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다문화복지원, 5단계 교육과정 운영 ‘470시간, 80%출석’ 이수

# “아야~, 다마네기 좀 가꾸 와 봐라잉.”, “고구마 좀 사다 빼깽이 좀 맹글어 보까?” 결혼 초기 야오왕(중국·가명) 씨에게 시어머니의 언어는 외계어와도 같았다. 책에서 배운 말들과 너무 달라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기가 다반사였던 것. 그럴 때마다 시어머니에게서 돌아오는 핀잔은 그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만큼 표현의 차이, 그리고 언어의 장벽이 야오왕씨에겐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지만, 지속적인 한국어공부와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며 인정받는 며느리로 거듭나고 있다.

# 몇해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온 쯔엉(가명)씨. 결혼이주 초기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짧은 한국어로 인해 취업의 문이 좁은데다,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도 접어야했기 때문이다. 일보다 한국어를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여수다문화복지원을 찾았고, 한국어를 배우며 바리스타, 제과제빵기능사 등 다양한 자격증 공부도 하기 시작했다.

전라남도 여수시 관문동에 위치한 여수다문화복지원(원장 서옥자)이 지역내 이주여성을 위한 한국어 전문교육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0년 ‘전국 최초의 민간 설립 다문화 사회복지시설’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야심차게 문을 연 다문화복지원은 올해로 설립 7년째에 불과하지만, 이주여성들의 입소문을 타며 여수전체 이주여성의 절반이상이 회원으로 등록된 상태다.

여수다문화복지원은 전국 최초의 민간 설립 다문화 사회복지시설이다. 여수 전체 이주여성의 절반 이상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여수다문화복지원은 전국 최초의 민간 설립 다문화 사회복지시설이다. 여수 전체 이주여성의 절반 이상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한국어교육에 대한 동기부여 필요

다문화복지원의 핵심사업은 한국어교육이다. 1300여명에 달하는 여수지역 이주여성들이 여수시민으로 자리잡고,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어 교육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는 또한 ‘한국어 능력 배양을 통한 이주여성들의 한국문화 적응 및 이주여성의 건강한 사회일원으로의 성장을 돕는다’는 복지원의 설립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복지원의 한국어교육은 법무부의 사회통합프로그램과 결합·운영되며 타기관보다 전문적이고 교육과정도 세분화되어 있다.

먼저 회원 등록 이주여성은 1단계 대면 인터뷰를 거친다. 인터뷰에서 한국어능력을 평가한 후, 5단계로 구성된 교육과정에 적절히 편성하게 된다. 초급1·2단계, 중급1·2단계, 한국사회 이해까지 총 470시간을 이수하고, 출석률 80%, 필기시험, 구술면접 점수 합산이 60점 이상이 돼야 비로소 전체교육과정을 수료할 수 있다.

특히 전 교육과정 수료시 국적취득 인터뷰가 면제된다. 서옥자 원장은 “개인의 편차는 있지만, 모든 과정마다 중간, 기말고사를 치러 일정점수 이상을 획득해야만 다음단계로 진학할 수 있기 때문에 1개 과정을 수료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6개월”이라며 “중도탈락자도 있지만,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여성들도 많다. 그리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단계가 높아지고 과정이 어려워질수록, 교육에 대한 동기 부여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 서 원장의 이야기다. 이주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과 한국인으로서 완전한 정착, 그리고 그들의 자녀에게 다름을 인지시키기 위해서는 이주여성의 한국어 소통이 원활해야하지만, 어느 정도 소통이 될 때쯤이면 교육에 대한 욕구가 줄어든다는 것.

서 원장은 “자녀를 둔 여성에게는 아이들과의 소통,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동기부여를, 취업을 원하는 여성에게는 한국어능력에 따른 급여 차이, 그리고 일자리선택의 폭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하며 한국어교육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어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주여성들의 취업에 대한 막연한 욕구가 교육을 통해 실현되며, 그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네일아트 자격증이 국가시험으로 전환되며 네일아트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가로서 당당히 취업한 사례도 있다. 또한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다문화이해 강사로 활동하는 이주여성들도 10여명에 달한다.

서 원장은 “개인의 특기적성을 살린취업을 통해 다문화이주여성 개인의 삶의 만족도는 물론 자녀의 행복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어르신 찾아 ‘음식봉사’…공동체 형성

다문화복지원은 전국 최초의 민간 설립 다문화복지시설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지역사회, 민간기업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도 형성하고 있다. 오롯이 한 국민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지역사회에 스며들고, 지역사회 또한 그들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항상 수혜의 대상자였던 이주여성들이, 직접 자원봉사를 통해 서비스를 공급하며 진정한 대한민국 여수시민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 원장은 “몇해 전부터 이주여성 고향의 전통음식을 직접 만들어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게 식사를 대접하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며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지역주민들은 이주여성의 다름을 인정하고 내 가족같이 친근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이주여성들은 본인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는 시간이 되며 진정한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부터는 다양한 음식에 문화공연까지 준비해, 직접 어르신을 복지원으로 모시는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복지원은 이주여성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시설 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서 원장은 “어린 아이들이 많은 교육생들은 환경이 여의치 않아 아이들을 업고 수업을 오거나, 아이들 때문에 수업을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이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를 둬 아이들을 보기도 했지만 자원봉사자의 경우 수시로 바뀌고, 육아가 전문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어린이집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어린이집 설치 후 교육의 집중도도 높아졌다고.

이 뿐 아니라 여수다문화복지원은 임신육아교실, 여가교육, 문화체험, 자녀들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주여성들이 터를 잡고, 자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경주하고 있다.

서 원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주여성들이 교육하고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작지만 꾸준한 후원이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월간 복지저널 2017년 11월호(통권 11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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