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식당(子ども食堂)은 말 그대로 지역사회에서 어린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을 말하는데, 이는 아이들을 매개로 한 지역복지실천이라는 측면과 함께, 아동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운동으로서의 의미도 강한 활동이다. 최근 일본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어린이 식당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 실천적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어린이 식당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일반적으로 어린이 식당이라고 하면, 지역주민이나 NPO 등이 주체가 되어서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들과 그 부모 등을 대상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곳, 혹은 그러한 커뮤니티를 말한다.

주로 중장년층 여성들이 자택이나 자가 운영하는 음식점을 개방하거나, 혹은 커뮤니티 회관, 빈 점포 등을 빌려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매일 운영하는 곳도 간혹 있지만, 월 1~2회, 주 1~2회 정도로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대개는 저녁시간을 이용해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식사를 즐기고 자유롭게 어울리는 장으로 활용된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마을 어귀에 있는 돈 걱정 없이 갈 수 있고 마을 아주머니들이 운영하는 동네부엌 같은 분위기를 연상하면 얼추 비슷할 것 같다.

지역 내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활동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결식아동 등을 돕기 위해서 ‘어린이 식당’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처음으로 활동을 시작한 사람은, 동경도 오오타구에 위치한 야채가게 주인 콘도 히로코 씨로 알려져 있다.

2012년 당시, 동네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이 있다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면서, 뭐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지인들과 함께 어린이 식당을 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이 활동이 입소문과 미디어를 통해 유명세를 치르면서 전국적으로 유사한 활동이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

처음에는 결식아동이나 빈곤층 아동을 돕기 위한 활동의 성격이 강했지만,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아동뿐 아니라, 노인, 장애인, 지역 전체 주민 등으로 이용대상이 확대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며, 지역주민의 교류 거점 혹은 지역 참여와 공헌의 장으로서의 역할을하는 경우도 많다.

활동 배경이 된 일본의 아동빈곤문제

그 시기에 왜 어린이 식당이 유독 주목을 받았는지를 보면, 이 활동의 의미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2009년, 일본 정부는 처음으로 상대적빈곤율(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공식 발표했다. 2007년 기준으로 전체 상대적빈곤율은 15.7%, 아동빈곤율(상대적빈곤 상태에 있는 18세 미만 아동 비율)은 14.2%라고 발표되면서, 표면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빈곤문제가 다시금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된다.

이와 함께, 한부모가정의 절반 이상이 빈곤선 이하라는 점, 그리고 아이들의 고독한 식사(고식(孤食): 아이혼자 식사를 하는 것)의 심각성이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면서, 아동빈곤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한편, 최근 국민생활기초조사에 따르면, 아동빈곤율은 2018년 현재 13.5%로 나타났다. 아동 7명 중 1명이 빈곤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모자가정의 빈곤율은 51.4%로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일본의 아동빈곤율은 2000년대 이후 13~16%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참고로, 일본은 G7 중에서 아동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를 오랫동안 벗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어린이 식당이라는 자원봉사 혹은 지역공헌활동에 관심이 높아지고, 동참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급격히 확산되어 갔다. 빈곤가정 자녀의 결식이나 혼자 밥 먹는 문제(이하 혼밥)는 좀처럼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부모가 놓인 가정 상황이 너무나 다양하고, 남의 집 애가 밥을 어떻게 먹는지 왈가왈부하는 건 쉽게 나서기 힘든 일이다. 또한, 행정에서도 딱히 개입하기 어려운 문제다.

예를 들어, 식사 지원에 대해서 저소득 혹은 한부모가정의 아이인지 아닌지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 세세한 기준과 그 증명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해가면서까지 식사 지원을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의 밥 문제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마을에 그런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주민 입장에서는 짠한 마음이 들 것이고,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복잡한 건 모르겠고, 우선 그런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할 수 있는 어른이 되자’, 이것이 어린이 식당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어린이 식당 운영현황

NPO법인 전국어린이식당지원센터 ‘무스비에’가 실시한 전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말 현재, 전국에 5086개의 어린이 식당이 운영 중이다.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2년 첫 조사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3년간만 보더라도 매년 1000개 이상씩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가 한창인 작년에도 확산은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이용 인원을 제한하거나, 야외에서 개최하는 등을 통해 대면활동을 계속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도시락이나 식재료 배달 등 활동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개최 빈도는 월 1~2회가 약 73%로 가장 많고, 매일 개최하는 곳은 3.3%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반수가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고, 유료인 경우는 100~200엔이 가장 많았다. 참가 인원은 1회 평균 20명 정도이고, 5명 내외에서 100명 이상까지 다양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어린이 식당은 빈곤층 아동에 대한 지원을 기본이념으로 하지만, 대부분 지역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작 필요성이 높은 아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런 느슨한 운영 방침은 빈곤아동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스티그마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어린이 식당에서는 식사 제공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와 활동들이 같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할로윈, 크리스마스 파티와 같은 계절행사를 하는 곳이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학습지원, 먹거리 교육·요리체험, 놀이지원(공작·댄스 등), 농업체험, 직업체험, 위생교육 등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활동 비용은 1만엔 이하가 약 20%, 월 1~2만엔이 약 42%, 5만엔이 23%를 차지하는데, 비용의 대부분은 기부나 모금, 일부 지원금으로 충당된다.

한편, 최근에는 어린이 식당과 관련된 활동을 지원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지자체들의 운영지원은 빈곤아동 지원이라는 취지보다는 지역복지 활성화라는 목적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지역주민들의 마을활동에 대한 자발성을 활성화하고, 중·고령자들의 지역사회 참여의 장을 넓히기 위한 지원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주민이나 비영리조직들의 어린이 식당 활동을 지원하는 기업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어린이 식당의 확산과 지원을 위해 발족된 지원센터를 통해 기업들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어린이 식당을 운영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편의점으로 유명한 패밀리마트는 2019년부터 일부 점포 내 취식 코너를 지역에 개방해 어린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운동으로서의 어린이 식당

‘무스비에’는 어린이 식당의 전국적 확대와 조직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조직이다. 어린이 식당에 대한 홍보와 세미나, 기업 등과의 협업을 통한 지원 활동 및 모금 활동, 운영지원 등을 통해 어린이 식당을 전국 방방곡곡에 전파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센터의 이사장이자 빈곤문제 사회운동가인 유아사 마코토 씨는 이렇다 할 제도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어린이 식당이 확산된 것에 대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파력과 확산속도”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아동빈곤에 대한 관심이 높고, 어린이 식당의 미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어린이 식당이 확산되면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들과 어우러지며 새로운 가치를 더불어 창출하고 있다. 즉 어린이 식당은 아동빈곤대책 이외에도 지역 활성화, 혼밥 대책, 육아지원·학대방지, 고령자의 건강 유지·증진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가치에 대한 동조가 활동의 확산과 지속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유아사 씨는 “현대사회의 빈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지원해야 할 아동과의 접점을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편히 들를 수 있는 곳에서 마을 어른들과의 어울림 속에서 얼굴을 익히고,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안심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어린이 식당이 마을에서 그런 존재로 자리 잡기를 바라며, 나아가 정책적 접근과의 협업을 통해 아동 빈곤을 해결해가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 기업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 식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그 가치와 가능성에 동참하고 있다. 마을 문제에 대한 주민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혁신을 위한 시민운동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 식당이 의미하는 것

아동빈곤 문제를 지역사회를 통해 접근한다는 발상은 물론 한계가 있지만, 어린이 식당은 빈곤아동 지원 이외에도 다양한 부차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지역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재생산하고 있다. 처음에는 빈곤아동의 결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의 작은 실천이었지만, 다양한 지역 확산 사례를 보면 더 이상 어린이들만의 식당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역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고, 주부나 어르신들의 지역 참여와 공헌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아이들과 먹거리라는 알기 쉬운 주제·아이템을 통한 마을 만들기라는 점에서, 지역복지실천 전략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한편, 자원봉사나 사회공헌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린이 식당은 도움받는 사람과 도와주는 사람이 구분되는 일방적·시혜적 활동이 아니라, 이용자인 어린이뿐만 아니라 운영자와 참여자 모두가 어린이 식당이라는 커뮤니티를 통해서 얻는 게 있는 호혜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운영자·참여자 또한 어린이 식당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거나 건강을 유지하거나, 혹은 본인 또한 혼밥을 면하는 등, 적어도 취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복지, 지역공생사회 실현에서 말하는 지원 받는 자와 지원하는 자의 상호의존성 및 호혜성과도 연관되는 대목이다.

편의성, 경제적 이유 등으로 혼밥이 일반화되어가는 요즘이지만,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일종의 ‘사회적 혼밥’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픈 욕구, 고민을 말하고 들어줄 수 있는 관계성에 대한 욕구, 내가 가진 끼와 달란트를 발산하고픈 욕구 등등, 이런 것들이 우리가 사는 마을 안에서 자연스레 풀어진다면 참 살기 좋은 마을이 아닐까?

그런 공간, 커뮤니티를 우리는 늘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린이 식당처럼 삼삼오오 마을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더욱 절실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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