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젊은이들이 혼인신고를 마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크렘린 광장 근처 무명용사 묘 앞에 헌화하는 일이라고 한다. '비록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그대들의 숭고한 희생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라고 쓰여 있는 묘비 앞에 꽃다발을 바치는 것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의 행복을 가능케 해준 이름 없는 병사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가 결혼 문화로 정착된 것 같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과 싸우다 희생당한 무명용사들이지만 신혼 남녀들이 기억해주는 그들은 무덤 속에서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후원자는 홍보·옹호자 역할

사회복지조직에도 많은 무명 후원자들의 명부가 있다. 이름이 있기 때문에 무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무시되고 있는 과거 후원자들이다. 이들을 얼마나 관리할 수 있느냐에 따라 후원개발의 성패가 달려있다. 사회복지조직에 큰 힘이 되었던 사람들을 더 이상 무명 후원자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후원자들은 단순히 돈만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특히 큰 힘이 되어주었던 사람들은 돈과 함께 그에 비례하는 마음과 정성을 제공해 준 것이다. 따라서 후원금은 돈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잃어버리면 돈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은 많은 자산을 잃게 되는 것이다. 후원자들은 돈을 기부할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역할도 한다.


첫째, 후원자들은 사회복지조직의 홍보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애정이 있는 곳에 돈을 쓰게 되어 있다. 기부금을 낸다는 것은 그 조직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애정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자꾸 말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친구, 가족, 동료들에게 특정 사회복지조직에 대해 알리고 싶을 것이다. 그 조직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널리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입소문만큼 효과가 있는 홍보는 없다. 입소문은 후원자들을 몰려오게 만든다. 반대로 특정 조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 후원자들은 기존 후원자들조차도 떨어져 나가게 만든다.

둘째, 후원자들은 사회복지조직의 옹호자 역할을 한다. 후원자들은 이사진, 임직원, 클라이언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조직의 중요한 핵심구성원이다. 조직이 부당한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누구보다도 앞장 서 조직을 옹호해줄 사람들이다. 따라서 후원자들이 조직의 일을 잘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주어야 한다. 조직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 가장 먼저 떠날 수 있는 사람들도 후원자들이다. 평소에 서운한 감정이 있거나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경우에 오히려 강한 적이 될 수도 있다.

셋째, 후원자들은 후원개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후원자들의 개인적 경험이 다른 후원자들에게 감화를 주어 후원행위를 강화시킬 수 있다. 그러한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은 훌륭한 후원개발의 한 형태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경험이 확산될 때 다른 후원자들의 후원동기를 꺾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제3자에게 후원행위 강화

이와 같은 후원행위의 부수효과를 고려할 때 우리 조직에 기부한 적인 있는 후원자들을 내팽개치는 행위는 돈과 함께 많은 것을 잃는 것이다. 후원자들은 기부하는 돈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돈과 함께 시간이 올 수도 있고, 다른 후원자를 데리고 올 수도 있고, 후원자들이 있기 때문에 기관의 사회적 신뢰성도 높아질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열악한 사회복지조직에서는 후원개발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많은 어려움을 경험한다. 적절한 예산과 인력이 확보되어야 하고, 다른 임직원의 이해와 협조가 있어야 후원개발도 활성화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후원자들이 섭섭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또한 말없이 떠난 무명의 후원자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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