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인구절벽 극복, 새 정부에 바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혁신이 IT를 넘어 사회복지분야를 비롯해 거의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그 속도 역시 점차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5월 출범하는 새 정부가 날로 심화되는 사회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회복지분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윤석열 차기 대통령의 사회복지분야 선거공약을 되짚어보고, 새 정부의 사회복지분야 정책과제에 대한 대응 방안과 미래지향적 사회복지 생태계 조성을 제안하는 정책토론회가 '사회안전망 4.0 포럼, 새 정부에 바란다'를 주제로 지난달 24일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정책토론회에서는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장의 ‘저출산 해법’을 시작으로 최병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장의 ‘사회안전망’,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연금 개혁’, 박영란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의 ‘스마트 복지’에 대한 주제발표와 구인회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형용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영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장영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이 참여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이번 우리나라를 엄습한 저출산 고령화

우리나라 인구는 작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유소년인구와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총인구 감소를 주도하고, 노인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고령화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효과는 보육, 교육, 국방, 고용, 사회보장, 소비, 산업, 경제, 지방, 환경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이로 인해 사회발전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삶의 질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인구절벽 위기는 근본적으로 저출산 현상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하 ‘출산율’)은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1997년 1.54명에서 2005년 1.09명까지 낮아졌으나 2006~2016년에는 1.15~1.30명 사이에서 불규칙적이나마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출산율은 2018년 0명대로 떨어졌으며, 이후에도 매년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2021년에 0.81명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8년에 0.98명, 2019년에 0.92명 등 0명대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팬데믹의 탓으로만 여길 수도 없다.

베커의 출산력모형, 데이비스의 부유동출산력 이론, 이스털린의 상대적 소득가설 등의 인구이론들은 출산율이 0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베커는 개인이 ‘시간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자녀양육보다 시간이 덜 소요되는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인간 모두가 출산을 기피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최근 출산율 추세는 이들 이론을 입증해낼 것만 같은 기세다.

 

추락하는 출산율에도 희망은 있다

진정 추락하는 출산율은 날개가 없는 것인가? 사실 우리에게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기혼여성의 이상자녀수가 평균 2.16명, 미혼남성의 이상자녀수가 1.88명, 미혼여성의 이상자녀수가 1.83명으로 실제 출산율에 비해 거의 1명 정도 더 많다고 보고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결과가 그 근거다.

실제 출산율과 이상자녀수 간 괴리를 야기하는 주된 요인으로 청년층의 고용과 주거 불안정, 그리고 양육 부담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미시적 원인들은 결코 해결이 불가능한 범주에있지 않다. 다시 말해 정부의 의지와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사회적인 실천이 있다면, 언제라도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였으나 출산율 지표만 본다면 그 결과는 오히려 역행적이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 번 새 정부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그간 저출산 대책에 투입된 예산은 계속 증가했다. 그만큼 정책 대상도 늘어났고, 수준 역시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새 정부는 우선적으로 그 원인을 집중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시간 경과에 따라 저출산 현상을 유발하는 새로운 원인들이 등장하였는지, 아니면 원인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유지되고 있으나 그간의 정책들이 효과가 없었던 것인지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그리고 진단 결과에 따라 접근 방법이나 정책들을 개혁적인 수준으로 조정하여야 한다. 엄격한 진단 없이 과거 정책들의 연장선상에서 일부 개선 혹은 확대하는 수준의 노력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과거 정부들과 유사한 성적표를 받게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저출산 현상은 거시적인 사회환경 변화와 미시적인 욕구 간의 괴리에 기인한다. 사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이나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5)’ 모두 사회구조적인 접근을 표방하였으나 모두 형식셋째, 역대 정권들이 저출산 현상에 대응하는 정책들을 추진하는 양태를 보면, 과연 심각성과 절박함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일례로 국민은 일·가정 양립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으나 육아휴직 급여를 보면 선거, 대통령보고회, 기본계획수립 등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생색내기용으로 찔끔찔끔 인상되고 있다. 어차피 계속 인상을 반복할 것이라면, 처음부터 육아휴직 기간 동안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적정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육아휴직급여 수준이 낮아 육아휴직 이용을 기피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고,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저출산 현상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새 정부에서는 저출산 대책에 예산 투입의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국민에게 적정 수준의 지원을 처음부터 제공해야 한다.

 

생애 연속적인 저출산 대응 필요해

넷째, 국민은 출산을 결정할 때, 영아기, 유아기 등 어느 특정한 생애과정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자녀의 탄생부터 학업을 마칠 때까지, 더 나아가서는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 그리고 이와 연동해 부모 자신의 노후까지 고려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접근은 생애 일부 과정에 한정하여 혹은 파편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로 인해 자녀 출산·양육이 생애 전 과정에 걸친 고통과 부담으로 인식되고, 이를 이유로 출산, 그리고 심지어 결혼까지 포기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에서는 비용, 서비스, 인프라 등 모든 측면에서 생애 연속적인 접근을 추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돌봄은 영아부터 적어도 초등학생까지는 계층이나 지역, 시간대 등에 관계없이 수요에 따라 촘촘하게 제공해야 한다. 보건의료서비스 역시 임신 전부터 산후까지 촘촘하게 제공해야 한다. 보건의료, 돌봄, 놀이 및 문화 등과 관련한 인프라도 모든 지역에 균등하게 구축해야 한다. 비용과 관련해서는 임신부터 자녀 성장까지 양육비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다 근원적으로 사교육 등 자녀 양육에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사회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만혼화 추세로 더 늦은 나이까지 자녀를 양육하게 된 부모들이 노후생활을 걱정하지 않도록 출산·양육과 연계한 소득보장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출산율이 인구절벽 위기를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단기간에 높아지기는 어렵다. 따라서 인구절벽 위기는 저출산 대책과 사회개혁의 두 트랙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에서는 사회개혁의 일환으로 여성 고용률 확대와 정년연장 등을 추진해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2~3년마다 정년을 1세씩 높이는 방식으로 연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년대에 본격적으로 들이닥칠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점진적으로 준비해나가야 한다.

현재 인구절벽 위기에 대한 대응 거버넌스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재정부 중심의 인구정책 TF,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 등으로 다원화되어 있다. 새 정부에서는 어떠한 거버넌스 체계가 효과적인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실 거버넌스 형태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관심과 적극적인 실천의지야말로 거버넌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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