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공동모금회’-‘몽골사회복지인력개발원’ 설립 지원 사업 가능

최재성 연세대 교수
최재성 연세대 교수

한국사회에서 흔히 몽골이라고 불리는 몽골리아(Government of Mongolia)는 끝없는 초원과 게르, 그리고 징기스칸의 후예로 상징된다. 중국과 러시아에 둘러싸여 강력한 사회주의 노선을 유지하다 1992년 민주공화제를 선택한다. 이후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이행경제(transit economy)국’으로 변신해왔다. 한국과의 교류도 공공과 민간을 망라하여 급속히 확대되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사회에도 기억이 생생한 IMF, 즉,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로부터 경제위기로 인한 구제금융을 지원받아야만 했다. 다행하게도 경제위기를 빠른 속도로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국제사회로부터 평가받고 있다(Kim, 2017;Xinhua net, 2017).

급격한 정치변동과 경제개발은 몽골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사회복지제도의 발전에도 눈부신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20여년만의 사회복지발전은 ‘초압축적 사회복지제도 발전’이라고 평가되기도 하였다(조자영 등, 2 016). 하지만, 최근의 몽골 경제위기는 사회복지제도에 커다란 도전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몽골리아는 △한반도의 7배가 넘는 면적 △인구는 300만명 정도 △서울에서 비행기로 3시간 정도의 거리 △1인당 GDP 약 $3781달러(2015년 기준) △동, 철, 석탄, 원유, 희토류 등의 세계 10위 자원부국 △주요 수출품의 87%가 동, 철, 석탄, 원유 등의 자원으로 구성 △정서적 문화적으로도 한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 등 몇 가지 객관적 데이터만 가지고도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외교부, 2016 몽골개황).

무엇보다도 사회복지 연구자와 실천인들의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은 불과 20여년 만에 복지국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초압축적 사회복지제도 발전을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사실, 몽골리아의 사회복지발전은 전 세계 개발도상국가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고 있는 국가들, 베트남, 라오스, 쿠바, 미얀마, 동유럽 국가들 등의 고민은 복지의 문제인 것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국가가 일자리와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것을 책임지다 이제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선택하니 복지제도가 필수적인 것이다.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안에 효과적인 사회복지제도의 모습을 갖출 수 있을까라는 것이 이들 국가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여기서 가장 참고가 되고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례가 한국의 사례였다. 가난한 나라에서, 외국의 원조를 받아야 했던 나라에서 가난을 극복하고 거꾸로 해외원조를 하고 있는 나라로서는 한국이 독보적이다.

더하여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사회복지체계를 갖추어복지국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부러움, 그 자체였던 것이다. 충분히 배움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보다 몽골리아의 경험에 주목할 것이다. 한국보다 더 최근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몽골리아의 지속적인 사회복지 실험과 도전은 전 세계 개발도상국가들에게 더 현실적으로 공감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성장했기에 현실적으로 공감하기에는 너무 멀어져 있는 것이다.

몽골의 정치·경제 변화와 사회복지 발전

몽골리아의 사회복지발전을 논하면서 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검토는 피할 수 없다(조자영 등, 2016). 현재의 몽골리아를 가능하게 한 몽골정치의 시작은 1992년의 민주화 운동일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공화제를 선택한다. 아무런 유혈충돌도 없이 시민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다.

몽골정치의 특성은 대통령중심제와 의원내각제의 중간 형태인 이원집정부에서 의회와 내각의 권력을 더 강화한 의원내각제적 성격을 보여주는 것으로 요약된다(외교부, 2016). 따라서 정치적 리더십은 항상 도전을 받아왔고 국민들의 심판이 중요했다. 현재의 다수당인 인민당과 소수당인 민주당의 권력투쟁과정에서 수차례 희비가 엇갈리며 선거결과에 따라 연립내각 구성을 반복한다. 더하여 대통령은 소수당 출신이 당선되기도 한다. 최근 당선된 현재의 대통령은 소수당인 민주당 출신이다.

각 부처의 장관은 다수당인 인민당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정치적 역동성은 민주주의의 본질이기도 하지만 사회복지제도의 발전에는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의 측면에서 위협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적 계산만을 가지고 복지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경우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정권교체에 따른 빈번한 정부조직구조의 변화는 사회복지인력의 전문성 축적과 사회복지제도의 안착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몽골리아는 광물자원수출과 소비재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동, 철, 석탄, 원유, 희토류 등의 자원수출은 몽골리아 수출의 90% 가까이를 차지한다. 내수시장규모가 작아 자체 소비를 위한 제조업 시설은 매우 취약하고 전적으로 중국·러시아·한국 등 인근 국가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한다. 문제는 글로벌 시장의 침체에 따라 국제적인 광물자원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이다. 몽골리아의 국가수입은 급격히 줄어들고 대체 수입이 없는 것이다.

2010년의 경우처럼 국제 광물자원가격이 높을 때 국가 수입도 폭발적으로 늘어 현금급여 프로그램의 대폭 확대 도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전면적인 정책전환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 이러한 경험을 실제로 겪고 있다.

몽골리아의 GDP 연간 성장률은 2000년 1.1%, 2004년 10.6%, 2006년 8.6%, 2009년 -1.3% , 2 011년 17.3%, 2014년 7.8%, 2015년 2.3%로 정치변동만큼이나 경제상황의 극단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잦은 경제위기는 국가부도 위기로 까지 악화되기도 했다. 급기야 2017년 5월, IMF로부터 55억 달러를 지원받은 것을 포함하여 그동안 모두 다섯 차례에 거쳐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아야 했다.

또한 정부의 재정적자도 적지 않아 2015년의 경우 GDP의 4.5%에 해당하는 규모의 적자재정을 운영한 바 있다. 2016년의 적자재정의 규모는 훨씬 커서 GDP의 1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Anderson, 2017). 이러한 몽골리아정부의 국가 재정적자와 누적된 적자규모는 71개나 되는 현금급여 사회복지프로그램의 통합조정 및 축소를 전망하게 한다(Anderson, 2017). 보편적 복지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보다 빈곤층에 집중하는 선택적 복지로의 전환이 예측되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5월 몽골리아정부는 IMF 구제금융이 결정되기 직전 정부재정계획에서 은퇴연령을 높여 연금수령시기를 늦추고 아동수당과 연금수급액을 삭감하는 조치를 결정한다(BAYARTSOGT, 2017). 이러한 정부조치는 IMF가 구제금융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몽골리아의 사회복지제도는 급격한 정치환경 변화와 취약한 경제구조로 인해 지속가능성과 복지제도의 성숙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몽골리아 사회복지의 고민과 과제

몽골리아 사회복지제도의 특성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불과 20여년 만에 사회복지제도의 모습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도적 틀이 내실도 갖추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회복지제도의 실효성과 내용은 서구국가들이나 한국과 비교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복지제도를 어떻게 내실을 갖추고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가이다.

몽골리아의 복지제도는 국제적인 광물자원 가격의 상승과 이에 따른 몽골정부의 경제적 여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다른 사회복지제도의 특성은 보편적 복지프로그램으로서 공공부조 성격의 현금급여가 노인·장애인·아동 등을 대상으로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조자영 외, 2016).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복지제도의 틀에서 사회보험·공공부조에 해당하는 현금급여 프로그램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앞서 Anderson(2017)은 모두 71개에 이르는 현금급여 프로그램의 통합조정이 필요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조자영 외(2016)의 연구에서는 몽골정부의 사회복지지출 중 현금급여의 비중이 2012년한 때 약 87%에 이르렀음을 보고한 바 있다.

결국, 몽골리아정부의 고민 가운데 하나는 현금성 지출대비 사회복지서비스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이다. 이를 통해 사회복지대상자의 자립과 경제적 자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10월 31일, 현지에서 면담할 수 있었던 몽골리아정부 고용복지부장관, 가족아동청년개발청장, 노동사회복지서비스청장은 공통적으로 지나친 현금급여 중심에서 벗어나 효과적인 사회복지서비스개입의 필요성과 다양한 민간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몽골의 사회복지 발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몇가지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이 논의에서 거시적 차원에서의 사회보험제도에 관한 논의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설정한다).

첫째, 다양한 민간자원의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자발성에 기초한 다양한 비영리민간 사회복지조직들이 구석구석에서 지역중심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민간차원의 전문적 모금활동을 활성화하여 사회연대의식을 확산하고 민간복지기관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2월 몽골 사회에서는 국가부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범국민적인 ‘금모으기 운동’이 시도된바 있다. 모금운동을 통해 민간차원의 사회연대의식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둘째, 공공과 민간을 망라하는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을 시도해야 한다. 몽골사회의 사회복지서비스는 아직은 공적 전달체계가 대부분이다. 사회주의 전통이 여전히 강하고 민간부문이 아직은 취약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서비스는 공공중심으로 제공된다고 보여 진다. 공공부문의 양적인 확대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자생적인 민간복지기관들과도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민간부문을 인큐베이팅하는 것은 곧, 정부의 부담을 나누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셋째, 사회복지 인력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행이 국립몽골의과대학과 울란바토르 국제대학 등에 사회복지 전공학과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사회복지전문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공공부문에 배치되어있는 사회복지담당공무원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연수사업이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몽골문화와 사회환경에 적합한 사회복지서비스사업 운영지침과 업무매뉴얼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몽 사회복지 협력 가능성

민간차원에서 한국사회복지계와 몽골사회복지계가 협력한다면 어떤 것들이 가능할까? 물론 몽골정부나 몽골민간사회복지계의 입장에서는 지역사회복지관이나 장애인복지시설 등의 설립운영에 대한 지원을 절실하게 기대할 수 있다. 사실 가장 시급한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아래의 세 가지 사업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민간복지서비스공 급량 확대와 비영리민간복지단체 활성화를 위해 몽골공동모금회 설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역사가 짧기에 사실상 민간부문이 성장할 기회가 없었다. 자원봉사나 후원금 등의 문화도 몽골사회에서는 아직은 생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의 공동모금회와 같은 민간모금기구가 설치되어 운영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민간부문에 가져올 것이다. 기부문화와 나눔문화 를 확산하면서 비영리민간복지시설은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여 성장의 발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몽 골리아사회복지인력개발원 설립운영을 지원하는 것이다. 몽골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이나 민간부문의 사회복지전문가, 그리고 학계 교수들은 공통적으로 사회복지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연수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몽골정부의 사회복지업무조직의 특성 중의 하나는 고용복지부 산하에 사회보험청, 가족아동청년개발청, 노동사회복지서비스청 등의 조직구조를 가진다는 점이다. 이들 각 청은 별도의 독립적 건물을 가지고 전국의 모든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중앙부처 각 실국에서는 정책기획·평가·조정 등의 업무비중이 높다면, 몽골은 각 청에서 실무 서비스 업무를 비중있게 직접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전문성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부문 또한 역사가 짧아 자선사업과 전문적 사회복지사업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전문성 부족을 호소한다.

셋째는 공공과 민간이 어떻게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몽골형 공공·민간 파트너십 모델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사회주의체제를 포기하고 시장경제를 선택했지만 아직도 사회전반은 국가주도적이며 민간의 자율성·자발성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사회복지부문에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도 중요한 복지주체이며 정부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한국의 공공과 민간의 협력경험을 전수한다면 몽골사회복지계에는 귀중한 지적자산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몽골형 공공·민간 파트너십 모델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 이 기사는 월간 복지저널 2017년 12월호(통권 11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