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뱅크는 잉여 음식만 나누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 일을 하면서 더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푸드뱅크는 잉여 음식만 나누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 일을 하면서 더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삼성전자, 국민일보가 매달 선정하는 새내기사회복지상의 14번째 주인공 조재희(35) 씨는 푸드뱅크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신념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회복지인이다.

조 씨의 하루는 '일하는' 24시간으로 꽉 차있다. 오전 9시 충남 아산시 배방면에 있는 아산시푸드뱅크 냉동창고 앞에서 커피로 몸을 녹이면서 그날 배분될 식품들을 검수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그가 이곳에 처음 왔던 1년 전 보다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두 배는 많아져 일은 수월하다.

자원봉사자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는 항상 가장 힘든 일에 직접 나선다. 뒤에서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라고 지시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가장 무거운 박스를 들고 가장 많은 거리를 이동하고 가장 부지런히 다닌다고 교회 부녀회 자원봉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오전을 물품 분류로 보낸 그는 급하게 점심을 먹고 난 뒤 냉동차를 타고 직접 식품들을 클라이언트에게 전한다.

"영세민, 대상자나 수급자 같은 말을 별로 안 좋아해요. 우리 같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이야 별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정작 그 분들이 기분 좋을 리 없잖아요". 그가 푸드뱅크 직원이기에 앞서 사회복지사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재희 씨는 항상 사회복지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품고 지낸다. 비록 '음식'을 매개체로 시작된 만남이지만 자신과 만나게 되는 클라이언트들의 모든 고민들을 듣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소년소녀가정아동, 독거노인, 재가장애인, 한부모 가정, 탈북자 등 모든 소외된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려 한다. 또 아산지역 사회복지관들이나 아산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자문역할을 맡으며 지역복지 향상을 항상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오후 5시. 공식적인 업무는 끝났지만 그는 서류 더미 속으로 들어간다. 푸드뱅크는 서류가 많다. 다양한 종류의 물품들을 받고 이를 전달해야 하고 새로운 기탁처를 개발하고 기존의 기탁처는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집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집에 일찍 가는 것은 포기 했습니다. 푸드뱅크는 발로 뛰는 만큼 클라이언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거든요." 그가 아산시푸드뱅크로 오기 전 2003년의 기탁처는 36개소, 기탁금액은 1억 6648만 1000원이었지만 그가 온 뒤 1년 만에 기탁처는 71개소, 기탁금액은 33억 5703만 9000원으로 급증했다. 수치상 무려 20배나 늘어난 것. 충남 지역 모든 푸드뱅크에서 놀라워했다고 직장 동료들은 전한다.

오후 10시 남들보다 늦은 퇴근으로 온 몸이 피곤하지만 조 씨는 책을 편다. 지난해 방송통신대 교육학과 3학년 과정으로 편입했다. 이미 순천제일대에서 사회복지학을 배웠기 때문에 사회복지와 가장 유사한 과목인 교육학을 선택했다는 설명.

"푸드뱅크는 제게 천직입니다. 최소한의 생존 요소인 음식을 전달한다는 기쁨과 함께 클라이언트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그는 월세방에 살면서 일을 나가야만 하는 집사람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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