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면 된다. 다른 나라, 다른 사람이 아니고, 우리 국적을 가진 국민이고, 이웃이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한용외인클로버 재단 이사장삼성생명 상담역
한용외인클로버 재단 이사장삼성생명 상담역

본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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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2002년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 남성과 혼인 후 2009년 귀화한 우즈베키스탄의 한 여성이 부산에서 사우나 출입을 저지당하면서 다시금 인종차별, 다문화 가족에 대한 인식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구나 사우나 업주와 종업원은 "외국인은 출입할 수 없다"며 "외국인이 사우나의 물을 더럽힐 수 있고 에이즈(AIDS) 문제도 있기 때문에 한국 손님들이 거부감을 느껴 외국인은 절대 출입을 할 수 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을 더럽힌다, 한국인이 거부감을 느낀다'......참으로 씁쓸한 이야기다. 개인 업소의 영업방침에 규제할 법률이 없어 공권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경찰이 밝힌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14일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종차별이라는 인권위의 조사 결과에 관계없이 여기서 한번, 우리 사회가 냉정하게 다시금 다문화 사회의 도래에 대한 입장과 자세를 가다듬을 기회를 가져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왜, 우리 사회는 결혼이민자 가족과 외국인 근로자들과의 공동체적인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는 것일까? 또 그들을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20년, 결혼이민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에 불과하다. 아직 다문화를 이해하고 소화하기에는 다소 짧은 기간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숫자는 날로 증가추세에 있고,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고학력과 경제 활동으로 여성의 결혼이 늦어지는 등의 사회문제를 어느 정도 이들이 담당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측면으로의 사고 전환은 안 되는 것인가?

필자는 2009년 다문화가족의 2세를 지원하기 위한 「인클로버 재단」을 설립하고 2년째 전국을 다니면서 다문화 가족들과 현장에서 만남을 갖고 있다. 사업 내용은 그들의 가족사진을 촬영해주는 것으로, 가족간의 화목하고 즐거운 모습을 사진에 담아 두고두고 가족들이 사진을 찍는 순간을 기억하면서 어렵고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고, 자녀들의 해맑은 웃음으로 이 땅에서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힘과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담겨있다.

현장에서 다양한 다문화 가족의 삶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 현대 여성이 감내하기를 회피하는 노부모 모시기와 농촌에서의 생활, 그리고 자신의 조국을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살아보겠다고 안간힘 쓰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보육과 교육비 부담으로 자녀 출산에 대해 제한적인 관념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에 비해 젊고 건강한 여성들이 자녀의 숫자에 부담을 갖지 않는 것도 일반적이다. 그 자녀들은 한국 국적을 바로 취득한다. 바로 우리 국민이다. 그런 아이들이 피부색이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사회 공동체에 바로 합류하지 못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이야기다. 필자가 재단을 만들어 이들 2세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도 바로 그 이유이다.

분명 이들은 우리 국민이고 국가 자원이다. 우리나라 경제, 사회 발전의 주역으로 성장하고 그 역할을 담당할 시대가 그리 멀지 않았다. 그 자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그들을 품고 기회와 역할을 나누며, 더불어 함께 나아가야하는 동반자임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아마도 짧은 시간에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 외국인 근로자의 급증 등의 현상이 부각되었기 때문에 단숨에 우리사회가 이들을 품고 소화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고 일단은 위안을 하자. 다만, 이 소화 불량증이 만성으로 굳어져 불치병이 되기 전에 그 특효약을 우리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을 해 주었으면 한다.

소설로도 출간된 바 있고 최근 영화로도 개봉된 '완득이'는 어려서 집을 나가 필리핀 엄마를 다시 만나는 혼돈과 불우한 환경속에서도 가족애를 느끼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감동 드라마이다.

이 영화에서 '나라가 가난해서 그렇치. 그들도 필리핀에서 배울 만큼 배운 사람' 이라며 다문화 가족을 돕는 일을 하고 있는 주인공이 필리핀 여성을 얕보는 사람들을 향해 말한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이라고 함부로 대할 권리가 우리에게 없다는 메시지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86년 정권 퇴진과 부정부패로 추락하기까지 필리핀은 사실상 아시아 2위를 자랑하던 국가였다. 그 시기에 우리가 필리핀 사람들을 보고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지금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사람들에게도 사우나 출입을 거부할 수 있을까? 사실상 그 권리를 아무도 우리에게 주지 않았는데 우리는 왜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구분지으려고 하는 것일까?

이런 끊임없는 질문속에서 과연 우리네 마음속 한구석에 체증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궁금하게 된다.

아마도 그건 다른 무엇보다도 생각의 차이일 것이다. 생각을 주관하는 뇌세포가 자신의 행동을 컨트롤할 때 의식적으로 구분지으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생각을 바꾸면 된다. 다른 나라, 다른 사람이 아니고, 우리 국적을 가진 국민이고, 이웃이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맛없게 생긴 음식이나 싫어하는 사람과 식사를 하고 나면 소화불량에 걸리는 것은 바로 소화기관보다 먼저 뇌의 생각 구조가 거부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이라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바꾸면 그 증상은 쉽게 해결된다. 이제 행동하기 전에 생각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자. 다문화 가족이 아니라 바로 우리 가족, 나의 가족이라고 말이다. 바로 이것이 특효약이고 묘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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