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어수(無鑑於水) 감어인(鑑於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이나 거울을 통해 보여지는 외피만으로 자신을 보지 말고, 사람들을 통해 이해되고 있는 내면의 자신을 보라는 의미죠"

한센병 편견 깨나가는 '복지관 큰애기'
한센병 편견 깨나가는 '복지관 큰애기'
"'무감어수(無鑑於水) 감어인(鑑於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이나 거울을 통해 보여지는 외피만으로 자신을 보지 말고, 사람들을 통해 이해되고 있는 내면의 자신을 보라는 의미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 국민일보가 공동으로 제정한 제22회 새내기사회복지상 수상자 최수아 사회복지사(여·25·왕궁가정봉사원파견센터)는 80여명의 한센병 어르신들을 돌보는 생활 속에서 늘 이 말을 가슴에 새긴다고 말한다.

800여명의 한센 병력환자들이 정착촌을 이루고 있는 전북 익산군 왕궁면에서 최수아 사회복지사는 이 중 80여명을 대상으로 센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한센어르신들을 위한 목욕ㆍ용변수발 등 개인활동과 청소ㆍ빨래 등 가사활동 지원, 그리고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누구건 처음부터 한센병 어르신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한다고 하면 그것은 아마도 거짓말일 것이다. 최수아 씨도 지난 2004년 6월 입사 이후 눈이 충혈되고 감기몸살이라도 앓을라치면 '혹시'하는 의심을 하곤 했었다.

"어느날 한 어르신댁을 방문했는데, 음료수를 하나 건네시더라구요. 평소 저 때문에 그분들의 먹을 것이 없어지는 것 같아 거절했었지만 그날만큼은 '잘 먹겠습니다'하고 받았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 손을 꼭 잡으시며 '감사합니다'를 계속해서 되뇌이시더군요. 그날 밤 저는 그 동안 '혹시 전염이 되지 않을까' 염려했던 제 자신이 떠올라 베개가 얼룩지도록 울었습니다."

그날 이후 한센병 어르신들에 대한 최수아 씨의 마음가짐은 180도 바뀌었다. 어르신들의 손을 잡아주고, 손톱ㆍ발톱도 깍아드리며, 머리를 빗겨주는 것은 물론 눈을 마주치고 다정한 말벗이 되어 드렸다. 때로는 헤픈 웃음으로 푼수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르신들께서는 사회복지사라는 명칭도 잘 모르시고, 복지관의 역할도 잘 모르세요. 그래서 '안녕하세요~ 복지관 큰애기 왔어요'라고 인사드리죠"

이곳 한센병 어르신들은 대개 70이 넘는 고령이다. 연세가 80이 넘은 어르신도 17명이나 있다고 한다. 가족이 그립고 사람이 그리운 이곳 어르신들은 그래서 마치 자식처럼 살갑기 그지 없는 '복지관 큰애기'가 찾아오는 날이 더없이 기다려진다.

최수아 씨는 22일부터 열리는 익산시 자원봉사박람회 참가 준비로 분주하다.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더 달래주기 위해 한센병 어르신의 말벗이 되어줄 자원봉사자를 찾기 위해서다. 자신과 몇몇 자원봉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제가 어르신들께 힘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르신께서 저에게 힘을 주십니다. 더 좋은 사회복지사가 되도록 격려와 사랑을 주시죠. 그리고 음지에서 묵묵히 봉사하시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더 많이 배우고 깨닫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받은 사랑을 마음에만 품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오늘도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 나가고 있는 최수아 사회복지사. '무감어수 감어수'를 몸소 실천하는 그녀는, 그래서 어쩌면 '복지관 큰애기'보다 '작은 어르신'이라는 말이 더 어울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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