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협회, 9월부터 아이디어 공모…표준화로 삶의 질 향상 꾀해

우문규 한국표준협회 수석연구원
우문규 한국표준협회 수석연구원

‘국민행복표준’ 또는 ‘국민행복표준화’란 국민의 생활불편 해소, 사회적 약자 배려,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국민제안을 통해 표준화 과제를 발굴하고 표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국민행복표준은 그다지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다음의 사례들을 살펴보자.

‘맞춤 표준’으로 일상생활 불편 해소

과거에 다른 지역을 방문하면 누구나 한번쯤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다. 이때마다 겪게 되는 불편함을 기억할 것이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교통카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 지역의 교통카드를 별도로 구매해야 하지만, 그 지역을 다시 가는 일이 없다면 쓸모없어지는 상황이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만약 한 장의 카드로 전국의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라는 생각으로, 지자체간 운영되는 교통카드를 통합해 표준화하여 국가표준으로 제정했다. 이를 통해 한 장의 카드로 전국의 버스, 지하철, 기차, 고속도로 요금지불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직장인, 학생은 물론 외국인도 편리하게 전국을 오갈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음식을 대표하는 김치는 외국인들에게는 매운맛의 상징이다. 김치찌개, 비빔밥, 떡볶이 등 대부분의 우리나라 음식에는 고춧가루나 고추장이 들어간다. 그런데 평소 고추장의 양을 첨가할 때 망설였거나 의도와는 다르게 너무 맵거나 덜 매워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매운맛에 대한 등급과 표시가 제각각이어서 발생하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고 고추장의 세계화와 소비자의 편익 제공을 위해 고추장 매운맛의 등급과 표기방법을 국가표준으로 제정했다.

고추장의 매운맛 등급은 순한 맛에서부터 매우 매운맛까지 5단계로 표시하며, 매운맛을 나타내는 지표는 고추장 매운맛 단위를 사용하여 간결하고 인식하기 쉬운 디자인을 적용해 고추장 제품의 주 표시면과 일괄 표시면에 각각 표시했다. 이러한 내용은 국민행복표준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왜 카페마다 음료수 얼음량은 제각각일까?’, ‘우리 집과 친구 집의 보일러 스위치 위치나 디자인은 왜 서로 다를까?’, ‘교과서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달라 책장을 정리할 때 마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등,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이와 같은 불편함과 마주한다. 이러한 불편함과 이상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표준화하여 삶을 편리하게 하는 것이 바로 국민행복표준 및 국민행복표준화의 목적이다. 일반 국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표준화가 되지 않아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제안한 내용을 표준화함으로써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국민행복표준화’다.

<복지저널> 107호(2017년 7월호)에서 밝혔듯이 1962년 KS(Korean Industrial Standards, 한국산업표준) 제도가 도입되어 산업계에 보급된 이래, 산업화시대의 국가표준은 제품 품질향상 및 공정효율화 등 산업육성 중심으로 추진되어 산업과 국가의 발전을 주도해왔으나, 국민생활과 직결된 수요자중심의 표준화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2009년 소비자관점의 불편을 해소하고 사회적 낭비요소 제거를 위해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전국호환 교통카드 등 국민이 행복한 표준을 주요 과제로 선정한 50대 생활표준화 정책을 통해 국민편익 증진을 추구했다. 이후 2010∼2012년에는 생활공감 표준화 활동을 통해 생활불편 해소를 위한 노력에 집중했으며, 2013년에는 ‘편안한 사회, 함께하는 사회, 풍요로운 사회’를 목표로 사회적 약자 배려 및 국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표준화 과제의 제안을 유도·개발했다.

또한 2014∼2015년에는 소비자, 노약자, 장애인 등 유관단체와의 워크숍 개최와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표준화 체험수기 공모전 실시를 통해 시민단체와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대국민표준화 인식제고를 꾀했다. 또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민행복표준 제안 접수를 확대하고 유관 기관 및 관련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표준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국민행복 표준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수요자 중심 표준화 활동 추진

대표적인 사회복지분야 표준화 사례는 시각장애인용 디지털도서, 어린이 놀이기구 안전 요구사항, 노약자 장애인용 화장실 비상벨 위치, 노인복지관서비스 기준, 의료복지 정보서비스 등의 표준화를 들 수 있다. 이후에는 국민행복표준 범위를 재설정하여 IoT, 스마트홈, 스마트 라이프 등 생활편이, 의료정보, 시설안전, 정보보호 등 행복(안전포함), 해양레저, 겨울 스포츠 등 레저(스포츠), 고령자, 장애인, 유아동 등 사회적 약자 배려, 관광, 문화, 예술, 음식, 금융 등 서비스 분야 등으로 확대하여 명실상부한 ‘국민이 행복한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국제표준화기구 및 소비자활동단체에서도 소비자 권익과 관련한 여러 가지 쟁점들을 위한 표준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표준화기관인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국제표준화기구)의 COPOLCO(Committeeon Consumer Policy,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는 소비자를 위한 국제표준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2년부터 소비자참여 중점분야를 지정하여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2017년 7월 현재 노인 및 장애인, 고객 보증 및 보장 등 34개 분야를 중점분야로 지정하여 중점적으로 표준화를 위해 노력중이다. 또한 국제소비자기구(CI), 표준사용자국제연맹(IFAN), 유럽소비자표준화단체(ANEC), 아시아지역소비자네트워크(ANCO)등의 국제소비자활동단체 에서도 지속적으로 소비자 중심의 표준화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국제표준화기구나 소비자단체 차원이 아닌 국가차원에서도 노력이 활발하다. 일본에서는 정부와 민간에서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표준화에 소비자를 참여시키기 위한 정책을 수년전부터 전개하고 있는데,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소비자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일본표준협회(JSA)내에 Consumer-related standardizationoffice를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일본표준협회(JSA)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표준화 인식 제고 및 표준개발참여를 표준 입문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렇듯 수요자 중심의 표준화 및 표준화 활동은 국제적인 추세다.

올해부터는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표준협회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손을 잡고 노약자, 장애인, 유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행복을 위한 표준화를 중점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및 회원단체를 통해 수시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표준화 제안을 접수 받고 있으며, 9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달 동안에는 3개 기관이 공동으로 ‘국민행복 표준화 아이디어 공모 캠페인’을 실시한다.

학생, 직장인, 주부, 노약자, 장애인 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며 생활불편 해소, 사회적 약자 배려,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국민 생활 속 모든 내용들이 표준화 제안에 포함될 수 있다. 대표적인 국민행복 표준화 사례는 휴대전화 자판 표준화, 고추장 매운맛 등급 표준화, 전국 호환 교통카드 표준화, 노트북 충전기 호환기준 표준화, 어린이 놀이기구 안전요구사항 표준화 등을 들 수 있다.

제안접수 는 ‘국민제안 홈페이지(http://www.lifestandard.or.kr)에 가입 후, 생활 속 표준화 아이디를 100자 이내로 적어서 제출하면 되며, 캠페인 기간 중 우수제안으로 선정되면 총 60명에게 10만원권, 5만원권, 3만원권 등 총 약 3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제공될 예정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라는 도로시 카네기의 말처럼, 일상생활 속 겪고 있는 익숙한 불편함을 불편함 자체로 인식하고 개선을 위한 표준화를 제안한다면 사회적 약자의 삶이, 우리 모두의 삶이 편리하게 바뀌고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 이 기사는 월간 복지저널 2017년 9월호(통권 10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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