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을유년 캘린더도 이제 한 장이 남았다. 바야흐로 저물어가는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설계하는 '송구영신'의 참뜻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2005 을유년 캘린더도 이제 한 장이 남았다. 바야흐로 저물어가는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설계하는 '송구영신'의 참뜻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우리 조상들은 옛부터 음력 섣달 그믐날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하며 온 집안 식구들이 화롯불을 놓고 한자리에 모여 새벽이 올 때까지 도란도란 밤을 새우는 풍습을 지녀왔다. 이 자리는 할아버지나 연장자의 경험담을 통해 자신의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설계하는 모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화롯불이 사라지고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갖가지 유혹이 손짓하는 오늘날, 조촐하나 오붓하고 보잘 것 없으나 경건한 모습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생활에 쫓기게 되면서 언제부턴가 절기조차 느낄 수 없게 됐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바쁘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바쁘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바쁘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일촌'이라 함은 인터넷 미니홈피 상에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관계로 설정된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사이버상 일촌관계인 친구들끼리는 그날그날 어떤 일이 있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따위를 서로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지만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아버지와 하루에 나누는 대화시간이 5분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촌'의 본뜻인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지경이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실내에 점점 더 오래 머물며 컴퓨터 앞에 머리박고 있기 일쑤다. 수직적 관계, 상하간의 대화는 물론, 횡적 관계, 수평적 관계도 점점 미숙해지고 있다. 자연이나 인간과의 상호작용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대화의 시간을 늘려야한다. 대화라는 영어 'conversation'은 '함께'라는 뜻을 가진 'con'과 '방향을 바꾼다'는 라틴어 'verse'의 합성어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대화란 상대방을 무조건 설복하거나 자기주장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처지에 함께 하겠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특히 찬바람이 부는 한겨울, 가족과 동료, 고객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연스러운 칭찬과 격려 한마디가 활기찬 삶의 터전, 즐거운 일터를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명심하자.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