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벅차게 시작한 새해도 어느 새 두 달이 훌쩍 흘러갔다. 절기상으로 우수·경칩 무렵이면 만물이 깨어날 준비를 한다. 남녘에서 들려오는 봄소식은 얼어붙은 저마다의 마음에 훈기를 불어넣고 있다. 산과 강, 그리고 들이 조화롭게 뻗어 있는

가슴 벅차게 시작한 새해도 어느 새 두 달이 훌쩍 흘러갔다. 절기상으로 우수·경칩 무렵이면 만물이 깨어날 준비를 한다. 남녘에서 들려오는 봄소식은 얼어붙은 저마다의 마음에 훈기를 불어넣고 있다. 산과 강, 그리고 들이 조화롭게 뻗어 있는 양평땅, 그 중에서도 용문산 주변은 자연의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골 깊은 크고 작은 산과 그림 같은 산마을, 강마을을 쉽게 볼 수 있다.

눈과 귀, 마음까지 즐겁게 해주는 양평의 볼거리는 다양하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양평군 용문면 광탄리에 자리한 경기도 내수면 개발시험장(031-772-3480)이다.

서울-홍천간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광탄리 나들목(광탄삼거리)으로 나오면 이정표가 보인다. 시험장 안에는 작년 여름에 문을 연 민물고기생태학습관이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우리 민물고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마련된 자연학습 공간이다. 살아 있는 민물고기를 전시해 놓은 수족관과 영상학습실을 갖추고 있다. 민물고기를 직접 잡아보고 관찰할 수 있는 야외학습장은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1층 전시관에 들어서면 경기도 특산어종인 황복, 버들치, 대농갱이 등을 비롯해 한국 특산어종인 퉁가리, 쉬리, 돌고기, 금강모치, 자가사리, 묵납자루 등과 천연기념물인 황쏘가리, 열목어, 어름치 등 70여종의 각종 어류를 볼 수 있다. 또 호수에서 사는 송사리, 피라미, 꺽정이 등과 내수면 어류인 참붕어, 메기, 흰줄납줄갱이, 그리고 담수어류인 모래무지, 버들개, 뱀장어 등도 구경할 수 있다. 대형 수조에는 잉어, 철갑상어, 초어 등이 노닐고 있고 천정 수조에는 무지개송어, 산천어 등이 그 고운 빛깔을 뽐내고 있다. 가재, 도룡뇽, 말조개, 참다슬기, 자라, 참게 등 계곡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도 눈길을 끈다. 평일은 물론 주말 및 휴일에도 개방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근처에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용문산과 그 품에 안긴 고찰 용문사가 있다. 흰눈을 두른 용문산은 언제 봐도 듬직하다. 매표소에서 용문사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오솔길은 가족끼리 함께 걷기에 좋고 무엇보다 상쾌한 공기와 숲 내음이 일상의 시름을 말끔히 씻어준다. 용문사의 자랑거리인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 수령 1100년)는 잎을 다 떨구고 빈 가지로 서 있지만 이리저리 뒤틀리며 솟아 오른 우람한 둥치는 세월의 깊이를 말해준다.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놓은 것이 이처럼 성장한 것이라고 한다. 모진 풍파와 전란 속에서도 살아 남아 '천왕목'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하였다. 조선 세종 때는 정3품에 해당하는 벼슬인 당상직첩을 하사 받기도 한 명목으로, 조선 고종이 승하했을 때는 큰 가지가 부러지기도 하고, 6·25동란이 나기 전에는 나무가 크게 세 번울었다고도 전해진다.

용문사를 허리에 감싼 용문산은 경기도 제일의 명산으로 꼽힌다. 1000m가 넘는 가파른 산세와 기암으로 이뤄진 위용이 일품이다. 용문사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마당바위, 용각바위까지 갈 수 있다. 왕복 3시간 정도 걸린다. 용문산 정상은 군사보호지역에 묶여 있어 백운봉(해발 950m) 능선을 타고 돌아와야 한다. 용문사 경내에 마련된 전통찻집 '다래향'은 너와지붕에 토담, 통나무기둥, 황토벽난로, 통유리 등으로 장식해 운치를 자아낸다. 한방약차와 전통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용문산 입구 한쪽에서는 양평땅에서 난 무공해 농산물을 모아놓은 상설장터가 열린다. 매일 서너 명의 아낙들이 나와 좌판을 늘어놓는데 더덕, 취나물, 콩, 팥, 엿, 땅콩 등 품질 좋은 우리 농산물이 그득하다.

용문산을 둘러보고 6번 국도로 나와 홍천, 횡성 방향으로 12km쯤 가면 산음휴양림(단월 백동 방면, 031-774-8133)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휴양림을 품고 있는 단월면 산음리는 용문산의 그늘로 음지가 된다고 하여 '산음'이라고 한다. 차 두 대가 겨우 비켜갈 정도의 좁은 길을 따라 10분쯤 가면 용문산 줄기로 겹겹이 에워싸인 휴양림에 다다른다. 수림에 폭 파묻힌 휴양림은 동화 속에 들어온 듯 안온하다.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서어나무, 층층나무 등 울창한 숲이 청신하기 그지없다. 산음휴양림은 숲 속의 집(통나무집) 18동과 산림문화휴양관, 등산로, 산책로, 취사장, 숲체험코스 등을 갖추고 있다. 10분 거리에 대명스키장이 있어 함께 둘러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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