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의 겨울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자동차 시동을 건다. 겨울 섬은 고독하고 황량하다. 봄, 여름, 가을을 보낸 섬은 지금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다시 찾아올 봄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해 두어야 하는 것은 섬이 지닌 숙명이다.

강화의 겨울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자동차 시동을 건다. 겨울 섬은 고독하고 황량하다. 봄, 여름, 가을을 보낸 섬은 지금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다시 찾아올 봄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해 두어야 하는 것은 섬이 지닌 숙명이다. 자, 그럼 이번 주말 때 묻지 않은 섬, 강화도로 떠나보자.

동면에 들어간 강화도는 을씨년스럽다. 초지대교를 건너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호국유적지가 있는 광성보(사적 제227호). 신미양요(미국 상선 제너럴 셔먼호 격퇴로 빚어진 사건)의 최대 격전지로 근처의 초지진, 용진진, 제물진, 덕진진과 함께 외침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다. 잘 단장된 나무숲길을 따라 끝까지 가자 용두돈대가 나온다. 용머리를 닮은 돈대 앞은 거친 물살이 흐르는 손돌목. 고려 때 몽고의 침입을 피해 강화도로 피신하던 고종은 이곳에서 뱃길이 막히자 뱃사공 손돌이 계략을 꾸민 줄 알고 그를 죽였는데, '손돌목'은 이때부터 생긴 이름이다.

정족산 삼랑성
정족산 삼랑성

정족산 삼랑성강화도는 5진, 7보, 53돈대, 9포대, 8개의 봉화대를 두고 있을 만큼 땅 전체가 천연요새다. 여기서 진(鎭)은 지방부대의 주둔진영(대대병력), 보(堡)는 토석으로 쌓은 작은 성으로 중대병력을 가리킨다. 1871년 초지진과 덕진진을 무력으로 점령한 미군은 광성보마저 넘보려고 치열한 격전을 치렀는데, 조선군 지휘관인 어재연 장군과 200여명의 병사가 모두 이곳에서 전사했다. 강화도는 예로부터 국방상 중요한 섬이었기에 해안을 따라 군대가 늘 주둔하고 있었다. 해안을 따라 10리에 하나씩 진을 두었고, 진과 진 사이에는 다시 보를 두었다. 또 진과 보에는 돈대(墩臺, 적의 침입이 예상되는 요로에 흙이나 돌로 축조한 소규모 방어시설로 지금의 해안초소다)를 두어 외침에 대비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강화 남단 정족산 기슭에 자리잡은 전등사. 낙엽이 깔린 진입로는 나무들이 에워싸고 있어 그윽한 분위기를 풍긴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한 고찰로 대웅전과 약사전, 범종은 보물로 지정됐다. 10여 채의 크고 작은 건물들은 고풍스러움이 넘쳐나고 대웅전 추녀 밑의 여인상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방문객들을 맞는다. 이 여인상은 절을 짓던 목수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여인을 조각한 것으로 죄를 씻게 하는 의미가 깃들여 있다. 수 백년 묵은 은행나무와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울었다는 고목도 눈길을 끈다. 산사 들머리의 전통찻집에 들어가 다향(茶香)에 푹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전등사를 둘러싸고 있는 삼랑성(三郞城, 일명 정족산성)은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원래는 토성(土城)으로 쌓았다가 삼국시대에 석성(石城)으로 개축했다고 한다. 전등사로 가기 위해서는 이 삼랑성의 외곽문(동문)을 통과해야 한다.

전등사에서 해안 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참성단이 있는 마니산(해발 468미터)이다. 하늘을 섬기며 살아가고자 했던 우리 민족의 사상이 깃든 곳이다. 관리사무소가 있는 상방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918개의 계단이 참성단까지 이어져 있어 다소 지루한 감마저 든다. 어른 기준으로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하다. 정수사와 함허동천에서 올라가는 코스도 있다. 강화하면 마니산이 떠오를 만큼 이 산은 역사가 깊다. 원래 이름은 마리산. 마리는 겨레의 머리라는 뜻이다. 정식 이름은 마니산이지만 강화 사람들은 지금도 '마리산'으로 부른다. 마니산이 있는 화도면 소재지의 가게 간판들은 거의 '마리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마리산 슈퍼마켓', '마리산 휴게소', 인근의 초등학교는 '마리산초등학교'이고, '마리산기도원'도 있다.

영상으로 알려진 마니산
영상으로 알려진 마니산

영상으로 알려진 마니산
단군이 하늘에 제를 올렸다는 참성단(사적 제136호)은 윗제단은 둥글게 아랫제단은 네모나게 쌓았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전국체전의 성화를 점화하는 곳으로 이때는 햇빛을 모아 불을 붙인다. 참성단은 지리상으로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의 중심에 있는 산으로 한반도의 배꼽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재 참성단은 출입이 금지돼 있다. 사적지로 보호하기 위해서다. 참성단 건너편 헬기장에 서면 강화도 평야와 바다, 섬들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썰물 때 드러나는 광활한 개펄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거개의 사람들은 참성단을 보고 다시 돌아 내려가는데 이왕 올라왔다면 정상까지 밟아보는 것도 좋다. 참성단에서 정상까지는 1.2km로 가깝지만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다. 바윗길과 자드락길이 내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산은 정수사나 함허동천 코스를 택한다. 이 코스는 평야와 바다를 양쪽에 거느리며 내려가기 때문에 운치가 그만이다. 정상에서 정수사까지는 40여 분이 걸린다. 마니산을 머리에 둔 정수사는 단아하고 소박하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의 창살연꽃무늬가 볼만하다. 절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와 석양 풍경은 마음을 잔잔히 적신다.

정수사
정수사

정수사
강화도를 도는 해안길은 정수사에서 여차리-장화리-선수리-외포리로 쭉 이어진다. 이 길을 달리다 보면 누구나 낭만에 젖는다. 끝없이 펼쳐진 검붉은 개펄과 그 위를 선회하는 철새떼 ,찰랑거리는 바닷물, 전망이 아름다운 각양각색의 카페‥. 도로변 곳곳에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놓은 돈대가 보이고, 그 너머로 광활한 개펄이 드러나 있다. 저녁 무렵에 당도하면 붉게 익은 태양이 바다 속으로 풍덩 떨어지는 장관도 덤으로 볼 수 있다. 도로변 갓길이나 인근 음식점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돈대나 해변으로 내려가 낙조를 보면 된다. 장화리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인 양도면 건평리는 TV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를 촬영했던 전형적인 농촌마을. 아담한 들판 주변으로 130여 가구가 다분다분 살아가는 우리네 고향 같은 곳이다.

민머루 해변
민머루 해변

민머루 해변
장화리 해안도로 끝 지점인 선수포구(후포항). 석모도행 카페리가 떠나는 곳이다. 석모도는 강화도에 딸린 제법 큰 섬으로 모양새는 단출하다. 갈매기떼의 환영을 받으며 석모도(보문선착장)에 내리면 해안길을 따라 삼량염전과 어유정항, 민머루해수욕장, 장구너머포구, 어유낚시터, 보문사를 차례대로 둘러보면 된다. 민머루 해변으로 들어가기 전, 삼량염전에 먼저 들러본다. 바둑판처럼 나누어진 염전은 겨울이라 썰렁하다. 여기서 생산하는 소금은 해와 바람 등 자연의 힘을 빌려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는 천일염. 5, 10, 30㎏ 들이로 포장해 수협직판장을 통해 판매하는데 김장철에는 물량이 딸릴 정도로 인기라고 한다. 한때는 개인이 염전을 관리했지만 지금은 여러 사람이 임차해 소금을 만들고 있다. 염전 바로 건너편에는 저수지와 수로를 갖춘 어유정낚시터가 있다. 민머루와 붙어 있는 어유정항에 가면 싱싱한 활어나 조개류를 맛볼 수 있다. 직접 잡은 회를 팔기 때문에 값이 싸다. 석모도에서 하나밖에 없는 민머루 해수욕장은 작고 고즈넉하다. 아담한 백사장 앞으로는 드넓은 개펄이 펼쳐져 있다. 물이 빠지면 호미와 망태기를 들고 조개, 고동, 소라, 낙지 등을 잡는 재미도 누려볼 수 있다. 백사장에서 약 1Km까지는 모래와 뻘이 섞여있어 신발을 신고 들어가도 된다. 여름 한철 민머루는 해수욕과 개펄 체험을 하러 몰려든 사람들로 복잡하지만 철이 지난 지금은 데이트족들이나 여행객이 대부분이다. 민머루에서 언덕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해변 옆에 아담한 장구너머포구가 있다. 어민들의 생생한 삶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갯마을이다. 이곳에선 코를 찌르는 비린내도 달콤한 향기로 다가온다. 어유정항보다 작지만 통나무로 그럴듯하게 지은 횟집과 찻집도 있어 맛과 멋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장구너머는 산에서 내려다보면 장구처럼 보인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석모도행 카페리가 뜨는 선수선착장
석모도행 카페리가 뜨는 선수선착장

석모도행 카페리가 뜨는 선수선착장
이제 석모도의 하이라이트인 보문사로 간다. 낙가산 자락에 옴푹 들어앉은 이 절은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 나라 3대 관음도량이며 전등사, 정수사와 함께 강화의 3대 고찰이기도 하다. 보문사는 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바다에서 건져 올렸다는 나한상을 모신 석굴과 418 계단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눈썹바위(마애석불)는 신비롭기 그지없다. 또한 서쪽 뒷산(낙가산)에서 바라보는 까치놀은 강화8경에 꼽힌다. 보문사에서 나와 북서쪽 길을 타면 '한가라지'란 고개가 나온다. 바다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올망졸망 떠 있는 서해의 작은 섬들과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다가온다. 맑은 날에는 북녘 땅 황해도 연백군도 어슴푸레 바라보인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하리 선착장에서 바로 앞 섬인 서검도항으로 떠나는 페리호(69t급)를 타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승객 55명, 차량 12대를 적재할 수 있으며 하루 두 차례(오전 8시 40분, 오후 3시 40분) 운행한다. 갯벌이 아름다운 하리는 영화 '시월애'를 촬영했던 곳이다. 하리와 상리 사이에 있는 상하저수지는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다. 삼산면 매음리에 들어선 용궁온천(032-933-1203)은 강화 여행을 마무리하기 좋은 곳. 섭씨 70도의 해수탕에 몸을 담그면 피로가 싹 가신다.

보문사의 겨울
보문사의 겨울

보문사의 겨울
♦여행수첩(지역번호 032)=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나들목→김포시(48번 국도)→강화대교→강화읍(84번 지방도)→냉정 삼거리(우회전)→외포리 선착장. 대중교통: 서울에서 간다면 신촌 버스터미널(02-324-0611)에서 외포리행 직행버스(평일 1시간 간격, 주말 30분 간격 운행)를 타면 된다. 강화종합터미널(934-3447)에서도 외포리행 직행버스(20분 간격 운행)가 20분 간격으로 다닌다. 외포리선착장에서 석모도행 여객선(07:30-18:00 30분 간격 운행. 차량선적가능)이 수시로 있으며 선수항에서 보문선착장까지 들어가는 배도 있다. 뱃삯은 왕복(어른)1천 2백원, 승용차는 왕복 1만4000원. 배편 문의: 삼보해운(932-6007). 섬을 도는 버스 운행(08:10~19:10. 10분 간격 운행). 문의: 석포리 마을버스(932-4554).

♦숙박과 맛집=강화도는 이름난 섬인 만큼 숙박시설이 풍부하다. 민박도 좋지만 최근 부쩍 많이 들어선 펜션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괜찮다. 길상면 온수리에 들꽃피는 언덕(www.dlflower.net, 937-9445), 화도면 여차리에 일마레(www.aletsgo.com, 937-6242), 양도면 길정리에 쉴만한 물가(mulgahouse.com, 937-5481), 강화읍 국화리에 갑비고차(934-3614),초지리에 웨스트우드(www.wwpension.com, 937-3598), 민머루 해변에 민머루통나무집(932-9410), 달과 사랑(932-9865) 등 펜션이 있으며 석모도에 있는 한가라지(933-7711), 노을 내리는 아름다운 집(933-9677), 바다의 마음(933-8868) 등도 권할만하다. 맛집도 다양한데 강화읍 신문리에 있는 우리옥(932-2427)은 가정식 백반이 일품이고, 싱싱한 회를 먹고 싶다면 초지 어시장회센터에 가면 된다. 외포리에 외포횟집(932-6662), 초지리 황산도에 강나루숯불장어(937-5522), 장구너머포구에 항구횟집(932-3635), 보문사 입구에 솔밭식당(932-3138) 등도 식도락가들이 즐겨 찾는다. 석모넷(www.sukmo.net)과 강화로닷컴(gangwharo.com)에 숙박, 맛집, 교통편 등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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