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국가의 중요한 인적자원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품격 높은 우리사회의 모습도 그리 멀지 않았다.

김선규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김선규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김선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지금의 10대청소년들은 잘 모르겠지만 30~40대 이상의 중년들은 아마도 '600만불의 사나이'를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사고로 신체의 일부 기능을 잃고 기계장치로 대체하여 가공할 힘과 능력을 보여준 주인공을 보면서 우리 시청자들은 단순히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지 현실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상상이 언제까지 영화 속에서만 그려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한다. 웨어러블 로봇기술의 발달과 함께 드디어 기계장치가 인체와 본격적으로 결합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2004년 미국 버클리대 기계공학과에서 공개한 BLEEX는 착용자가 수십킬로미터의 거리를 걸으면서 지치지도 않고 엄청난 무게의 짐을 운반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일본 사이버다인사에서는 착용자의 뇌 신호를 읽어 보행장애를 겪는 사람의 보행을 도와주는 로봇슈트를 양산할 계획이라고도 한다. 이런 장치를 팔과 다리에 부착하면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걷거나 무거운 짐을 드는데 있어서 매우 편리해진다고 한다. 영화 '아이언맨'처럼 슈트를 입고 하늘을 날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은 특히 나와 같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바타 관객수가 국내에서는 1,200만명을 넘기고 전 세계 매출로는 타이타닉 기록까지 경신했다니 참으로 대단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과연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 하면서 본인도 흥미롭게 관람을 하였는데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더욱 반가웠던 점은 스토리전개의 주인공캐릭터가 나처럼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었다는 점이었다. 또한 장애인 캐릭터이지만 단지 슬프거나 감동적인 인생의 진부한 소재에서 벗어나 SF 액션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완벽히 미션을 수행해나가는 스페셜리스트로서의 모습이 영화상영 내내 내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보여 지듯이 과거 우리가 보편적으로 가지는 장애인에 대한 정서는 지극히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기만한 측은한 존재같이 매우 제한적이었고, 또한 '일자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근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장애인에 대한 정서는 옛말이 되어 버렸다. 국회의원, 교사, 검사, 예술인 등 전문분야를 비롯해서 '생활의 달인(達人)'이라는 모 방송프로그램 등 일상주변에서까지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을 만큼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분명히 사회가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장애인도 국가의 중요한 인적자원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품격 높은 우리사회의 모습도 그리 멀지 않았다. 우리 모두 그런 사회를 꿈꾸고 상상하자. 상상은 비용도 들지 않는 투자로서 우리의 상상만으로도 그런 품격 높은 사회조성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동계올림픽은 남의 잔치였고, 이번 벤쿠버와 같은 경이적인 성과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꿈꾸고 노력하고 투자한 결과 현실이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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