장에서 5년 넘게 일 하면서 힘들고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짧지 않았던 그 시간을 견디게 해준 건 현장에서 느끼는 보람 있는 순간들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고마워요’ 한 마디에, 긴 시간 원했던 ‘변화’에 힘들었던 마음이 다 녹게 된다. 그렇게 하루를, 1년을 버티게 되는 것 같다.

나는 큰 이모를 통해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됐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데 전문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들이 자기소개서에 쓸 법한 내용처럼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좋고, 할머니 밑에서 자라 어르신에 대한 편안함이 있어 노인복지에 대한 마음을 품고 대학교에 진학했다. 1학년 때부터 한 우물만 팠다. 봉사도 주로 노인복지 쪽으로 나갔고, 실습도 노인복지관에 나가 내가 가고 싶은 현장을 미리부터 경험했다. 그리고 여러 번의 입사지원서 발송과 면접 후 2012년 5월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써 첫 근무를 하게 되었다.

처음 맡은 사업인 독거노인맞춤복지서비스 사업은 사무실 근무가 많았다. 어르신과의 만남을 고대했던 내가 아쉬움을 가지고 있을 때 함께 일하던 과장님 제안으로 처음 공모사업을 시작했다. 어르신들과 연결고리가 생겨 신나는 마음으로 ‘죽음준비’ 주제로 20회기, ‘자서전 제작’ 5회기로 구성된 나의 첫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20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회기마다 전화를 돌리고,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야근을 하고, 봉사자모집을 위해 후배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모든 과정들이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 유산상속, 나의 과거이야기, 수목장 현장체험 등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매회기 준비하면서 어떤 반응이 나올까 기대하는 마음이 컸다.

처음에는 죽음이라는 말을 꺼내지 말았으면 하셨던 어르신들이 매회기 죽음준비를 하면서 불안함 보다는 여생에 대한 귀중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죽음준비 교육 후 5명을 선정하여 봉사자와 1:1로 자서전 제작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어르신의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담아낸 세상에 하나뿐인 책을 발간하는 작업이었다.

봉사자를 연결하는 것부터 어르신들과 봉사자가 기록한 내용을 일일이 수정하고 통일시켜 포토북으로 편집하는 작업이 고됐다. 디자인 편집을 맡기면 금방이겠지만 그 비용을 아껴 한 권 더 드리고 싶었다. 5권을 제작하는데 만 한 달가량이 소요되었고 하루 종일 마우스로 내용 편집하는 작업이 계속됐다. 생각보다 방대한 양에 몇 번이나 ‘내가 왜 이 일을 한다고 했을까’ 스스로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완성된 책을 어르신들에게 드렸던 날 어르신들의 웃는 모습, 가족에게 주고 싶다며 한 장 한 장 읽어보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그 동안 열심히 했던 내 일들에 대한 보상을 톡톡히 받는 느낌이었다. 그이후로도 자서전은 20권 넘게 더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르신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자서전과 죽음준비 활동이 너무 행복했다고 이야기 한다.

2016년 재단 인사 발령으로 노인복지센터에 가게 되었고 ‘책 읽어주는 할머니’라는 사업을 처음 진행했다. 8명의 어르신으로 구성하여 교육부터 연습, 현장 실습까지 진행하는 프로젝트였다. 잘하는 어르신도 계셨지만 처음에는 ‘못한다’, ‘어렵다’를 입에 달고 계셨던 어르신도 있다. 너무 하고 싶었던 사업이어서 나름 욕심을 가지고 이끌어 나갔지만 따라오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보니 답답한 마음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더 연습에 박차를 가했다.

주 1회 교육 뿐 아니라 별도로 어르신들과 모여 연습했다. 그리고 내가 직접 연습하여 어르신들 앞에서 시연하고 따라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조금씩 어르신들이 스스로 연습하고, 멘트를 정리해오시고, 동작들을 만들어 오시는 긍정적인 변화가 보였다. 그리고 우리의 첫 실습은 성공적이었다. 뒤에서 어르신들의 활동 모습을 보는데 괜히 울컥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르신 역시 스스로 해냈다는 뿌듯함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 하셨다. 어르신들의 삶에 새로운 도전이 성취감으로 바뀌는 순간에 내가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지금 나는 요양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풍, 치매, 파킨슨 등으로 집에서 케어가 어려운 어르신들이 마지막 집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센터를 찾아온다. 총 4명의 사회복지사가 각 층 74명 어르신을 관리하는데 올 한해는 행사도 크게 진행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느라 야근이 많았다. 퀭한 눈으로 일하면서도 어르신에게 무엇인가 드리기 위해 행사나 프로그램을 계획 할 때 다들 의욕이 앞선다. ‘어쩔 수 없다’고 웃으면서 조금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위해 야근을 마다않는 서로를 보게 된다.

우리가 일이 많아서 힘든 상황에도 어르신에게 더 좋은 서비스, 더 많은 프로그램을 드리기 위해 일하는 이유는 어르신의 모습을 통해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이후 처음 해보는 운동회에서 신나서 공을 던지는 어르신을 보고, 작품전시회에 자녀들과 함께 오셔서 본인의 작품을 자랑하는 어르신의 설렘을 보고, 긴 시간 동안 문제 행동으로 힘들게 했던 어르신이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며 힘을 얻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어르신의 삶에 더 없이 큰 행복이 되고, 가족들에게 감동으로 찾아가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성과를 위해 달리는 직업이 아닌 것 같다. 클라이언트가 변화되기까지, 그들이 사는 환경이 변화되기까지 긴 시간을 쉬지 않고 전력질주로 달릴 때가 많다.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그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릴 때가 많다. 그리고 받는 것에 익숙해진 클라이언트의 불평에 마음이 어려워지거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10시를 가리키는 시계에도 퇴근을 미뤄야 할 때도 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폭언에 마음상해 내가 무엇을 위해 나를 희생하며 일하고 있을까 고민하는 순간들도 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너무 자랑스럽고 귀중한 이유는 행복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소외받고, 도움이 필요한데 외면 받고, 변화가 필요한 그들을 반겨주고, 스스로의 삶의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도록 돕는 보람찬 일이기 때문이다. 긴 시간 그 달리기를 마쳤을 때 마주하는 클라이언트의 모습에, 감사하다는 인사 한 번에 힘듦이 씻겨나가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도 사회복지를 계속 할 것이다. 물론 일이 많아서 힘들고, 클라이언트와 씨름하는 순간도 있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들에 상처 받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맙다며 잡아주는 손에, 행복하다고 웃는 어르신의 미소 한 번에 다시 힘을 내서 달려갈 것 같다. 이렇게 큰 행복을 느끼게 해준 큰 이모가 너무 고맙다.

* 이 기사는 월간 복지저널 2018년 1월호(통권 11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