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로빈곤층의 소액창업지원사업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빈곤 정책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근로 무능력 극빈층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소득보장 정책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근로 유능력자에 대한 지원은 제한적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1997년말 경제위기 이후 우리사회의 빈곤 문제는 질적, 양적 측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이 같은 빈곤문제의 변화는 근로복지연계 제도의 도입이라는 빈곤정책의 변화를 가져왔다.1)

신빈곤(new poverty) 혹은 근로빈민(working poor)은 근로유능력자이면서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거나 근로활동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계층을 의미한다. 근로 유능력자라 면에서 기존의 빈곤층과 성격을 달리한다. 근로능력이 있는 빈곤층에게 근로 무능력자와 동일하게 현금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 따라서 근로 유능력자의 빈곤탈피를 위해 사회적 수용이 가능한 정책 수단으로써 근로와 급여가 연계된 근로연계형 복지 프로그램이 출현하게 된다.

이렇듯, 수급조건으로써 요구되는 '근로'의 성격은 임금노동자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근로빈곤층의 인적자본 수준을 감안할 때, 임금근로를 통해 빈곤을 탈피하고, 항구적인 자생력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2)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빈곤층의 여건과 인적자본 수준에 부합하는 정책방안으로써 소액창업지원사업을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소액창업지원사업은 개인대출 및 집단대출(group loan)방법으로 부족한 창업자본을 지원하고, 낮은 인적자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하여 일정기간 동안 직업능력개발훈련, 경영지원 등을 통해 빈곤 탈피를 지원하는 일체의 관계망(network)을 의미한다(Howells, 2000). 기존의 근로연계복지제도가 탈빈곤화의 방향을 근로빈민의 '임금 근로자화'로 설정했다면, 창업지원사업은 창업을 통해 '자영업주화'하는 방식을 추구한다는 점이 다르다.

창업지원사업은 저개발국가(less developed country)를 중심으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일정 정도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3) 의 일부 복지국가에서도 도입되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복지개혁(welfare reform) 차원에서 1996년 PRWORA의 제정 이후 복지수급자의 의존성을 제거하고, 근로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적극 권장, 활용하고 있다.4)

우리 나라에서 창업지원사업의 경험은 일천하며, 기초법이 제정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창업지원사업은 노동부의 실업대책사업 일환으로 시작되어 1998년부터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장기실업자 및 실직여성가장을 대상으로 하는 점포임대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1999년부터 중소기업청에서 소상공인지원센터를 통해 소상공인이나 영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업자금 융자 서비스와 전문적인 창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기금을 통해 자활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사업자금융자 및 점포임대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고, 현재 시․도 및 시․군․구청을 통해 생업자금융자사업과 함께 점포임대지원사업만이 실시되고 있다. 특히, 국기법을 근거로 운영될 예정인 창업지원사업은 국기법의 자활지원 제도가 수급자를 시장으로 '밀어 내는' 혹은 '근로를 강제하는' 부적절한 제도로써 평가 절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목받지 않을 수 없는 사업이다.


2. 왜, 소액창업지원사업이 필요한가?

최근 한국사회는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 어느 때 보다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탈빈곤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강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최저생계비 이하 절대적 빈곤층의 최저생활보장을 위한 정책강화가 이루어져 하는 것은 물론이며, 경제위기 이후 급증하고 있는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을 대상으로 차별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창업지원사업이 성장하게 되는 배경에는 바로 근로빈곤층의 출현과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이들 집단이 두터운 사회적 침전계층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할 수 있다. 더욱이 내수경기의 침체로 인한 고용창출이 한계점에 달한 상황에서 근로의지와 근로능력을 갖춘 근로 빈곤층이 창업을 통해 빈곤을 벗어나고자 할 때, 이에 필요한 일체 지원을 수반하는 창업지원사업은 매우 의미있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이들 근로빈곤층이 대다수가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 배제되고 있어, 창업을 통해 자활하는 데 있는 필요한 '대출'을 받는 데 독립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기존의 공공부문에서 창업지원사업의 한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사회연대은행과 창업지원사업은 필요성이 증대한다. 공공에서 창업지원사업은 사업 내용면에서, 그리고 사업대상 측면에서 근로빈곤층의 탈빈곤 정책으로 기능하는데 많은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와 같은 공공영역에서 창업지원사업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상당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03년 설립한 (사)함께만드는세상이 대표적이다. 최근까지 22억의 기부금을 모집, 81개 업체(159명)에게 12억원을 지원(업체당 평균15.4백만원 융자)하여, 창업지원을 통한 탈빈곤을 지원하고 있다.

3. 창업지원사업의 발전을 위해

전통적 빈곤정책이 빈곤층에게 '물고기'를 지급하는 정책이었다면, 창업지원사업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제공하여 빈곤 탈피를 지원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유용성이 매우 높은 정책이다. 그러나 소액창업지원사업이 탈빈곤 정책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더욱이 자영업층이 두터운 한국사회에서 창업을 통한 빈곤탈피정책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창업자 스스로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창업지원주체의 다각적인 지원을 수반한 사전, 사후관리 체계와 또 이를 가능케하는 유능한 지원인력의 양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창업자가 자생력(빈곤탈피 시점)을 가질 수 있는 기간까지 사회적 인큐베이터가 작동하도록 하는 사회적 지원이 결집되어야 할 것이다.

소액창업지원사업은 근로빈곤층 개인의 빈곤탈피와 함께 피용자를 고용하는 고용창출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창업지원사업은 일을 통한 빈곤탈출이라는 경제적 효과와 함께 일을 통한 사회적 연대라는 사회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이다. 이 때문에 창업지원사업이 '빈민들이 살 수 있는 자본주의(capitalism for the poor)'를 만들어가는 정책으로 까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렇다면, 과연 한국에서 창업지원사업은 한국의 자본주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지켜 볼 일이다.


1) 근로연계 복지정책의 출현은 빈곤 정책의 변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광의의 의미에서 사회보장체계의 '개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근로연계복지정책은 노동시장정책과 사회정책간의 가교(bridge)로써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수급조건으로 노동이 부과됨에 따라 노동권과 시민권과의 관계의 변화,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배제'와 공공부조에서 '의존성' 문제의 심각성, 국가의 책임과 수급자의 권리간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2) 우리 나라의 빈곤정책의 빈곤탈피 효과가 높지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빈곤탈피를 저해하는 요인 중 낮은 인적자본 수준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3) 유럽에서 창업지원사업은 정부에서 재원을 조달하는 자영업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다. 1980년 실험적으로 프랑스에서 Ch meurs Createur(unemployed Entrepreneurs) 운영했으며,1982년 영국에서 Enterprise Allowance Scheme(EAS)이 시범사업으로 운영하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실업자들은 자신의 사업개시 후 1년동안 실업급여와 같은 수당과 기술원조 등을 받았으며,1983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raheim, 1996).

4) 미국에서 창업지원사업의 출현은 1980년대 초반이다. 미국에서 근로연계형 복지정책의 강화라는 복지개혁이 한창이던 시점이 1990년대 중후반인 점을 감안한다면 창업지원사업이 관련성이 다소 낮아진다. 그러나 창업지원사업이 본격적으로 강화된 시기와 배경을 살펴보면, 복지개혁의 일환으로 창업지원사업의 활성화되었고, 제한적이나마 성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03). 저소득층 창업지원모형에 관한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Margaret Sherrard Sherraden, Cynthia K. Sanders, Michael Sherraden(2004). Kitchen Capitalism,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Louise A. Howells(2000). "The Dimensions of Microenterprise: A Critical Look at Microenterprise: as a Tool to Alleviate Poverty", Journal of affordable Housing, Vol 9, No 2. pp161~182.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2005). [복지동향]. 3월호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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