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의 서울역 시위를 계기로 혹시라도 이들이 인권침해 받지나 않을지 걱정됩니다. 물론 시민들의 권리도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삼성전자, 국민일보가 선정하는 새내기 사회복지상 열세 번째 주인공으로 뽑힌

노숙인들의 서울역 시위를 계기로 혹시라도 이들이 인권침해 받지나 않을지 걱정됩니다. 물론 시민들의 권리도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삼성전자, 국민일보가 선정하는 새내기 사회복지상 열세 번째 주인공으로 뽑힌 최수진(27)씨는 지난 22일 서울역 노숙인 폭력사태의 파장부터 걱정했다.

"노숙인들은 장기간의 빈곤과 불규칙한 생활 때문에 심신이 예민해진 경우가 많거든요. 동료 노숙인에 대한 유대의식도 강해서 벌어진 우발적 사건 같습니다."

최수진씨를 접하고 느낀 점으로는 그녀의 집중력이 유독 강하다는 것. 한 가지 목표가 정해지면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 스타일이다. 또 전형적인 활동가다. 대학교 3학년 때 대전지역 연합동아리 '맷돌'의 회장을 맡는가 하면 장애아동방학캠프는 빠지지 않고 참여했고 휠체어테니스대회와 가사·간병도우미, 장애인정보화대회 지원, 방과후교실 교사 등 자원봉사활동으로 4년 내내 바쁘게 살았다.

그는 2002년 5월 대전시쪽방상담소에 입사하면서 사회복지인으로서의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노숙인은 클라이언트 중에서 가장 대하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되는 데 스물넷의 아가씨가 겁도 없이(?) 출사표를 던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는 후문.

'파랑새의 집'으로 불리는 쪽방상담소에서 수진씨는 노숙인들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다. 거리에서 먹고 자는 현재의 모습보다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과연 무엇이 그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돌게 만들었는지를 연구했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어요.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IMF 때 부도가 나면서 집 떠난 아저씨도 있고 목수 일을 하다가 몸을 다쳐 벌이가 없어서 떠도는 할아버지도 있어요. 잘 살다가 집에 불이나 말 그대로 망해서 온 사람도 있고요."

그럼에도 수진씨는 이들을 동정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여건만 닿으면 자활이 충분히 가능한 '예비취업자'로 봐 달라고 했다.

그런 취지에서 매년 갖고 있는 행사가 바로 '하계 노숙체험'. 후배들과 함께 노숙인처럼 2~3일간 극빈의 생활을 경험하는 자리. 식사는 무료배식소를 이용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굶고 잠은 지하도와 역 주변에서 청한다. 몸을 씻는 것은 금지다. "여름이어서 가능하지 다른 계절이라면 살아남기 힘들었을 거예요. 덕분에 그들이 얼마나 위생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였는지도 새삼 깨달았죠."

그래서일까. 노숙인들을 대하는 수진씨의 태도에서 '직업인-클라이언트'라는 거리감을 느낄 수 없다. 수진씨와 노숙인들이 함께 어깨동무 하고 찍은 사진을 보면 마치 '친구사이' 같다.

수진씨는 지난해 2월 대전홈리스지원센터로 일터를 옮겼고 대학원에도 진학했다. 이곳은 새로 생긴 시설로 아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수진씨의 사업 기획력을 펼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 무엇보다 이 곳의 노숙인이 쪽방 노숙인보다 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도 와 닿았다.

"앞으로 노숙인 문제에 얼마나 오랫동안 집중할 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머릿속엔 노숙인들이 자활에 성공하는 모습밖에 없네요. 제 유일한 희망사항이라고나 할까요? 대학원 졸업논문이요? '노숙인의 자활 프로그램 개발'에 대해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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