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뒤흔드는 요소 중 근본적인 원인은 우선 가정의 경제적 불안에서 찾을 수 있다. 급증하는 자살, 아동학대, 가정폭력, 이혼 등이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급증했다는 것과 개인 파산자 신청자 중 5명 중 1명이 이혼했다는 최근 보도에 주목

◆가정이 무너진다= 가정을 뒤흔드는 요소 중 근본적인 원인은 우선 가정의 경제적 불안에서 찾을 수 있다. 급증하는 자살, 아동학대, 가정폭력, 이혼 등이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급증했다는 것과 개인 파산자 신청자 중 5명 중 1명이 이혼했다는 최근 보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중 TV나 신문보기가 무서울 만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족 집단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사건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우려를 던지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1만 932명이 자살로 사망하여 매일 30명, 곧 48분마다 1명이 자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3년에는 자살이 사망원인 9위를 차지하였지만, 10년만인 2003년에는 5위로 상승했다.

이로 인해 자살사망률이 최근 20년간 연평균 5%씩 늘어 3배 증가하였으며, 2002년 기준 OECD 국가중 자살사망률 4위(인구 10만명당 18.7명, 2003년에는 22.8명), 자살증가율 1위(5.19%)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는게 현실이다.

자살은 한 개인의 불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과 더 나아가 사회구성원에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가족 구성원들은 한동안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 충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개인의 해체가 가정의 해체로 이어지는 셈이다.

건강한 가정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 아동학대와 노인학대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1일 보건복지부가 아동학대 긴급신고전화(1391)에 접수한 7000건의 사례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아동학대의 절반 가까운 45.9%가 한부모 가정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동학대 유형도 방임(35.9%), 정서적 학대(29.2%), 신체 학대(27.5%), 성학대(4.6%), 유기(2.8%) 등으로 나타났으며 중복학대도 38.8%나 나타났다. 물론 가해자는 대부분 부모(81.4%)였다.

이는 단지 신고된 건수만 분석된 것일뿐, 일부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전수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아동학대와 방임으로 고통받는 아동들은 대략 45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인학대의 경우는 더욱 은밀히 행해진다. 가장 빈번한 사례는 유기와 방임. 노인학대 상담전화도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자신이 학대를 받더라도 자식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참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한 현실을 고려할 때 잠재된 노인학대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다.

◆끊임 없는 폭력의 고리= 건강한 가정을 위협하는 또하나의 적은 '가정폭력'. 최근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9일 불구속 기소로 풀려난 강릉의 여중생 사건은 우리 사회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즉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가정폭력을 겪는 가정이 이혼에 접어드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가정폭력은 이혼으로 가는 직행티켓이고, 이혼은 가정해체의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인 것이다.

실제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이혼소송을 준비하는 피해자들만 해도 한해에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가정폭력은 우리가 '가정일'로 치부하는 사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심각한 경지에 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최근에는 '이혼숙려기간' 도입으로 다소 줄기는 했다지만 연간 14만여건에 달하는 이혼은 세대에 이어 그 후유증을 남긴다는 점에서 간단치 않은 문제다.

◆새로운 가족문화 운동 필요하다= 이처럼 가정을 위협하는 자살, 아동학대, 노인학대, 가정폭력, 이혼 등을 끊어내기 위한 각종 상담전화 개설과 신고제 등 제도적 움직임들은 발빠르게 마련되고 있다.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의 설립도 더 이상 가정의 문제가 개인과 그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 하에 국가 정책의 영역에서 관리해야 함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건강한 가정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치유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금희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장은 "건강한 가정을 위해서는 가족자원봉사 활동 등 새로운 가족문화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면서 "사회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가정에 대한 다양한 지원들이 보다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 구성원 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지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더하여 가정의 해체가 심각한 경제적 고립에서 파생된다는 점을 감안해 저소득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해 나가는 것과 함께 '폭력'만은 용납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의 확산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건강한 가정이 건강한 사회와 건강한 국가를 이룰 수 있다는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사실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우리들의 노력은 그래서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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