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의 어린이집과 보육교직원이 건강하지 않으면 그 어떠한 보육정책도 온전히 전달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정광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

 

정광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
정광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
최근 불거진 무상보육논란에 이어 각 대선예비후보들이 연일 쏟아 내는 보육비전으로 인해 보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예전에 비해 한층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언제 실종되어 버릴지 모르는, 말 그대로 공약이 될 수도 있지만 정치권의 보육공약 선포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로 정치권 나름대로 고심한 끝에 만들어 낸 보육정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의 공약, 그리고 지난 대선의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지난 총선 때 여야의 공통적인 공약이었던 만0세부터 만2세까지의 무상보육은 시행 4개월 만에 수술대에 오르는 수모를 겪고 있다. 무상보육의 취지가 어디에 있든 보육수요나 예산을 세밀하게 예측하지 못한 부실공약이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보육공약, 부실공약, 국민의 기대와 실망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버리기 위해서는 각 당의 대선공약에서 반드시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에 해당하는 보육교직원의 처우개선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내년부터 만0세부터 만5세까지 무상보육의 실시를 논의하고 있는 현실에서 영유아를 직접적으로 보육하는 보육교직원에 대한 지원을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는가?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가 보육교직원의 처우개선을 최우선 대선공약으로 제안한 것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육교직원의 보수, 근무환경 등은 보육교직원의 복지증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보육교직원이 전문인으로서 직무 수행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게 한다는 점에서 영유아와 부모의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보육교직원의 보수와 근무환경은 최근 수년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정부는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보육정책 목표를 세우고 영유아중심, 국가책임제 보육, 신뢰구축 이라는 3대 전략을 통하여 이를 구체화 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보육교직원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해 오고 있다. 보육문제 개선의 노력의 결과로 보육예산도 꾸준히 증가하여 2011년 보육예산은 3조 4천억원, 2012년 보육예산은 6조 1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보육교직원의 처우수준 개선 없이는 대선 보육공약의 효과성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육예산 규모는 아직 GDP대비 1%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전체 85%이상이 보육료 지원 등 영유아와 부모의 비용부담 경감에 치우쳐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린이집과 보육교직원에 대한 재정지원이 부모에 대한 지원보다 정책효과가 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OECD(2006)의 영유아보육·교육검토보고서에 의하면, 부모에 대한 지원은 정치적으로 선호되는 정책이지만 어린이집과 보육교직원에 대한 지원이 장기적으로는 공보육 실현을 위한 정책효과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특히, 보육교직원에 대한 인건비 지원에 의하여 서비스의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보육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하고 있다. 즉, 당장의 정치적 효과가 있는 수요자 지원 보다는 장기적으로 보육의 질적 제고에 성과가 있는 인건비 지원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과 새 정부에서는 실질적으로 보육교직원의 처우의 개선을 위해 보육교직원의 급여체계를 유치원교직원 또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급여체계와 동일하게 하고, 만0세부터 만4세까지 담임교사에게도 만5세반 담임교사의 처우개선비 수준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본다. 동일한 조건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직원에 대해 동일한 지원을 보장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약보육을 담당하는 중소도시 및 농어촌의 어린이집과 보육교직원에 대한 지원과 영아보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 국가책임제 보육, 공보육의 기능을 강화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공보육의 역할을 대리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 민간어린이집 등의 설립주체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야만 한다.

 

강조하건대, 일선의 어린이집과 보육교직원이 건강하지 않으면 그 어떠한 보육정책도 영유아와 부모들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없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모든 보육공약을 보육교직원의 처우개선을 전제로 하여 설계해 줄 것을 당부한다. 이것이 곧 '아이와 부모와 보육교직원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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