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슈국가대표 소개가 아니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 국민일보가 공동 주관하는 '제59회 새내기사회복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은아(27) 숭인사회복귀시설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이야기다.

우슈 사회복지사, 편견에 한방 먹이다
우슈 사회복지사, 편견에 한방 먹이다
우슈 공인 4단. 2001년 3월 전국학생배 우슈선수권 대회 종합 3위에 이어 같은 해 8월 종합 1위. 2002년과 2003년 연거푸 전국회장배 우슈선수권 대회 종합 2위.

우슈국가대표 소개가 아니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 국민일보가 공동 주관하는 '제59회 새내기사회복지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은아(27.사진) 숭인사회복귀시설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이야기다.

정신장애인들에게 일상생활훈련과 사회복귀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경남 양산의 숭인사회복귀시설에서 그녀가 매달리고 있는 사업은 직업재활. 자신의 위생관리조차 어렵던 이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훈련실습 과정을 거치게 한 후 취업전선으로 내보내는 것이 그녀의 주임무다. 부산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 현재의 시설에 입사했을 당시 월 평균 취업자수는 4명에 불과했지만 그녀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맡은 뒤부터 월 평균 20명으로 늘어났다. 취업장은 3곳에서 13곳으로 늘었다.

말이 직업재활이지 정신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결코 쉬울리 없다.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충분한 자격을 갖춰도 하루 아침에 취업이 취소되는 일이 다반사. 그럴 때마다 김은아 씨와 기관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차라리 우리가 차리지'하는 탄식이 절로 새어나왔다.

김은아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김은아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김은아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제 장기는 삽질"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처럼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다.
그런데 '말이 곧 씨가 된다'고 했던가. 올초 기관에서 인근 농협하나로마트 내 꽃가게를 인수해서 운영한 경험을 살려 직접 판매를 위한 식품 재배 사업을 해보기로 의기투합이 이뤄졌다. 지역의 비닐하우스 사장님들을 찾아다니면 후원 요청하기를 여러 번. 한 독지가의 후원과 시공으로 하우스 100평과 하우스 화단 70평이 조성됐다. 내년 초 '숭인허브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정식으로 오픈하면 견학과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되고 무공해 허브차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수익금은 정신장애인 회원들에게 배분된다.

"몇 번이나 밭을 파거나 뒤집고, 화단 테두리를 할 나무 토막들이며 타이어, 돌들을 구하러 뛰어다녔던 순간들, 한 여름에 하우스 안에서 땀을 한 말씩 흘려가며 삽질을 했던 순간들이 오픈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요즘 김은아 씨가 회원들과 매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바로 우슈다. 어릴 때부터 배운 태권도는 물론 수영선수까지 할 정도로 운동에 재능이 있있던 김은아 씨는 우연히 접한 우슈를 본격적으로 익히기 시작한 뒤 부산대표로 전국대회에 나가 입선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다.

"우슈처럼 재미있는 것을 저만 하기에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회원분들하고 시설 공터에서 봉도 돌리고, 검도 휘두르고, 덤블링을 연습하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정신장애인의 날에 다 같이 공연도 하고, 특별한 경험인 셈이죠."

김은아 씨가 그녀의 장기인 우슈 실력을 발휘, 프로그램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은아 씨가 그녀의 장기인 우슈 실력을 발휘, 프로그램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은아 씨가 그녀의 장기인 우슈 실력을 발휘, 프로그램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은아 씨가 사업을 수행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신장애인들의 '기초생활수급권 자격유지 문제'. 대다수가 수급자인 회원들의 경우, 일정 소득이 발생하면 그 즉시 수급권에서 탈락하거나 지급 수당이 깎이게 되는데, 취업유지를 못할 경우 한 달 월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다시 수급자 신청을 해야 하고 수급자로 재인정을 받기까지 3개월간의 공백이 생겨 생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정신장애인분들을 더욱 무력하게 하고, '환자역할'에 머물도록 하는 것 같아요. '중간 단계'나 '준비 단계'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복지사를 안 했으면 뭘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이벤트 업체에서 사회를 보거나 제가 삽질을 정말 잘하니까 해외자원봉사단을 통해 마을의 공사 현장에서 일 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김은아 씨. 그런 그녀는 배우다 그만 둔 바이올린도 더 배우고 싶고, 체육과 심리학을 결합한 '스포츠 심리학' 분야도 한 번 제대로 파고 들고 싶은 욕심 많은 재주꾼이다. 물론 우슈도 이젠 은퇴했지만 취미생활로서 더욱 갈고 닦을 생각이다.

"어쨌거나 저희는 즐겁고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궁금하면 찾아와 주시고 오신 김에 사랑도 나누어 주고 가세요"

'정신장애인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우울한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우슈 발차기처럼 보기 좋게 한방씩 날리고 있는 김은아 씨가 환한 웃음과 함께 독자들에게 남긴 부탁이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