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단체 투명성 강화 최우선…기부자 욕구 분석해 모금기법 세분화해야

기부문화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개인 기부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이 열렸다. (왼쪽부터) 토론에 참여한 홍도은 세이브더칠드런 마케팅기획팀 팀장, 양용희 한국비영리학회장(서울신학대 교수),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와 좌장을 맡은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총장
기부문화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개인 기부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이 열렸다. (왼쪽부터) 토론에 참여한 홍도은 세이브더칠드런 마케팅기획팀 팀장, 양용희 한국비영리학회장(서울신학대 교수),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와 좌장을 맡은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총장

우리나라 기부문화는 어디까지 왔나. 기부문화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개인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사회적 과제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했다.

정무성 먼저 전문가들을 모시고 우리나라 기부문화를 논의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세계기부지수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참여지수는 146개 조사대상국 중 60위로 경제규모에 비해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부금액도 GDP 대비 0.77% 수준으로 조사됐는데, 먼저 모금가협회에서 우리나라 기부현황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해 달라.

황신애 우리나라 기부 통계는 대부분 통계청 조사와 사회조사 두 가지를 기반으로 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99년 개인 기부는 약 8500억원, 법인 기부는 약 7200억원으로 합계 1 조5000억원 규모에서 2017년에는 개인 기부가 약 8조3200억원, 법인 기부는 약 4조6000억원으로 합계 13조원 규모로 조사됐다. 20여 년 전에 비해 개인 기부가 약 10배 이상, 법인 기부는 6.5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개인 기부가 기업 기부에 비해 저조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개인 기부가 기업 기부에 비해 저조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마케팅의 차이다. 기업 기부에 대해서는 적극 홍보를 하고 언론에서도 실적이나 활동을 많이 다룬다. 반면 개인 기부는 종교단체로 유입되고, NGO들의 회원 모집 구조로 개인 후원이 많이 유입되다 보니 활성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 또한 세계기부지수는 기부경험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을 도와준 비율, 자원봉사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한국인들은 주로 지인이나 아는 사람 위주로 도움을 베풀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점수를 덜 받은 것 같다. 그래서 기부참여율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정무성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는 것에 공감한다. 우리나라는 경조사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경조사비를 기부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분까지 포함하면 그렇게 낮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나라 모금단체들이 체감하는 기부가 낮아지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우리나라 기부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홍도은 기부 증가폭의 감소를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 현장 모금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개인모금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후원자 한명을 개발하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이 매년 늘고 있고 후원자 유지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후원자가 기부할 수 있는 기부금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모금단체는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A단체 후원자가 B단체로 옮겨가고 B단체 후원자가 C단체로 옮겨가는 형태로 전체 기부금 시장은 그대로인데 그 안에서 서로 옮겨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단체별 모금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후원자 관리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기부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기부 감소의 한 원인이다. 이제는 후원자가 투명성을 중시하며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반적으로 모금단체를 평가하는 기준점이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양용희 우리나라 기부통계를 보면 2013년까지 급속히 올라가다 이후 꺾이기 시작해 지금은 정체기에 있다. 개인 기부도 줄어드는 추세다. 우리나라 기업 기부가 급격히 늘어난 요인은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먼저 2000년 전경련이 ‘기업 경상이익의 1%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에 지출하겠다’는 취지의 자발적 모임인 ‘1%클럽’을 발족해 기업 기부를 견인했다. 두 번째는 공동모금회의 영향이다. 미국 공동모금회는 개인 기부가 85%인데, 우리나라는 기업 기부가 60% 이상이다. 연말에 대기업의 사회적 성과 기준이 ‘공동모금회에 얼마를 기부하느냐’에 따라 평가되는 사회적 흐름이 기업 기부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반면 개인 기부가 올라간 배경에는 모금단체의 역할이 크다. 2000년 들어 외원단체가 지원을 중단하고 철수하면서 우리나라 모금단체가 자생하기 시작했다. 그 자생기반이 정기후원, 결연후원이다. 민간단체가 전략적인 마케팅을 통해 개인 정기후원자를 모집했고, 경제성장과 함께 개인 기부를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2013년 이후 증가세가 꺾인 원인을 기부시장의 포화상태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금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TV광고를 보면 아직까지 자극적이고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이 많다. 이제는 모금 상품을 가지고 모금을 해야 한다. 모금 상품의 사회적 성과를 알리고, 기부금을 어떻게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강조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모금단체가 모금방법의 패턴을 바꿔나가야 한다.

정무성 개인 기부가 줄어드는 이유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고령화다. 고령화로 은퇴하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결연사업으로 후원해왔던 것을 중단한다. 반면 젊은 세대는 과거처럼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못한 데다 결연하는 방식의 기부를 꺼려한다. 그래서 기부자로의 진입은 줄고 기부 중단이 많아지는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기부문화도 인구고령화로 인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모금단체들이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기부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는 해외사례와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홍도은 우리나라 기부문화가 해외와 가장 다른 점은 정기후원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 연맹국가의 개인 후원자는 대부분 일시기부에 집중돼 있는데 한국만 유일하게 정기후원이 많다. 앞서 언급됐듯이 외원단체로부터 지원받은 결연후원 문화가 익숙하게 자리 잡으면서 기부는 ‘매월 일정 금액 이상을 해야 한다’는 게 공식처럼 인식돼 있는 것 같다. 반면 해외는 기부 자체를 단순하게 생각한다. 그 순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후원하는 거다. 이외에 또 다른 점은 기부자층이 고령화세대와 밀레니얼세대로 양분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마케팅, 후원자 서비스, 개발 이후 발생하는 모든 부분에서 두 가지 전략으로 움직여야 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동정심에 호소하는 광고 콘텐츠는 고령화세대에는 소구점이 있지만 40대 미만에게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상품자체에 매력을 느껴 후원하거나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의 기부를 따라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결제방법, 후원방법도 기존의 CMS, 계좌이체, 자동이체와 함께 밀레니얼세대를 위한 카카오페이, N페이, 삼성페이 등의 채널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황신애 기부문화가 활성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의 차이가 큰 것 같다. 미국은 건국 이후 기부문화가 꾸준히 축적되면서 발달 과정을 거쳤고, 영국도 느리기는 하지만 그 역사가 오래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1992년 월드비전에서 사랑의 빵 나누기 캠페인을 하면서 모금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정기후원이 활발한 것도 월드비전의 영향이다. 결연이 월드비전의 대표적인 모델인데, 월드비전이 들어오면서 국내 NGO들이 뒤쫓아 결연을 채택해 정기후원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품이 됐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CMS와 모금을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뒷받침된 모금이 정기후원의 동향을 끌어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현재 젊은 세대가 카카오페이 등을 선호하는 것도 기술력과 모금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모바일 환경이 더욱 보편화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모금성과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양용희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모금 단체 및 사회복지시스템은 미국의 트렌드를 쫓아가고 있으므로 기부문화도 미국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기빙USA 통계를 보면 미국의 기부는 2008년 3076억 달러까지 올라간 뒤 꺾이기 시작한다. 2009년 3030억 달러, 2011년 2980억 달러로 떨어졌는데, 2012년부터는 다시 올라가 그 후로 계속 상승세다. 가장 최근인 2018년 모금액은 4270억 달러다. 이 같은 현상을 분석하고 벤치마킹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보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분석한다. 모든 사회현상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데는 이유가 있으므로 원인분석을 명확히 해야 하는데 이런 노력이 부족하다. 모금방법과 패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모금단체에서 기부자들의 욕구를 분석해 그에 맞는 모금활동을 해야 하는데 대규모 모금단체들이 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정무성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개신교가 활성화되어 있는 특성이 있다. 즉, 종교가 개인 기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컸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도 아시아에서 개신교 인구가 많은 국가 중 하나인데 기부가 종교기부로 가고 있어서 사회기부에 대한 여력이 안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 종교계가 기부금을 자체 소비하는 패턴으로 가고 있는 것도 해외국가와의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불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대승불교로 이웃봉사를 많이 하고 있는데, 종교인구가 많은데도 기부문화가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종교계 문제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기업 기부는 자리 잡았는데 개인 기부가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홍도은 모금단체들이 잠재적 기부자들의 수준과 성향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밀레니얼세대는 자기 자신의 삶에 집중하기도 벅차고 힘든 세대이기 때문에 이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40대 이상은 기부의 목적을 ‘누군가를 돕는 것’에 두지만 20~30대는 자신의 삶을 즐기면서 기부를 한다. 물건을 사면서, 공연을 즐기면서 동시에 기부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또 제조 및 판매과정에서 사회적 경제와 관련돼 있거나, 아동의 노동을 반대하는 기업의 후원이 있거나, 환경 친화적인 메시지가 포함돼 있는 물건을 사는 등 기부패턴이 바뀌고 있다. 밀레니얼세대는 우리나라 기부문화를 바꿔가는 선두주자가 될 것이므로 이들의 욕구를 파악한 모금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양용희 모금에 있어 모금방법과 기술이 중요하다. 모금 채널이 과거의 DM에서 온라인 및 SNS 모금으로 바뀌었는데, 이 같은 경향은 우리보다 기부를 많이 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훨씬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도 이 부분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 젊은 세대의 모금을 이끌어내는 게 어렵다고 하는데, 해외 사례에서 보면 모금의 시점을 제공하고 분위기를 만드는 건 젊은 세대다. 젊은 세대가 기부를 해야 나중에 유산 기부나 계획 기부도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기부형태나 자선형태 분석도 필요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수한 젊은 세대들의 성공이야기에는 기부가 꼭 뒤따른다. 그런데 우리나라 성공한 벤처기업이 제대로 재단을 만들고 기부한 사례는 거의 못 봤다. 이것도 기부문화의 한축이라고 생각한다. 1세대는 고생하고 자랐기 때문에 자신이 고생한 것에 대해 나누는 정신이 있었는데, 3~4세대는 ‘내가 노력해서 내 능력으로 기업을 키우고 돈을 벌었는데 굳이 기부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갖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이 염려된다.

황신애 기업은 사회공헌에 대한 의무를 갖고 있다. 예전에는 NGO를 통한 사회공헌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조직 내에 전담팀을 두고 전문 인력을 배치해 기업마케팅을 고려한 활동과 연계하는 등 전략적인 사회공헌에 나서고 있다. 나아가 기업 간 협력하고, 정부기관, NGO, 지자체와 결합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반면, 개인은 자기 동정심이나 경험, 종교적, 이타심에 의해 기부가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NGO가 여기에 의존해왔다. 그러다보니 개인 기부는 모금하는 기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모금기관이 어떻게 자극하고 어떤 메시지를 주고 독려하느냐에 따라 참여방식이나 정도가 달라진다. NGO들의 모금방식이 바뀌지 않는 부분이 앞서 많이 지적됐는데, 모금격차는 모금역량과 모금에 대한 준비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즉, 모금인력과 조직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는 곳은 모금을 잘하고 모금전략팀이 없고 분석도 안하고 후원자 관리도 체계적으로 안 되는 곳은 상대적으로 모금이 잘 안된다. 그러다 보니 규모가 있는 기업은 점점 발달하고 규모가 작을수록 더 안 되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모금단체가 과거 방송모금에서 지금은 디지털화해 유튜브나 SNS 복합모금 형식으로 가능 등 방법과 채널은 계속 바꾸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기부자를 이해하고 어떻게 동기부여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은 부족한 것 같다. 팬덤기부 등의 현상을 보면 요즘 기부자들은 기부동력을 스스로 갖기 원하므로 모금단체들이 이 부분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즉, 기부자 전략을 세분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부자데이터 분석이 중요한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기부자 데이터베이스와 관련한 시스템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분석이 안 되고 기부자 특성에 맞는 전략을 만들지 못하는 형국이어서 개인 기부가 발전할 수 없다고 본다.

정무성 우리나라 기부가 활성화된 것은 1990년대 말 IMF 직후부터다. 사실 기업 기부는 외부압력, 정부에서 주도해 시작했지만 자가발전을 해서 규모도 키우고 기부방식도 다양해지고 건전해졌다. 반면 개인 기부는 초기 대형 NGO들이 외국의 모금기법을 가져다 적용하면서 많은 모금을 했지만 이 과정에서 모금단체의 투명성과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측면 등 여러 영향으로 주춤하고 있는 모습인 것 같다. 그렇다면, 개인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과제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양용희 기부동기에 있어 세제혜택과 모금단체의 투명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외국에서는 세제제도가 기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오는데, 우리나라도 세제제도 개편이 기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모금단체의 투명성 문제도 중요하다. 지난해 12월 상속증여세 개정안이 나오면서 모든 공익 법인에 대해 외부감사제도가 도입됐다. 그만큼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 같은 외부의 압력보다 모금단체들이 선도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 모금단체 내부적으로는 지배구조 즉, 이사회 역할이 중요하다. 외국은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이 분명한데, 우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지배구조가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가지 않으면 특히 대규모 NGO들은 개선이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이제는 이사회가 제 기능할 수 있도록 이사를 임명하고 선출할 때 신중해야 한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것도 문제다. 나눔과 기부는 어느 한 부처가 아닌 총리실에서 총괄하고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영리조직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도은 세제혜택도 중요하지만 소액 개인후원자는 정책보다 투명성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기부포비아를 발생시킨 어금니아빠, 새희망씨앗 사건의 경우 큰 영향을 줬다. 가이드스타 등에서 일정 기준을 가지고 모금기관을 평가하고는 있지만 공통된 기준으로 기관을 평가할 수 있는 오픈된 시스템이 아직많이 부족한 것 같다. 미국 국세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으로 비과세 혜택을 받는 단체를 평가한다. 동시에 비교할 수 있는 공식적인 지표도 마련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후원자들이 단체의 투명성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점이 없다. 정부 혹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이런 기준점을 마련하고 관리해 단체들이 그 지표를 바라보고 갈 수 있도록 제공해주면 좋겠다. 큰 단체는 언론이슈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에 내부에 상시 위기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작은 단체는 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민간단체나 비영리단체 종사자가 투명성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황신애 좋은 NGO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단순히 평가 기준에 따른 점수를 잘 받았다고 좋은 NGO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평가 기준을 일반인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나 영국에는 모금단체들의 연합회 성격인 중간지원조직이 이러한 평가기준을 마련해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는 기준과 지침이 없다. 정책에 대한 부분은 법과 연결되는데, 최소한 법의 테두리에 둬야 할 것과 자율적으로 둬야 할 것에 대한 선을 그어야 한다. 이를테면 기부금품은 모금과 가장 직결되는 법 중 하나인데 이 법에는 불법 모금에 대한 기준이 흐릿하다. 개인이든 임의단체든 법인이든 누구나 모금을 할 수 있게 해놓고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실질적인 체계가 없다. 법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라 사후관리를 하도록 해야 한다. 공익법인 회계기준도 개정돼 모든 사회복지법인에 복식부기를 의무화했지만 기존 복지부의 사회복지회계기준은 단식부기 기준이다. 앞으로 사회복지법인은 단식부기를 써도 되는지, 복식부기로 가야하는지 혹은 이중으로 부기를 작성해야 하는지에 대해 복지부도 기재부도 해석을 하지 않고 양립 중이다. 부처마다 잣대를 다르게 두고 있는 것을 현실화시키고 통합할 필요가 있다.

정무성 우리나라 정책이 사회변화에 발맞춰 빨리 대응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우리나라 성인들은 경조사비, 종교기부 등 소득에 비해 충분한 기부를 하고 있다. 기부가 안 되는 곳은 고소득자다. 고소득자를 기부로 유도할 수 있는 기부연금제도와 같은 장치에 대해 NGO들이 오랫동안 건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이 안 되고 있다. 세제혜택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기부동기를 보면 세제혜택이 거의 1위를 차지한다. 특히, 직장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자영업자가 많아 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는데 점점 피고용인이 늘어나면 세제혜택에 민감해질 것이다. 세제혜택을 많이 주는 방식으로 가면 기부도 자연스레 늘어갈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기부를 많이 하는 분야는 복지 쪽인데, 이를 총괄하는 건 행정안전부다. 정부 부처 간 조정도 잘 안되고, 그러다 보니 여러가지 혼란이 야기되기도 한다. 기부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도 필요하다.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 같은 정책과제 외에 사회적 분위기도 중요한데?

양용희 기부문화가 조성되려면 어린 시절부터 나눔과 기부, 봉사가 생활화되어야 한다. 즉, 기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이는 자원봉사와도 연결된다. 미국에서 자원봉사와 기부의 상관성을 조사했는데 자원봉사하는 사람이 기부도 더 많이 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우리도 일상생활 속에서 나눔이 자연스럽게 동반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가정과 지역사회, 학교에서 나눔과 기부에 대해 교육하는 문화를 만들어 기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가야 한다.

황신애 기부가 활성화되려면 학문체계가 잡혀야 한다. 미국은 체계적인 학문체계가 있고 그 안에서 이사회 교육, 모금전문가 교육, 리더십 교육 등을 진행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리더십이 전국구 연합체를 만들어 의견을 교류하고 금융업계와 연계해 산업의 변화를 일궈가기도 하는데 우리는 각개전투를 하고 있어 아쉽다. NGO간 연대하고 학계나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해 변화의 축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를 잡는 노력’도 중요하다. NGO와는 상관없는 영역에서 잘못된 기부나 오해받는 모금이 생겨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부분을 NGO와 분리시키지 못하고 있다. 자율적인 방호벽도 없고, 합법적 해석도 없다 보니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게 돼 안타깝다. NGO들이 미꾸라지 한 마리를 잡기 위한 공통의 법칙을 만들고 그 안에서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선언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홍도은 기부자들이 NGO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경로가 적고 정보의 양도 적다. 심지어 정보의 질도 좋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해 언론에서 이슈화돼 범람하듯이 해버리면 그 둑이 무너졌을 때 차단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어느 단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단체의 종사자가 아닌 후원자나 관련 학계에 있는 분들이 이를 방어해줄 수 있는 구조로 가면 좋겠다. 이전에는 모금단체들이 경쟁을 했다. 한정된 밥그릇 안에서 모금을 하다 보니 경쟁이 과열됐는데, 최근에는 무의미하게 발생하는 소음을 차단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담당자들 간 교류가 시작됐다. 이런 움직임이 변화의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

정무성 개인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감, 사회적 자본이 얼마나 형성되어 있느냐가 중요하다. 사회적 자본 형성을 위해서는 투명성 등이 과제인데 무엇보다 거버넌스 구조가 문제다. 우리나라는 비영리조직의 거버넌스 구조가 학연, 혈연, 지연, 종교연까지 너무 강해 이런 구조 속에서 조직의 투명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모금단체가 사업을 겸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모금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는 모금과 배분의 역할에 집중해야 하는데 직접사업을 많이 하게 되면 자칫 사업을 위해 모금하는 듯 비춰져 모금의 시너지 효과가 많이 나지 않을 수 있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선정적이고 부정적인 것만 노출시켜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간지원역할이 중요하다. 즉, 외국은 NGO를 감시하는 NGO가 많다. 감시와 함께 정보제공의 역할도 하고 있다. NGO 모금과 관련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수집해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중간지원역할은 기부문화를 건전하게 만들어내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부자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모금 전문가 양성도 중요한 과제인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달라.

황신애 모금전문가에 대한 정의가 늘 논란이 되는 것 같다. 모금가협회는 창립 당시부터 모금전문가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디까지 범주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고민했다. 그 결과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과 그 기부자를 위해 기부금품의 요청과 관련돼 이뤄지는 모든 서비스를 직업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으로 정의내렸다. 즉, 기부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참여방법을 제시하고 참여를 요청하거나, 기부금 집행을 조율하고 그 사후결과를 보고하거나, 기부자 만족·관계 유지·데이터베이스·기부의 전략 및 정책수립 등과 관련된 모든 일들에 관여하는 사람으로 본다. NGO에서 모금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사람은 다 모금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모금전문가’라고 이야기할만한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금가협회의 올해 모토가 ‘2025년까지 한국의 모금전문가 100명 양성’이다. 이렇게 되면 현장에 관한 조사를 하고 NGO의 현실을 담아 정부에 정책을 제언하거나 사회적인 활동에 대한 의견도 제시할 수 있는 풀이 구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금전문가풀 구성에 있어 중요한 두 가지는 모금자체에 대한 전문성, NGO에 대한 이해와 윤리성이다. 모금에 전문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집중 양성할 수 있도록 경력관리나 교육을 구상하고, 윤리성을 의무화해 모든 모금전문가들이 필수로 이수하도록 했다. 이 안에서 풀이 만들어지면 자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양용희 학교나 기관에서 모금전문가 양성과정과 관련한 시스템이 미흡하다. 모금전문가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 NGO들이 모금 마케팅전문가 필요성에 따라 외국기업에서 마케팅전문가를 채용하는데, 기존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고 문화가 달라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경우를 봤다. 기술과 방법, 지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미션’이 중요하다. 지금 사회분위기가 방법론을 강조하고 전문성을 우선시하다 보니 열정이 없어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마케팅과 미션이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

홍도은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책임이나 투명성에 대한 의지가 있다. 그런데 방법론적으로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를 물었을 때 답을 줄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모금가협회에서 양성하는 모금전문가 100명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현장에서 모금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들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나눠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누가 고민해줄 것인가. 현장에서는 몰라서 못하고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모금전문가 혹은 학계나 관련 전문가들이 이런 부분을 어떻게 전달하고 공유할지 고민해주면 좋겠다.

정무성 우리나라는 정규대학에서 모금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너무 없다. 사실 외국도 이런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고, 외부 관련 조직에서 시작해 대학원 과정에 들어가기도 했다. 모금가협회에서 실시하는 교육프로그램이 모금가 욕구에 맞는 전문화되어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해지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개인 기부 활성화를 위한 제언을 해 달라.

홍도은 개인적으로 예전보다는 모금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최근 기념일에 후원할 수 있는 ‘좋아서하는 기념일’이라는 캠페인을 리뉴얼 했다. 이 캠페인을 처음 진행할 때만 해도 후원자들에게 설명하는 게 힘들었다. 100일, 첫돌을 기념해 후원하라고 하면 ‘아이가 100일인데 왜 후원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리뉴얼하면서는 ‘왜’냐고 묻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개인 기부자 모집이 힘들지만 생각보다 기부문화에 대한 의식수준이 많이 올라왔다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후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는데, 문제는 그 관심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기부금 증대를 위해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있지만 기부금이 잘 쓰이게 하는 장치는 미흡하다. 즉, 지금의 기부시장은 영리기업의 단어로 표현하면 ‘물건을 사고 as를 안 해주고 있는 현실’인 것 같다. 기부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양용희 그동안 개인 기부를 활성화하는데 기술적인 모금방법, 펀드레이징, 마케팅에만 관심을 갖고 발전시켰는데, 이제는 한 단계 나아가 대형 NPO들이 매니지먼트를 해야 한다. 매니지먼트를 통해 조직을 건강하고 견실히 만들지 않으면 모금이 지속될 수 없다.

황신애 많은 경우 모금을 ‘돈을 얻는 행위’로만 보기 때문에 사회적 오해가 발생하는 것 같다. 기관들이 모금에 대한 인식을 좀 더 넓혀야 한다. 자원봉사점수화도 폐해라는 생각이 든다. 자원봉사 포인트에 대한 인식이 아닌 생활 속에 젖어드는 나눔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도 바꿔야 한다. 기부와 관련한 정부의 주체가 설정되거나 파트너가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계속 강조했지만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 개별기관이 할 수 있는 일들은 한계가 있으므로 연대체계가 필요하다.

정무성 내용을 정리하자면 정책의 일관성을 통해 기부문화를 보다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변화돼야 한다. 또 신뢰를 높이기 위한 투명성 강화도 중요하지만 모금의 효율성과 관련해서도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모금기법을 정교화·세분화해 연령별, 성별 다른 접근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나눔에 대한 교육도 어릴 때부터 이루어져 기부문화가 생활화되도록 해야 한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작은 사건을 너무 선정적으로 보도하기보다는 우리 사회 기부문화를 좀 더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중간지원기관이 필요하다. 중간지원기관이 자정노력과 정보제공을 하면서 모금문화 혹은 모금생태계를 건전하게 만들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