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점점 그 위상과 역할과 기능에서 약화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과 민간의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현대사회의 복지 방향에 역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문제는?

 

 

심의보 충청북도사회복지협의회장
심의보 충청북도사회복지협의회장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E. H. Carr)라고 했던가? 사회복지협의회는 1952년 2월 민간복지의 대표기관인 한국사회사업연합회로 창립된 이후 전후 시대적 환경의 지배를 받으며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다가, 1970년 5월에 지금의 사회복지협의회가 되어 사회복지전달체계의 근간으로서 나름대로의 소임을 다해 왔다. 그러나 사회복지 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까닭인가? 오늘의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위상이나 역할과 기능은 초라하기만 하다.

 

 

작금 한국의 사회복지전달체계는 불확실한 현실에 안주해 나무를 보되 숲은 못 보는 편협한 시각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현실을 판단하는 사고의 관점을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 과거와 미래의 연결고리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장차 다가올 미래의 한국사회복지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모색하여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사회복지전달체계 형태가 미래지향적이 아닐 경우 과감히 버려야 하며, 더 나아가 미래에 맞는 새로운 사회복지의 철학과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 세계는 현재보다 더 나은 인간존중과 사회평등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더 이상 문제를 외면하고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미래에 대한 비전 없이 정지해 있다면 이는 명백한 퇴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현행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문제는 무엇인가? 모든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형편과 처지가 다르기에 문제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먼저 현재 지역사회복지협의회는 그 설립목적과 역할, 기능에 대하여 법적인 지위를 보장받으면서도,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민간사회복지사업 관련 정책의 입안과정에서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전선영, 2005).

 

현실적으로 조직 구조적인 특성이나 예산 및 인력문제 등의 이유로 일선 사회복지기관들로부터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처럼 그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위상과 기능이 축소된 것은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사회복지 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까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서비스는 정부보다 민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의 사회복지서비스는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문제의 해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민간 사회복지 서비스는 다양하고 복잡한 개인의 욕구 해결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효율성 및 효과성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발전한다면 이는 곧 한국 사회복지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송정부, 2003).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점점 그 위상과 역할과 기능에서 약화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과 민간의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현대사회의 복지 방향에 역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모든 사회복지시설을 총괄하는 협의회로서 명실상부한 대표성을 지닐 수 있을까? 민간부문의 복지사업을 조성하고 통합하며, 지역사회를 조직화하여 민간부문의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확립하는 지역사회복지협의회는 가능할 수 있을까?

 

왜 명실상부하지 못하게 되었나?

 

지역사회복지협의회는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에 의하여 설립된 시·도 및 시·군·구 단위의 민간중심 협의기구로서, 지역사회 내에 있는 각종 사회복지시설 및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는 민간단체나 개인의 연합회 또는 협회를 말한다. 시, 도 및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사회의 복지기관을 대표하는 대표성을 지니며, 지역사회의 복지욕구가 가능한 한 적절히 효과적으로 달성되고 상호 협동하도록 조직화하고 발전계획을 수립하며, 각종 사회복지활동을 장려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요약하면 지역복지의 수행으로서 민간부문 복지사업의 조성 및 통합, 그리고 민간부문의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기능을 갖는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민간사회복지서비스 영역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며 조직구조의 특성상 모든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을 총괄하며 대표하는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갖는다는 점에서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대표성을 갖는 것은 법적 지위로서도 당연하다. 또한 민간부문의 복지사업 조성 및 통합은 지역사회 안의 각종 사회복지시설과 단체 및 개인의 연합체로서, 이들이 함께 모여 지역사회의 사회복지 문제를 함께 협의하고 조정하는 기구로서의 성격을 의미한다. 나아가 지역사회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하여 지역주민의 복지욕구 및 지역사회의 자원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이 이루어지도록 인적·물적 자원을 조직화하여 지역사회의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것도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중요한 기능이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위상을 지니고 있는가? 이름에 걸맞는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언제나 그렇듯 모든 사안을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의 현장을 돌아보면 많은 부분의 지역사회복지협의회는 그 위상과 역할과 기능에서 명실상부하지 못하다. 왜, 무엇이 명실상부한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되지 못하게 하고 있는가?

 

첫째,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는 그 운영주체가 민간이라는 점에서 정부기관과 차이가 있다. 또한 사회복지 직능단체들과 달리 민간 사회복지부문만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역사회복지협의회는 민간기관으로서의 성격만을 지니지도 않는다.

 

초기 지역사회복지협의회는 민·관 협치의 형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어 각 지역에서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지역사회에 설치되었다. 그러나 지역사회복지협의회는 명실상부한 지역복지의 대표기관으로, 즉 3차 기관으로서 뿌리를 내리는데 미흡하였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이처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원인은 지역사회복지계획 수립과 민·관 네트워크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설치와, 사회복지와 관련된 교육·연구를 수행하는 각종 복지재단의 설립이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활동 폭을 좁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기관의 특성상 3차기관이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지만 정치적, 경제적 힘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한국사회의 구조적 특성은 중앙정부이든 지방정부이든 정부의 힘이 엄청나기 때문이며, 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선거를 치르는 지방정부는 인적·물적 힘을 배경으로 하여 사회복지협의체를 중심으로 지역사회복지를 수행하려는 경향이 짙다. 오히려 지역사회복지협의회를 약화시키려 하거나 심지어 지역사회복지협의회를 조직하지 않도록 지역사회복지계에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둘째,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사업예산 및 사업수행 인력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긴요한 복지사업을 수행하고자 할 때는 회원들의 회비로서 감당하거나 지방정부의 보조금에 의지한다. 그러나 지역사회복지협의회에 제공되는 정부의 보조금이나 회원들의 회비가 긴요한 복지사업의 수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공동모금회에 배분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동모금회에 배분을 요청하는 경우, 조사결과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사회복지프로그램을 작성하여 당위성을 설명하지만, 타당성을 점검받고 조건 및 금액을 조정하여 겨우 사업을 수행할 경우가 많다.

 

사회복지서비스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공동모금회는 경제적으로 그 역량과 영향이 엄청나다. 공동모금회는 비영리단체에 직접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비영리단체의 주요 자원으로서 이사회의 구성을 폭넓게 하고 있다. 공동모금회는 실행위원회로서 기획, 모금, 배분 분과위원회로 나누고 분과별 전문가가 위원장 또는 위원으로서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재원은 기부금과 이자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광역으로만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공동모금회는 막강한 재원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복지를 기획하고 배분하며 이끌어가고 있다.

 

공동모금회는 1970년 시기에 공동모금회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공동모금회를 설립하게 되고, 공동모금회의 회장을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이 겸임하다가, 1992년에 이르러서 모금활동을 민간 주도로 시행하게 되었다. 1999년 공동모금회가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사업계획을 제출하여 작은 사업밖에 할 수 없는 지역사회복지협의회에 비해 그들의 역량은 어마어마하다. 배분분과위원회의 몇 안되는 위원들이 기획사업을 신청받아 공모하고, 타당성을 검토하여 배분한다. 감히 예측컨대 이대로 간다면 미래의 지역사회복지 계획과 실천의 주요기관은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아니라 공동모금회가 될 것이다.

 

셋째, 각각의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조직이 독립법인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구조적인 특성을 살펴보면 중앙, 시·도,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가 독립법인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앙집권적, 또는 일사불란한 조직으로의 한국사회복지사협회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여타의 전국조직을 가진 사회복지기관과 다르다. 시·도, 또는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는 중앙의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의 협력사업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의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의 업무협조, 의사소통이 지방정부와의 그것보다 오히려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앙조직인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지난 2009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받음에 따라 중앙조직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받았지만 각 지역의 사회복지협의회는 여전히 민간독립법인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복지사업의 수행에 있어 지역조직화, 복지조직화가 용이하며 중간집단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기초자치단체의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의 구성에는 조직상의 문제가 있다. 회원범위 확대에 따른 정체성에 문제가 있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활동의 추진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첫째, 거버넌스체제로서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역할과 기능을 통합한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는 민간 사회복지부문으로부터 대표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지방정부는 사회복지서비스와 관련된 계획을 수립, 진행할 때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사회복지서비스 실천현장에서 민·관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민간 사회복지부문만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연하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는 운영주체는 민간이지만 지방정부와 함께 공동의 사명을 가지고 복지증진을 꾀하는 비영리조직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에서 비영리조직의 경우 주요기능이 정부정책의 정치적 위험부담을 감소시키고, 정부가 비효율적이거나 반응성이 부족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조직생존의 기준으로 여겼던 효율성과 반응성은 비영리조직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의 비효율성과 반응성의 부족으로 인해 비영리조직이 생존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Seibel, 1989). 심지어 크라머(Kramer,1981)와 코프만(Kaufmann, 1986)은 민간 대 공공 부문 간의 경계는 절대 인정할 수 없으며 그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지역사회를 단위로 민·관이 협력하여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역의 복지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논의구조이다. 복지분야의 민·관 대표자와 실무자들이 참여하여 수요자에게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역단위의 연계·협력체계로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설치 근거를 명시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법률안이 국회 상정(’00년 12월)되어 2001년부터 2년간 시범사업(15개 시군구대상)이 실시되었다.

 

지역 내 민·관, 복지·보건분야의 상호간 이해 및 협력 증대, 지역 내 복지자원 및 욕구 파악, 지역복지발전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 복지와 보건 등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지원하여 주민만족도 향상 등의 목적으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03.7월)으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구성의 근거가 마련되고, 2005년 8월부터 시행되었다.

 

보건복지부의 「2015년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운영안내」에 의하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그 기능에 있어 세가지를 갖는다.

 

첫째, 협치(governance) 기능이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의 수립·이행·평가 등 지역사회보장의 주요 사항에 대하여 민간과 공공이 협의하여 심의·자문하는 기능이다. 둘째, 연계(network) 기능이다. 사회보장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 기관·법인·단체·시설과 연계·협력 강화하는 기능이다. 셋째, 통합서비스 기능이다. 협의체 내 각 분과 간 통합 및 조정역할을 수행하고 지역주민의 욕구를 반영한 통합적 서비스 제공체계 지원·통합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존의 보건복지 뿐만아니라 고용·주거·교육·문화·환경 등 다양한 영역과 연계하는 기능이다.

 

이러한 사회보장협의체의 기능은 사회복지협의회의 기능과 대부분 중복된다. 따라서 비영리조직인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역사회복지협의회와 공동의 재원으로 그 장점을 확대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체제이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협의회를 중심으로 완벽한 거버넌스체제를 확립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것이다.

 

둘째, 정부재원과 시민참여의 활성화를 위한 공동모금회 배분사업의 공유이다. 민·관 협치의 경우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규제가 시민참여를 제한하게 된다는 우려이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시민 참여는 정부의 독점적 활동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고 다양한 이슈에 대한 토론과 실험적인 조치, 변화의 동기를 제공하게 되는데 정부의 재원으로부터 오는 규제로 인해 이와 같은 역할이 서로 상충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또한 비영리조직이 정부 재원에 의존할 때 정부 재원 사용에 따른 행정적 부담은 비영리조직의 관료화를 유발할 수도 있다. 관리체계 개선, 재정관리, 전문가 활용에서 비영리조직은 정부의 서비스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서 관료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정부는 또한 이 과정에서 자원의 투입, 지출 및 분배, 관리 등 대부분의 과정에서 규제를 하게 되는데 이는 곧 비영리조직의 목표달성의 동기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며, 자율성과 시민참여를 제한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일부 운영상의 정부의 지원과 공동모금회의 배분기능의 공유화로 가능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동모금회의 배분사업은, 첫째, 신청사업은 자유 주제 공모 형태로 복지사업을 신청받아 배분하게 된다. 둘째, 기획사업은 모금회가 주제를 정하여 배분하거나 배분 대상자의 제안 중에서 선정하여 배분하는 사업이다. 셋째, 긴급지원사업은 재난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때 의식주, 의료지원 및 사회복지 서비스를 지원하는 재난구호, 긴급한 의료 및 생활 지원 등 사회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개인에게 하는 개인 긴급지원이다. 넷째, 지정기탁사업은 기부자의 의견에 따라 배분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배분사업은 지역사회의 복지욕구가 가능한 한 적절히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도록 상호협동하고 계획하며 활동을 조정하는 기능을 하는 시·도 및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와 함께 하는 것이 그 효율성과 효과성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독립법인 조직을 보다 강력하면서 협조적인 전국 법인조직화로 개선한다. 현재 한국의 사회복지협의회가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공공기관으로, 지역사회복지협의회는 각각의 독립된 민간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단위사회복지협의회가 지역사회복지협의회와 취할 수 있는 조직형태는 공공기관-지사, 공공기관-민간법인, 독립된 민간법인, 민간법인-지사의 형태가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지사 형태를 갖고 있으며, 한국의 사회복지협의회는 독립된 민간법인의 형태에서 최근에 공공기관-민간법인 형태로 전환하였다.

 

대부분의 비영리단체는 민간법인-지사 형태를 갖고 있다. 전국단위의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취하고 있는 공공기관-지사 형태는 기관에 대한 정부의 신뢰도가 증가하고 정부의 위탁사업에 대한 안정적인 운영으로 기관규모의 확대, 영향력의 증가를 도모할 수 있으며, 중앙조직과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간 업무협력과 소통이 원활하게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운영구조상 민간을 대표하는 사회복지단체라는 정체성을 훼손하고 민간 사회복지기관의 협의조정활동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렵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독립된 민간법인으로 활동하더라도 기관 자체의 운영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장점은 상당부분 훼손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의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독립법인으로 지정된 데에는 지역성에 맞는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운영 자율성 확보라는 대외적인 요인 외에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책임과 지원을 지역사회에 전가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

 

따라서 시·도,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고 활동에 대한 감사를 받게 되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게 되었다. 공공기관-민간법인 형태는 기관에 대한 정부의 신뢰도가 증가하고 정부의 위탁사업에 대한 안정적인 운영으로 기관규모의 확대, 영향력의 증가를 도모할 수 있으면서, 앞서 공공기관-지사형태의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갖는 단점인 민간 사회복지기관의 협의조정활동에 대한 정당성 부족, 민간분야의 직접적인 참여를 위한 창구 부재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민간법인인 지역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즉, 민간사회복지분야를 대표하는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회장이공 공기관인 중앙의 사회복지협의회의 이사로써 의결권을 갖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면 정부의 신뢰도와 민간의 참여 보장이라는 두 장점을 모두 가지게 될 것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전국단위의 위탁사업(푸드뱅크사업, 사회복지정보센터사업 등)에 대한 예산은 국비예산을 통해 시·도사회복지협의회에 지원하고, 공동모금회와의 상호협력을 통해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의 다양한 지역사회복지사업의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에 의존하고 있는 시·도,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의 수입구조를 개선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게 된다면, 보다 강력하면서 협조적인 전국 법인조직화가 가능할 것이다.

 

더 멀리 가야할 길이 있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도출된 과제를 극복하고 바람직한 정체성확립과 위상제고를 위해 한걸음 더 발전하기를 기대하면서 조직의 성격, 기능과 역할, 실천방향, 운영방향, 민간참여 방안, 제안사항 등 개선발전 방안을 요약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조직성격’은 민과 관의 협치가 되어야 한다. 일정한 지역사회에서 주민이 주체가 되며 사회복지와 관련 있는 공공 및 민간 관계자의 참가와 협력을 얻어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주민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의 자주적 조직이 되어야 하며, 사회복지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현재의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지역사회복지협의회와 역할과 기능, 조직면에서 통합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기능과 역할’은 주민주체의 원칙에 기초하여 복지 계획의 수립과 이것을 위한 조직화 활동의 이론을 구체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며, 사회복지문제와 주민의 복지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기관, 시설, 단체 및 자원봉사자와 주민이 함께하는 지역사회복지의 중심체가 되어야 한다. 이의 활성화를 위해 공동모금회의 배분기능을 공유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조직 유형방향’은 지역사회복지문제 해결에 있어 공·사가 상호 협력하는 공·사 공영조직(公營組織)이어야 하며, 회원은 가입범위를 현 사회복지기관 대표자 중심에서 지역의 모든 시민, 사회, 종교단체 및 전 주민으로 확대 개선하고, 임원구성은 사회복지기관의 대표자 중심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사회복지에 관심 있는 지역의 유력인사들로 확대해야 한다.

 

지방분권화 시대의 도래는 지역사회 자체 내에서 지역사회주민들의 복지욕구에 따른 문제 해결이 요구되어지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지역사회의 환경변화와 복지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지역사회복지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지역사회복지협의회는 이와 같은 지역사회의 변화의 중심에서 선도적으로 움직여 지역사회복지를 이끌어 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되었다. 즉 전 지역주민의 지역사회복지자원화를 통해 지역사회복지자원의 총량을 확대하고, 지역연대의식 함양 등을 통해 참여, 나눔의 복지실천을 지향함으로써 21세기의 새로운 지역복지사회로서의 공동체를 창출할 것을 강력히 기대하고 있다 할 것이다.

 

지역사회복지협의회가 지방정부 및 지역사회복지기관들과 복지관련 기관들 간의 합리적인 조정을 통하여 부처, 기관 간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지역사회복지의 근본목적인 전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복지증진에 다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체제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고은 님의 시구처럼, ‘이제 다 왔다고 말하지 말자. 천리 만리였건만 그동안 걸어온 길보다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길이 없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 이 기사는 월간 복지저널 2017년 2월호(통권 10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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