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외국문화전도사’가 모국어 교육…천안, 난타·합창 공연으로 재능기부

결혼이민자들이 도움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도움을 주는 주체로 나서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봉화군 행복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사업에 참여해 벽화그리기 봉사를 진행 중인 경북 봉화군 ‘다사모 나눔 봉사단’
결혼이민자들이 도움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도움을 주는 주체로 나서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봉화군 행복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사업에 참여해 벽화그리기 봉사를 진행 중인 경북 봉화군 ‘다사모 나눔 봉사단’

1999년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기시오까 도모꼬 씨(여, 전주 완산구)는 올해 5년째 ‘다문화가정 외국문화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자녀들이 다니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에서 하루 3시간 문화전도사로서 일본어 수업, 일본 문화수업 등을 진행한다. 타코야끼를 비롯해 여러 일본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일본 문화에 대한 지식도 공유한다. 지식과 정보뿐만 아니라 체험을 통해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도모꼬 씨는 결혼 후 첫 아이를 출산하면서 시부모님이 계시는 전주에 자리 잡았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3살까지 다섯 아들의 엄마이고, 이 중 첫째를 제외한 네 명이 지역아동센터를 다닌다. 학교 녹색어머니 활동을 하다 우연히 ‘외국문화전도사’ 사업을 알게 됐다. 센터 아이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해주어 보람되고, 개인적으로는 자녀들을 지켜보며 함께할 수 있어 안심이다.

외국문화전도사 지원 사업은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결혼이주여성들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고국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며 문화전파사로서의 역할을 하는 사업이다. 이주 여성들에게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안정적인 한국생활 정착을 돕고, 800명의 지역아동센터 이용아동들에게 외국어 습득은 물론 외국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주시는 2011년부터 완산구와 덕진구로 나누어 각각 상하반기 25명씩 연간 50명의 외국문화전도사를 선정한다. 반기별 4개월씩 하루 3시간, 주 5일 근무하면서 아이들의 학습지도강사로 활동비를 받는다. 하루 3 시간 근무로 유연성이 있어 전주지역 이주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중간에 사정으로 그만두는 경우가 생기면 바로 충원해 운영하고 있다.

도모꼬 씨는 “아이들과 서툰 말로 대화하고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한국어가 많이 늘었다”며 “지역사회와 어울리면서 다양한 음식도 먹고 선생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등 여러 면에서 지역에 스며들어 갈수 있는 좋은 사업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사업이 확대돼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사업기간도 늘어나면 좋겠다”며 “낯선 타국에서 대외활동을 하며 고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외국문화전도사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돼 많은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했다.

‘도움 받는 대상’에서 ‘도움 주는 주체’로

결혼이민자들이 국내에 적응하기까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각종단체 등에서 안정적 정착과 가족생활을 돕기 위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어 교육, 상담 및 사례관리, 사회적응교육, 가족교육, 취업교육 등을 통해 생활을 지원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결혼이민자들이 도움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도움을 주는 주체로 나서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봉사단을 만들어 지역사회에 받은 사랑을 나누고, 극단과 각종 공연단을 결성해 문화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이 같은 활동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경북 봉화군 결혼이주여성으로 구성된 ‘다사모 나눔 봉사단’은 지역사회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 대한 봉사를 실천하며 사회통합을 위한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실천가로서의 자긍심을 향상시키고 ‘다문화가족은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2012년 결성 후 지속적인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다사모’는 ‘다문화가족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모임’을 뜻한다. 봉사단은 지역 내 요양원 청소 및 말벗봉사, 노인복지관 급식봉사, 어린이집활동보조 등을 상시 시행하며 지역 축제에서도 행사안내, 교통안내 등 부스를 운영한다. 저소득층 시설환경정비, 독거노인·저소득층 등 간식봉사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는 봉화군 행복마을만들기 프로젝트사업에 참여해 벽화그리기 봉사를 진행 중이다. 미야모토다카꼬 봉사단 회장이 사업에 대한 얘기를 듣고 주최 특인 자원봉사센터로 직접 찾아가 벽화그리기 봉사 참여 의사를 전달해 시작된 것이다.

다사모 봉사단은 지역의 활력소가 되어 당당한 주민의 일원으로 각종 행사와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벽화봉사를 통해 ‘아름다운 봉화 만들기’에 스스로 나서는 등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 데 앞장서고 있다. 봉사단은 앞으로도 지역 내 훌륭한 인적자원으로서 글로벌한 능력을 발휘해 나갈 계획이다.

다문화 인식 개선에 스스로 앞장

천안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010년부터 ‘다울림 공연단’을 창단해 운영 중이다. 필리핀,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 결혼이민자들로 구성된 단원들이 지역사회 공연을 통해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울림 공연단은 두드림 난타 공연단과 다울림 합창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주 1회 2시간씩 전문 강사 지도 아래 난타와 합창 연습을 진행한다. 문화 프로그램은 자연스러운 생활 교육이 가능하고 심리·정서적인 안정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다문화가족 간의 친밀감 증대와 지역사회 공연활동을 통한 재능기부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울림은 천안시흥타령 춤축제를 비롯해 다양한 대회에서 수상하며 천안지역과 전국을 누비는 활동으로 다문화 인식 개선과 이주여성의 재능기부, 친밀감 증대 등을 이끌어내고 있다.

천안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울림공연단 담당자는 “결혼이민자들의 경우 한국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데 공연단을 통해 다문화가족 간 친밀감과 사회 적응력을 기르는 등 한국 사회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 이 기사는 월간 복지저널 2017년 11월호(통권 11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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